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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마음이 만든 지뢰밭 “넘어가세요”

홍일택 코치 기자  2012.09.05 15: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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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The sky is the limit.’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1차원적으로 해석하면 ‘하늘이 한계’라고 읽히지만, ‘한계란 없다’는 의미다. ‘하늘이 한계이기 때문에 그 만큼 한계가 오려면 멀었다. 고로, 가능성은 무한하다’ 정도로 풀이를 할 수 있겠는데, 저 짧은 표현조차도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계의 개념이 달라진다.

음악을 하는 한 후배가 있다. 음악 경력은 3년 정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꽤 고가의 장비로 곡 작업을 하고 음악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수준이다. 그가 만들어낸 창작물은 여느 가수와 비교해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인을 통해 모 기획사의 작곡 아르바이트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후배는 여전히 겸손하다. 아직은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질 만큼 뛰어나지 못하다며 오디션과 취업활동을 거부한다. 이 후배의 마음가짐이 너무나 좋다 생각하여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도움이 될 만한 연줄을 찾아주었지만, 후배는 여전히 겸손했다. 아, 그런데,  이 후배는 마냥 겸손했던 게 아니었다. 겸손함을 겉 표지로 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삶 속에서, 어느 하나 사람이 만들어 내지 않는 게 없다. 화폐가치, 유명세, 직책, 직업 등등 사회 안에서의 가치와 개념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람에 의해 변화해간다. 재능과 성공은 별개다. 재능을 ‘인정’ 받고 ‘실현’ 돼야 그 재능이 비로소 가치 있어지기 때문이다.

가치의 발현은 둘째 치더라도, 사회 안에서 인정받아야 경제적 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 안에서의 활동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후배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 앞에 ‘지뢰밭’을 두고 있었다. 현실에 부딪혀보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나는 이 후배에게 ‘인정’을 요구했다. 겸손으로 포장돼있는 자기합리화의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 안에서 자신을 내보이기 두려운 한 사람’ 으로서의 자신을 인정하라고.

후배가 자신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는 알몸과 같은 상태가 되었고 나는 후배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누구보다 빛나는 반짝이는 음악가의 옷을….

처음엔 아이돌 기획사에 있는 연습생 친구부터 소개시켜 주었다. 예전 같으면 음악을 들려주며 은근히 회피하던 후배인데, 이젠 오히려 연습생 친구를 만나자마자 “제 음악 한 번 들어보실래요? 그 쪽 회사에선 요즘 어떤 장르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나요?”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연락처도 서로 교환하며 관계도 잘 유지해 갔다. 결국 이 인연을 통해 음악계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멘토를 만나 세상에 내보일 자신의 음악을 준비중이다.

지방대, 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분에 속한 사람들은 특히나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벌과 지연중심의 사회구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 구조에 지레 겁을 먹어 본인의 성장 한계를 정하고 패배주의 속에서 사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남들보다 환경적 위치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결말을 보지 않은 게임에서 본인이 미리 결말을 정한다면 그 게임은 불 보듯 뻔한 결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The sky is the limit.’

   
 
마음으로 만든 지뢰밭을 없애고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저 문장을 해석하는 관점일 것이다. ‘인정’과 ‘격려’를 통한 작은 코칭 하나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니 코칭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누구나 본인은 풀 수 없는 매듭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 매듭을 풀어 확 끌어올리는 수직적 구조가 아닌, 매듭을 보여주고 스스로 풀어 잠재된 자신을 끌어내주는 것이 코칭의 힘이리라.

홍일택 /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중 / 20's Networks 대표 / 서울시 청년 CEO 클럽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