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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 42년' 모교서 정년 맞은 최병배 교사 화제

“모두가 편안하게 공부하는 세상 되길”

신정남 기자 기자  2012.09.05 0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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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본인이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42년 6개월의 교직생활을 마감한 교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영광 홍농 초등학교 최병배(62) 교사. 6·25가 있던 1950년 영광 홍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 교사는 이 학교 32회 졸업생이다.

지난 29일 오후 4시 학교강당은 최 교사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한 하객들로 넘쳐났다.

“전쟁 때 나고 자라 어려웠던 유년을 겪으면서 겨우 시작한 교사직이 벌써 40년을 넘었습니다. 아쉽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장이나 교감 등으로 승진한 뒤 출신학교에서 퇴임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40년이상 평교사로 지내며 출신학교에서 퇴임식을 가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70년 3월 영암에서 시작한 교직생활이 어느덧 마무리 되는 순간, 최 교사는 축하 받고 있지만 속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3학년 담임을 마무리 하지 못한 채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 때 큰형이 총에 맞아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홧병으로 돌아가신 뒤 집안 살림은 크게 어려웠다. 실제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무등산 산장에서 원효사 가던 길목에 집이 있었다. 이곳에서 광천동에 있는 송원고(당시 숙문고)까지 매일 수 십 킬로미터를 걸어서 등교했다.

“완도의 사후도라는 섬에서 3년동안 모두 5명의 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 가운데 5학년 아이가 서울로 전학을 가자마자 시험을 치렀는데 반에서 5등을 했다며 고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가난의 아픔 때문인지 공부 잘 하지만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장 안타까웠다는 최 교사는 “모두가 편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 이외에 다른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교감이나 교장 등 승진의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저 고향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후배 교사들에게 양보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래서 5년동안 맡아 온 전남지역 초등학교 농구부 감독도 후배에게 물려주고 이른바 할아버지 담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최 교사는 지난 30일 오전 전남도교육청에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