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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실적 악화 "역시나 이럴 수밖에…"

편협한 과열경쟁에 5개월째 거래대금 100조 밑…저축은행 손실도 자승자박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9.04 17: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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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증권사의 올 1분기 영업익이 지난해 대비 76%, 순이익도 80%가량 급감하는 등 실적 악화는 물론 상당수 증권사는 자본잠식 우려까지 겹치며 2012년 증권업계는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유로존 리스크와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졌고 주식 거래규모가 축소돼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며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된 것.

무엇보다 국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좁은 시장에서의 과열경쟁이 지속된 것과 맞물린 자기매매 손실이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증권사별로 실적 부진의 이유는 다소 다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증권사 22개사의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순이익은 968억원, 영업이익은 1350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78.6%, 76.3% 급감했다.

또한 이날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 기준 상장주식 거래대금은  85조원가량으로 전년 동월 178조7440억원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거래대금 100조원 미만은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이어진 것이다.

거래규모 회복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업황 부진의 직접적 원인이자 향후 실적 모멘텀을 이끌 근원적 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 주식위탁매매 부문에서 강점을 보인 KDB대우증권(006800)과 우리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등은 각각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2%, 42.4%, 57.9%나 떨어졌고 키움증권(039490)도 순이익이 70% 정도 급감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둔 일부 증권사들의 실적 역시 크게 악화한 것으로 파악돼 그 원인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곳은 △현대증권(003450) △대신증권(003540)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003530) △키움증권(039490) △동부증권(016610)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현대증권은 당기순이익에서 1분기 연결기준 95억원 순손실을 기록, 전년 911억원에서 적자 전환했고 같은 기간 영업익도 지난해 1169억5600만원에서 114억100만원 적자로 틀어졌다. 종속대상 기업실적을 별개로 산정한 현대증권 별도기준으로는 실적 감소에도 불구, 흑자 기조를 지켰지만 지난해 인수한 현대저축은행(옛 대영저축은행)이 발목을 잡았다.

대신증권도 연결기준 1분기 영업손실 59억원, 당기순손실 6억원 등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개별 기준으로는 매출 8361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 인수한 대신저축은행에서 7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며 연결기준으로는 성적이 나빠졌다. 대신증권 역시 별도기준 영업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13억원, 54억원으로 흑자를 이어갔다.

올 3월 말 삼신저축은행 지분 50.5%를 취득키로 한 키움증권의 경우 올 1분기 재무제표에 저축은행 영향이 빠져 있다. 키움증권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105억원, 당기순이익은 74% 감소한 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저측은행을 인수한 증권사들이 시스템을 갖추는 데 2~3년 정도예상하고 있지만 인수 이후 시점부터 업황은 물론 이미지가 나빠져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스탁론 등을 활용, 자금순환의 구실로 삼으려던 일부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등 자회사 손실로 실적이 악화돼 자승자박의 결과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축은행의 대출 포지션을 살려 자금을 융통하려면 IB(기업투자)를, 수신 포지션을 살리려면 증권상품과의 연계 등 시너지를 살릴 연구가 필요하다"며 "자금을 좋은 방향으로 회전시키려는 의도는 증시나 증권사의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62개 증권사 중 16.1%인 10곳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는 등 도산까지 우려할 처지에 이르게 됐다. 코리아RB증권이 58.8%로 자본잠식률이 가장 높았고 △비오에스증권 47.3% △알비에스아시아 29.8% △애플투자증권 22.5% △한맥투자증권 17.4% 등도 10%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