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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IT통합' 하나금융에 반기든 외환노조

통합과정 불협화음에 '신한+조흥' 전례 비교되는 등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9.06 1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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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086790)의 IT통합 추진에 외환은행(004940)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합의사항을 위반하고 IT통합 관련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항의 집회를 갖는 한편, 끝장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5일 발표했다. 향후 대응 수위도 점차 높일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더욱이 이미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고객 정보를 하나금융 계열사 TM마케팅에 활용하려던 구상에 강하게 비판을 하는 등 충돌을 빚어 온 바 있다.

◆5년간 독립경영 조건 있지만…

동양증권은 지난 7월 하나금융에 대해 본격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환은행 시너지' 가시화를 빨리 끌어낼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 산하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공존하고 있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을 둘러싼 외부 시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했기 때문에 2017년에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그 이전에 잔여지분 취득과 수익 증대를 위한 노조 설득을 통해 양 은행이 합병하지 않고도 통합 시너지를 앞당겨 창출해야 주가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양 은행간의) 합병 전에 실현 가능한 시너지효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산통합을 통한 IT 비용 절감 효과(회사예상치 4500억원)와 신용카드 영업통합을 통한 비용절감과 해외 현지법인 통합(회사예상치 3600억원)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피인수은행 즉 외환은행 구성원들의 속내는 이렇게 명쾌할 수 없다. 일단 전산통합은 외환은행의 두뇌를 그대로 들여다 보겠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펀드가 하나금융과 매각 협상을 할 당시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신 '5년간 독자경영 보장'이라는 전리품을 획득한 바 있다. 하지만 IT통합에 빠르게 속도를 내다 보면 이런 독자경영은 사실상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더욱이 부서장들을 직접 불러들인 점도 독자경영의 보장이라는 틀을 공공연히 무시하려는 선택이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속전속결 IT통합 실패 사례 '타산지석'

문제는 또 있다. 하나금융은 이전에 여러 번 M&A를 하면서 옛 보람은행과 서울은행, 충청은행 등을 합쳐 왔다. 이 와중에 보여온 IT통합 사례 역시 외환은행의 불안감을 키울 여지가 없지 않다.

2003년  5월, 옛 서울은행과의 IT통합 과정이 좋은 사례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통합 관련 작업을 시작한지 2개월만에 통합 프로그램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후 3개월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자체적인 테스트를 실시해 발생 가능한 모든 장애요인들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같은 크로스체크를 한 뒤 IT통합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통합 후 불과 보름만에 옛 서울은행 일부 고객 계좌에서 대한생명으로 보험료가 이중으로 이체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빠르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 같았던 IT통합에 문제가 발견됐다.

어떻게 통합을 해도 IT통합이란 문제가 전혀 없을 수 없고 버그를 줄이고 보완을 통해 완전을 기해 가는 것이므로 이는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통합의 주체와 베이스가 될 시스템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겹쳐 보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하나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이른바 팍스하나를 구축할 무렵,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하는 장면.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의 IT통합에 박차를 가해 시기상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09년 팍스하나가 구축된 마당에 IT통합 주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금융의 IT통합 헤게모니 독주, 즉 외환쪽은 통합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데이터만 일찍 내놓는 상황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옛 서울은행 등 여러 번의 M&A 과정은 사실상 하나금융 및 하나은행과 상대방이 대등협력관계로 진행되기 보다는 당국의 사실상 강권에 따른 문제 은행의 인수이거나 하나쪽에 주도권이 실린 패턴이 강했음은 부인할 수 없고 이런 과정에서 전산의 통합 문제 역시 이런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궤도를 따른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속전속결 뒤에 '하나에 의한'이라는 IT통합 헤게모니 문제가 숨어 있다는 것.

다른 선례들을 보면, 옛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통합 과정은 우량은행간 합병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대등한 진행 패턴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산의 경우 옛 주택은행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의 것을 더하는 방식으로 통합이 진행됐다.

한편 신한은행과 옛 조흥은행의 합병 과정은 인수주체인 신한의 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제 3의 방식으로 간 예로 꼽힌다. 이는 IT와 관련 당시 바젤 II 제반 문제 준비라는 과제가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한쪽에서 그만큼 투자비용을 아끼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다.

시간과 공을 들이는면에서도 신한과 조흥 양측은 2004년 무렵부터 TFT를 한시적으로 운영, 전산 통합 관련 밑그림 및 협조사항을 상호 협의하고 실제로 IT통합을 고객들에게 선보인 것은 2006년 10월이었다.
   
신한은행 직원들이 구 조흥은행과의IT통합 이후 전산을 운영해 업무를 진행해 보고 있다. 사진은 IT통합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고객감사 이벤트를 단행할 무렵으로, 이 과정까지 신한과 구 조흥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진행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고 사례도 있는 데다, 하나금융은 이미 2009년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큰 자금을 들여 구축한 바 있다. 이른바 '팍스하나' 구축을 위해 불과 몇 해 전 큰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 '신한+조흥'의 경우나 '국민+주택'의 경우처럼 외환측 의중을 크게 반영해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그래서 나온다.

◆'하나금융 중심 IT통합' 피해의식 해소 관건 

이렇게 되면, 여러 번의 M&A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IT통합에 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속전속결 일을 추진한 과거 사례가 과감함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인수자측의 의중을 관철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이 진행된 밀어붙이기로 비춰질 여지가 높아진다.

결국 외환은행이 축적해 온 데이터의 활용에만 모그룹이 경도돼 있다는 판단을 외환은행 노조가 내릴 토양은 충분히 조성된 셈이다. 여기에 향후 투자계획 등에서 제약을 받아 독자경영 5년이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 갈등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IT 관련 인력의 감축 등과 관련없는 이슈인데 외환은행 노조에서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의 양측 구성원간 감정의 골이 이제 메워지고 있는 와중에 문제를 쉽게 보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 또한 높다. 

가깝게는 하나금융그룹 내 'IT투자심의위원회'가 외환은행이 추진하는 모든 IT투자계획 검토와 승인을 할 것인지 여부, 또 이렇게 실제로 하게 되는 경우에 어느 정도의 합리적 판단으로 신뢰를 구축하게 될지 등의 개별적인 문제가 해법의 실마리로 꼽힌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초 약속돼 있는 외환은행 5년 독립경영에 대한 보장 의지를 끊임없이 하나금융 수뇌부가 확인을 시켜줘야 데 답이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완전한 봉합에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