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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의점 택배 '껌값'이라지만 이래서야…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9.04 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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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금요일 저녁, 급하게 택배 보내고자 물건만 들고 편의점에 들렀는데 남는 박스가 없다며 테이프랑 가위도 구입해야 한다더군요. 주변 편의점 5군데를 돌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마트에 들러 박스 포장하고 다시 편의점에서 택배를 부쳤는데, 다음 주 월요일 오후 5시경에나 배송 기사가 가져간 다네요. 가격도 7000원. 이럴 줄 알았으면 월요일 오전 우체국에나 갈걸 그랬어요”

최근 TV-CF에는 개그맨 신보라가 편의점 택배 무인시스템 ‘포스트박스’에 대해 광고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있다. 신씨는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껌값 2500원, 택배비가 2500원?”이라며 놀라는 모션으로 껌값과 같은 편의점 택배가 얼마나 싼지 묘사한다.

포스트박스는 GS25, CU, 바이더웨이에 설치된 자동운송장 등록기를 이용한 서비스를 칭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택배는 계산대 옆에 있는 작은 택배 접수 기계인 편의점 택배 무인택배기 ‘포스트박스’를 통해 보낼 수 있다.

씨브이에스넷주식회사(CVSNET)는 편의점택배서비스 사업을 목적으로 지난 2001년 3월15일 GS25, CU, 바이더웨이 등 편의점 3사가 각각 지분율 32.45%, 32.45%, 12.18%로 공동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포스트박스는 CVSNET회사가 제작한 것으로 CJ대한통운과의 제휴 하에 배송된다. 즉, 편의점에서는 택배 접수만 하고 택배사는 배송만 하는 시스템으로 편의점 택배가 운영된다.

포스트박스 무인택배기가 설치된 편의점은 자체 저울이 달린 무인택배장비로 무게를 재고 요금 측정을 하기 때문에(최저 350g이하일 경우 2500원부터 책정) 운임 적용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체국 택배의 박스 포장 기준 기본요금이 동일지역 4000원(2kg), 타지역 5000원(2kg)것과 비교하면 편의점 택배는 확실히 싸다.

하지만 편의점 내 무인택배기가 없는 곳이 많은 점이 문제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의 취재원에 따르면 같은 지역 5곳의 편의점을 다녀봤지만 무인택배기가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무인택배기가 없으면 수기송장으로 접수해야 한다. 점주나, 아르바이트 점원이 직접 물품을 보고 최소형·소형·중형·대형 식으로 체크, 요금을 결정하는데, 이럴 경우 보통 동일권지역은 5000원, 타지역권은 6000원이 최저요금이다. 결과적으로 재수 없어 수기송장하는 편의점에 갈 경우 우체국보다 비싼 택배비를 내야 한다.

편의점 택배는 배송 기간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네이버 블로그 아이디 매운맛 ***은 “어제 제품을 한 회원님의 도움으로 구입했지만 어제 (다른 곳에) 보냈으면 하고 구입한 건데 (편의점에서 택배를)수거조차 안했더라. 그것도 강남에서. 돈 다 날려버렸다”고 불평했다.

이어 같은 싸이트 레드**는 “편의점 택배는 보통 택배보다 2~3일 더 걸려 짜증나 이제 그냥 택배한다”고 했고 또 다른 사용자 올**는 “편의점 마다 편차가 있다”며 “오전에 보낸 것도 다음 날 수거되기도 하고, 빨리 될 경우 7시에 접수한 게 아홉시쯤 수거돼 다음날 점심시간 쯤 배송 완료된 경우도 있었다”며 덧글을 달았다.

온라인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경은(가명, 34세)는 “CVS는 토요일이라도 12시 이후면 월요일에 발송하는 등 주말 수거를 안하고 평일에 맡겨도 보통 오후 6시 이후에나 일괄 수거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체국 택배보다 싸고 아무 때나 맡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Hello *****은 “알바생이 물건을 빠뜨리고 전달 안하는 경우도 많다”며 “평소 물건 교류가 활발하고 알바 교체가 적은 곳을 노려야 한다”고 자신만의 편의점 택배 노하우를 전했다.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DC인사이드의 게시판에 아이디 두 개***는 “돈 안 남는다고 해서 카드 결제 거부해서 현금 결제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체국처럼 가위나 테이프 등이 준비되지 않는 편의점이 대다수라 미리 포장해야하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포스트박스의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트박스 블로그’에는 “보내는 물건의 포장은 고객이 직접 해야 한다. 포장 box등은 일부 편의점에서 고객의 편의를 봐주고자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공 서비스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편의점 택배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편의점 5개사의 택배 물량이 전년보다 50% 이상 성장을 이어가는 등 가능성을 보이자 편의점 업체들은 처리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택배 서비스 수수료가 요금의 3~5%정도 밖에 없어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할 순 없지만 택배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이용 고객의 동반구매율이 높아 매출 신장에 보탬이 된다는 이점 때문에 이 서비스를 놓지 않는 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가격할인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혈안이 되기보다는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한 세심한 배려부터 해결해야 한다. 네이버에 ‘편의점 택배’만 찍어도 편의점 택배로 불편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뀔 줄 모르는 편의점 택배 시스템 고집의 근원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