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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대출 이중고, 은행 혼자 풀기엔…

규모 늘리자니 연체율 부담↑…기업예금 등 대기업자금 연결 가능성 주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31 16: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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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소기업 대출 관련 문제가 은행권의 고질적 숙제로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등에서 당국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유진투자증권은 은행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7월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이 전달(1.09%)보다 0.27%포인트 상승한 점이 업종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것처럼, 7월 새롭게 연체된 금액은 4조1000억원에 달한다. 6월 대비로도 2조원 이상 상승했고, 연체 채권 잔액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100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정부는 은행에 대한 충당금 강화 정책을 3분기에도 계속 쓸 것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

대기업 연체율 상승했다지만 실제 심각성은 중소기업 대출

한편 7월 중 대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모두 증가하며 기업대출은 전월말보다 증가세가 확대됐으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대출보다는 중소기업 관련 대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위의 대출 연체율 조사에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연체율 상승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일명 성동조선 효과로, 실상 이 왜곡 비율을 빼면 문제의 심각성은 상당히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비올 때 우산 뺏기 논란'으로 인해 당국이 금융권에 중기 관련 대출을 독려 내지 압박한 것이 현재 상황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이런 효과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상반기에 상당한 온정적 상황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원래 중소기업 대출로 통계에 잡히다가 최근 대기업 관련으로 다시 분류되는 바람에 대출 재분류 착시 효과를 일으킨 업체들이 일부 있어 이를 감안하면, 올 1~5월 은행권의 실제 중기 대출은 16조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13조4000억원보다도 다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위의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은행이 충당금 강화 압력에 시달리게 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패턴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누적돼 온 피로현상과 바젤 III 대비 압박감 때문에 충당금을 더 쌓는 등 수고를 얼만큼 더 감수하고 현재와 같은 패턴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지난 7월에 한국은행이 내놓은 통계(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서베이)에 따르면 3분기의 중기 관련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22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냉각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2분기 이후 22에서 △19(지난해 3분기) △9(지난해 4분기) △13(금년 1분기) △9(금년 2분기)로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이를 도외시하고 원하지 않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권에만 짐지우는 것도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협력사 상생지원도 기대기 어려워

그렇다고 대기업이 협력업체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줄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대목이 많다.

올해 30대 그룹의 협력사 지원금액이 1조790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상반기에 7210억원을 지원했고, 하반기에는 1조698억원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막을 들여다 보면 대기업의 연체율에는 큰 문제가 없어 사실상 우리나라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 문제는 중소기업으로 초점을 모을 수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이 회사채 등으로 조성하는 자금비축 중 일부가 기업예금으로 은행권에 들어오고 있으나, 이 자체만으로는 시장왜곡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를 중소기업 자금수요 지원으로 매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장 회의에서 최근 불경기에 대한 대책을 재계가 마련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는데, 이는 재계가 경제현안에 사회적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히지만 실상은 규제의 완화 등을 요구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정권 말 대정부 압박의 본격화로 볼 수 있어, 이 줄다리기가 본격화되는 경우 금년의 하반기 지원 예정이 차질없이 모두 이뤄질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이 지원 예상액이 모두 집행된다고 해도 체감 온도라는 면에서 실망스럽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30대 그룹은 지난 2010년 9월 대기업 총수 조찬간담회 때 매년 1조원을 지원키로 약속한 이후 지난 2010년 8922억에서 2011년 1조5356억원으로 지원 금액을 72%나 대폭 늘렸다. 하지만 올해는 증가폭이 다소 둔화된 16.6%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침체의 타격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지원 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자금난에 일반적인 은행의 대출 못지 않게 구원투수로 역할을 해야 할 상생협력보증에 관해서도 우려가 높다.

글로벌 위기가 닥친 직후인 2009년 봄, 대기업과 주요 은행은 2009년 4월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보증을 위한 협약을 맺고, 신보와 기보가 보증료 및 보증비율을 우대해 지원하고 그 비용을 사후 대기업이 출연하는 방식으로 중기의 대출을 돕기로 했다. 대기업 9곳과 은행 4곳 등 총 13곳이 모두 966억5000만원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신보와 기보가 종잣돈으로 삼아야 할 이 자금에서 대기업과 은행은 현재까지 약 330억원선만 출자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실 자료). 당초 지원될 예상 밑그림의 30% 수준이라는 것이다.

불안한 대기업의 기업예금, 중기 대출수요 미스매칭 풀 수 있나?

대기업은 현재 상당한 기업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들의 총예금액(976조9300억)에서 예금주가 기업인 예금은 297조5200억원으로 전체의 30.5%였다는 것이다. 2008년 말 177조3300억원에 비해 상당액 증가한 것인데(2008년 위기 도래 직후의 기업예금 비중은 26.4%선) 다시 이 기업의 명의로 된 예금 중 상당액은 다시 대기업의 자금으로 읽힌다.

현재 대기업은 앞으로 경기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에 대비, 운전자금 비축에 나서고 있고 이 중 일부가 은행 예금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이후 이달 말까지 발행되거나 발행될 예정인 회사채는 약 12조원 규모. BBB+급 이하 회사채 발행이 극히 미미한 현재 시장 사정을 보면, 이는 대부분 대기업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중소기업은 은행은 물론 회사채 시장 등에서도 자금의 조달에서 대기업의 흡인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으며 상생지원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다시 대기업 중 일부는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있지만 이는 다시 중소기업의 여신에 투입되기에는 문제가 있다. 기업예금은 이탈률이 높아 과도하게 이에 의존하는 경우 은행의 자금 흐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너무 많이 들어와도 반갑지 않은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축 블랙홀에 빠진 대기업 자금 중 일부를 중소기업 지원에 돌릴 수 있는 경우, 은행의 자금 흐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 난제를 풀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는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