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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게으름’에서 ‘여유로움’ 발견하기

우헌기 코치 기자  2012.09.05 15: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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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었다. 날씨도 쌀쌀해서 뜨끈뜨끈한 국물로 몸도 녹일 겸해서 대구 매운탕을 시켰다. 그런데 너무 짰다. 가급적 짠 음식을 피하고 있는 편이라 불편했다. 대충 먹고 나올 때 “매운탕이 좀 짜네요”'라고 했다.

잘 먹고 나오는 길에 굳이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말한다. “짜지 않아요. 손님이 싱겁게 드시는가 본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은 거칠진 않았지만, 못 마땅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 눈빛은 ‘몇천원짜리 먹는 주제에 까다롭긴. 손님들 입맛을 어떻게 일일이 다 맞춰줘요’라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공연히 나만 까다로운 사람이 됐다.

소비자의 입맛은 백인백색이다. 누구보다 이걸 잘 알 식당 주인의 그런 태도에 심장이 몹시 상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손님이 짜다면 짜다’라는 책이 있다. 요점은 ‘손님의 생각은 무조건 옳다. 비록 그것이 나와 다르더라도 옳다’는 걸로 기억된다. 그런 개념은 머리로 이해는 되지만 몸으로는 익히지 못 한 시절이어서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각 개인의 개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땐 신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신발에 발을 맞추라는 게 해답이었고, 그게 정답이었다. 자기에게 맞는 걸 찾는다는 건 사치였는지 모른다. 내게 맞는 걸 찾으려 하지 말고 내가 맞추면서 살기를 강요당했다. 당시엔 그게 대세였고, 그렇게 살아도 큰 무리는 없었다. 모든 게 부족한 시절이었고, 공급자 중심의 시대였다. 어디에도 소비자는 보이지 않았다. 소비자는 공급자가 주는 걸 찍 소리 못 하고 받아먹어야만 했다.

초점이 바꿨다. 개성과 창의성이 화두로 등장했다. 창의성이란 달리 말하면 다름, 즉 차별성이다. 뭔가는 달라야 관심을 끌 수 있고 더 잘 팔리는 세상이다. 개별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 중요하다. 바야흐로 공급자가 ‘소비자의 기호’를 살피고, 아부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르다’를 ‘틀리다’라는 단어로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과 ‘다른’ 것은 은연중에 곧 ‘틀린’ 것이라고 보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우리는 ‘다른’ 사람, ‘다른’ 생각, ‘다른’ 집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 한다.

이런 광고 카피가 있다. ‘걷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걷는 방법이 다릅니다.’, ‘읽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방법이 다릅니다.’

휠체어를 탄 지체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에 관한 것이다. 비록 걷는 방법이 나와 다르더라도, 비록 읽는 방법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창의적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코칭에서는 반대 특징을 자주 생각해보게 한다. 우린 어떤 사람을 ‘게으르다’고 평가한다. 그러면 ‘게으르다’의 상대되는 특징은 뭘까? ‘여유롭다’, ‘느긋하다’ 등을 들 수 있다. 코칭은 ‘게으름’의 ‘여유로움’, 여유로움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중시한다. 한 현상의 부정적 측면이 아닌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게 하여 긍정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단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코칭이다.

우헌기 코칭칼럼니스트 /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