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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현정은 vs 정몽구 vs 정몽준 '증권가 범현대 삼국지' 승자는?

규모·근속년수·수익성 등 ‘맏형’ 현대증권 완승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8.31 15: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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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그룹과 함께 국내 양대 재벌가로 꼽히는 범 현대가(家).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혁명과 궤적을 함께한 기업 명문이며 일국의 대통령 후보와 여당 대표를 배출했다. 특히 두 차례의 친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범현대가의 역사는 우리나라 재벌 가문의 굴곡진 사연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떠들썩한 혈전은 잦아들었지만 가문의 기싸움은 지금도 증권가에서 ‘축소판’으로 진행 중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지키고 있는 현대증권(003450)과 정몽구 회장이 일군 현대기아차그룹을 후광에 둔 HMC투자증권(001500),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의 상징인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하이투자증권이 전통과 성장성을 놓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기 때문이다. 

   
 

◆‘큰형’ 현대證, 자본총계서 아우들 압도

범현대가는 국내 재벌가문 가운데 가장 많은 증권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가장 먼저 범현대 사단에 편입된 것은 1986년 6월 그룹 계열사로 이름을 올린 현대증권이다. 1962년 국일증권을 모태로 설립됐으며, 모그룹인 현대그룹이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망과 이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며 규모가 급격히 축소된 가운데서도 탄탄한 입지를 지켰다.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2008년 3월과 9월 나란히 범현대 계열에 편입된 아우들이다. HMC투자증권 전신은 1955년 7월 설립된 신흥증권이다. 회사가 설립된 2008년은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당시 글로벌 경재위기에도 불구, 공격적인 투자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리던 전환기였다.

하이투자증권은 1989년 제일투자증권을 모태로 2004년 CJ그룹에 인수됐지만 4년 만에 현대미포조선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현재의 사명을 갖게 됐다. 현대미포조선은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다.

공교롭게도 이들 증권사의 몸집, 즉 자본총계는 범현대 품에 안긴 순서대로 많으며 ‘큰형’ 현대증권의 압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증권은 올해 6월 말 현재 자본총계 2조9856억원, 업계 4위의 대형사인데 비해 아우인 HMC와 하이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6659억9160만원, 1756억9243만원에 그쳤다.

◆개인 대주주 ‘현대는 오너, HMC·하이는 임원 몫’

각 증권사의 대주주 명단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계열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모두 그룹 핵심 계열사가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 22.43%를 보유한 사실상 현대그룹 지주사인 현대상선(011200)이다. HMC투자증권의 대주주는 770만5980주, 26.27%를 보유한 현대자동차(005380), 하이투자증권은 현대미포조선(010620)이 2억9249만3502주, 총 83.24%의 압도적인 지분율로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차이가 있다면 현대증권은 그룹 오너인 현 회장이 개인 명의로 대주주에 오른 반면 HMC와 하이투자증권은 장기근속 임원이 이에 필적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현 회장은 자사주 7.07%를 보유한 현대증권에 이어 0.08%(14만3342주)의 지분율로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HMC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012330)가 15.76%(462만3587주)로 2대주주, 현대엠코와 기아자동차(000270)가 각각 3.6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4대주주는 CEO이자 현대캐피탈 경영지원본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제갈걸 대표가 0.16%(4만6416주)의 주식을 갖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분구조는 훨씬 더 단순하다.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현 퇴직연금본부장인 이병철 상무보가 1만8766주(0.01%)의 지분율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 상무보는 본사가 위치한 부산 출신으로 지점장 등을 거치며 23년 가까이 장기근속한 회사 터줏대감이다.

◆‘일 하기 좋은 회사’ 현대-하이-HMC 순

그렇다면 직원 입장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는 어디일까. 평균근속 기간과 비정규직 비율, 평균급여 등을 감안하면 현대증권이 가장 근무환경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6월 말 기준 현대증권의 직원 평균근속 기간은 9.7년, 월평균 급여는 약 660만원이었다. 총 직원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5.8%(148명)에 그쳤다.

하이투자증권은 평균근속 기간이 9.1년으로 나타나 현대증권과 비슷하고 월평균 급여는 700만원으로 오히려 많았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10.2%(계약직 71명, 기타 29명)로 2배 가까이 높았다. HMC투자증권은 평균근속 기간이 3.3년에 그쳤으며 비정규직 비율은 24.9%(250명)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월 평균급여는 600만원으로 세 회사 중 가장 짰다.

그렇다면 회사 수익성은 어떨까.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금융투자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이들 역시 시장의 칼바람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대형사인 현대증권의 형편이 다소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올해 1분기 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채권 및 파생운용에서 수익을 내고도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前)분기 보다 34.3% 급감한 552억원에 그친데다 주식운용부문에서 적잖은 손실을 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HMC투자증권의 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올해 1분기 55억5721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무려 영업이익 규모가 46% 이상 쪼그라들었다. 법인세차감 전 순이익도 지난해 동기 대비 46.7% 급감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손실은 더욱 심각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3억2602만원에 그쳐 지난해 126억2189만원에 비해 무려 85.6% 넘게 급감한 셈이다. 같은 기간 분기순손실도 18억7127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말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