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국내 증권사들 "영문 이름 쓰는 까닭은?"

3분의 1 웃돌아…그룹사 이니셜 사용이 가장 흔해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8.30 18:53:4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솔로몬투자증권이 최근 사명을 변경, 아이엠투자증권으로 거듭났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전문 네이밍업체에 이름을 의뢰했고, 최종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사명을 바꿨다. 이처럼 솔로몬을 비롯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권사 사명이 영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증권사는 △국내사 42곳 △외국계 국내법인 9곳 △외국사 국내지점 11곳 등 모두 62개사로, 국내 증권사 중 영문 또는 영문 이니셜을 일부라도 사용하고 있는 증권사는 18개사다. 국내업체 전체의 3분의 1을 훌쩍 넘긴 수치다.

영문으로 표기된 사명 가운데서는 금융그룹의 영문 약자 이니셜을 따 사명을 표기하고 있는 곳이 가장 많았다. 2000년대 이후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영문 약자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에 계열 증권사들도 자연히 영문 이름을 갖게 된 것.

SK증권은 과거 선경증권이라는 사명을 갖고 있었으나, 1998년 선경그룹이 SK로 그룹명을 변경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름이 SK증권으로 변경됐다. KB투자증권은 2008년 3월 KB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현재의 사명을 달게 됐고, LIG투자증권도 2008년 그룹 계열사로 출범하게 되면서 LIG라는 약자 이름을 사명으로 사용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영문 이니셜로 된 표기를 사용할 경우 그룹사와의 관계를 부각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 시 사명에 대한 고민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 유입에 이름 고친 경우도…

과거 외국계 자금에 인수됐던 경험이나 투자를 받은 전력으로 인해 영문 이름을 갖게 된 증권사들도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이에 해당한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전신은 대유증권이었으나 1998년 영국의 리젠트퍼시닉그룹으로 1100억원에 넘어갔고 이후 리젠트증권으로 변경되게 됐다. 이후 2002년 일은증권과 합병하게 되면서 또다시 사명을 변경, 브릿지증권이라는 이름으로 재차 고쳐졌다.

브릿지증권은 고객을 우수한 종합금융서비스로 쉽고 안정하게 인도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브릿지'라는 사명을 선택했고, 2005년 골든브릿지에 인수되면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으로 또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0년 영국의 생명보험회사 푸르덴셜의 자회사인 파마(PAMA)에 인수되면서 한진그룹에서 분리됐고, 같은 해 사명도 메리츠종금으로 다시 쓰게됐다. '메리츠'라는 사명은 우수함과 공적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MERIT'에 풍부하다는 의미의 영어 복수형 어미인 'SS'의 축약형인 'Z'를 합성해 만들어졌으며 당시 사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등 떠밀려 이름 고친 사례도 있어

과거의 안 좋은 이미지를 벗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혹은 기업 자체가 매각돼 사명이 변경된 경우가 아닌 '남의 손의 등 떠밀려' 이름이 변경된 증권사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 상호를 '현대차IB'로 변경할 계획이었으나 현대증권과의 브랜드 분쟁에 따라 2개월 만에 사명을 HMC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당시 현대증권은 소송까지 불사하며 강력히 반대했고, 법원은 "현대증권과 계열 관계에 있는 회사인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HMC투자증권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최근 상호를 변경한 솔로몬투자증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 5월 부실 등의 문제로 영업정지를 당하자 투자자들은 불안해했고, 이에 연관된 이미지를 피하고자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해외진출 등을 염두, 서울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할 계획이었으나 유진투자증권이 서울증권을 일부 사용하고 있어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솔로몬투자증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와 연관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염려한 외국계 고객들의 제안으로 이번 사명 변경이 이뤄지게 됐다"며 "'나는 ~다'라는 유행어처럼 자신감을 일부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