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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포화(十字砲火)' ING생명, KB금융 품에 안길까?

가격협상 등 풀어야할 숙제 산적…성공하면 KB생명 '4위'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9.04 17: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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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ING생명의 한국법인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매각 가격에 대한 의견차이로 KB금융지주와의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노조와 사측의 대립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KB금융지주가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 주인으로 유력해 보이지만 가격협상에 진전이 없어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B금융지주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게 되면 KB생명은 합병을 통해 업계 4위 진입이 가능해진다.

◆ 동남아법인 매각부터…인수일정 늦어져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가격차이다.

KB금융지주는 인수대금으로 2조78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NG그룹이 당초 제시한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가인 3조5000억원에 비해 많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 측은 ‘적정 가격을 써냈다’는 입장을 보이며 양측의 가격협상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ING그룹이 동남아시아 법인 중 말레이시아와 태국 법인이 외국인 지분제한 절차로 매각이 늦어지자 문제가 없는 홍콩법인부터 따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인 지분한도를 각각 70%, 49%로 제한하고 있다. ING생명은 규제가 도입되기 전 이들 나라에 진입해 말레이시아와 태국 법인 지분을 각각 100% 소유하고 있지만 법인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은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해야 한다. 기업들은 경영권 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인 것이다.

ING생명은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법인과 일본, 한국 법인으로 나눠서 아시아 법인을 매각하려는 계획이었으나 홍콩법인만 분리 매각할 경우 매각이 더 복잡한 구조가 돼 매각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또한 ING생명은 동남아법인 매각이 최종 마무리돼야 한국법인에 대한 매각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법인 매각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 ‘교섭 무산’ 노조와의 싸움도 평행선 유지

노조와의 협상도 진척이 없는 상태로 노조는 현재 37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노조와 사측은 한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오히려 갈등만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측은 노조에 매각 후에도 2년간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의서를 제안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거부했다.

ING생명 노조 이기철 위원장은 “ING생명 측의 제안대로라면 10년간 고용보장을 해준다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긴박한 경영상황을 이유로 언제든 해고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미 그렇게 구조조정이 벌어진 사례는 수두룩하지 않냐”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영업 쪽 본부장이 찾아와 이야기 했는데 사측이 파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말도 안되는 제안으로 서로 감정만 상했다”고 말했다.

파업이 길어지며 ING생명이 받는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ING생명 노조 파업에는 직원 장기휴가자를 제외한 약 7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본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300여명 가량이다.

이 위원장은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계약심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리스크가 커질 위험이 있다”며 “보험금 지급도 늦어지고 있으며 민원처리도 잘 이뤄지지 않는 등 다양한 시스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ING생명 노조에 고용안정을 보장해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직접적인 만남은 이뤄진 적이 없다”며 “고용안정 등의 약속도 우선협상자가 정해진 뒤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