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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수문고' 유치한 순천청암대 정희선 교수

재일교포 100년사 학술적 가치 커…일본에 빼앗길뻔한 자료

박대성 기자 기자  2012.09.04 11: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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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암대학 정희선 교수.
[프라임경제]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면서 북한 역사도 바꾸고 있고, 일본은 독도를 노리고 있는 시국에 우리가 재일동포의 기록이나 역사, 문화 등 재일동포 100년사를 연구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앞으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계속 발생될 것입니다."

최근 일본내 교포들이 운영해 온 '금수문고(錦繡文庫)'를 유치한 순천 청암대학 재일코리안연구소 정희선 소장(54)은 4일 "재일교포 윤용길 선생(72)과 지인들이 25년간 운영해 온 '금수문고'를 애초에는 일본의 모 대학에 기증하기로 했으나, 내가 설득해 우리나라로 들여올 수 있었다"고 유치과정을 설명했다.

윤용길씨 등이 사비를 털어 1987년부터 운영해 온 금수문고는 개관 25년이 됐지만, 그 이전부터 수집해 온 자료가 대부분이어서 실제로는 50~70년된 자료가 대부분이다.

정 소장은 "금수문고를 설득 끝에 유치한 것은 재일동포 100년사를 한국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또 누군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인맥을 동원해 국내로 유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재일교포 도서관을 4년제가 아닌 전문대학에 가져온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일동포가 대학을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점 그리고, '기적의도서관'을 맨처음 시작한 곳, 순천이 교육도시라는 점을 강조해 금수문고 측을 설득했다고 한다. 청암대 강명운 총장(65)은 순천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이다.

정 소장은 "일본내에서의 2.8독립선언,1948년 한신교육투쟁 등 쓰라린 역사를 갖고 있는데 우리 학자들에 의해 연구될 가치가 크다"고 정리했다.

한신교육투쟁(阪神)이란, 재일조선인과 일본 공산당이 1948년 4월14일부터 같은해 4월26일까지 오사카부와 효고현에서 벌인 민족교육투쟁이다. 이 사건으로 연합군최고사령부는 전후 유일하게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재일동포 민족도서관 '금수문고'는 바로 그곳, 효고현 아마가사키시(尼岐市)에 자리하고 있다.

정 소장이 이끌고 있는 청암대 재일코리안연구소는 국내 유일 재일동포 연구기관이다. 최근에는 인문학 최고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7억원에 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해 개가를 올렸다.

국내 최고 명문대학들을 누르고 전문대학이 인문학 연구과제를 따냈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재일코리안 인명사전'을 발간했다.

정 소장은 "책은 들여왔지만 당국에 북한서적취급기관 신고와 정리를 거쳐 일반인에게도 무료 개방할 예정이다"며 "특히 일본을 연구하는 재일동포나 교수들에게도 귀중한 자료로 쓰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청암대 학술정보센터 6층에 마련된 '금수문고'는 남북한과 일본 각지에서 수집한 각종 도서와 자료 등 2만3000여의 도서와 미술품 등이 망라돼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