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바다에서 금맥을 캐다: ③대우조선해양] 만성적자서 LNG선 세계 1위 '기적의 변신'

외환위기 때 LNG선 개발투자, 부품·시스템 국산화 '올인' 결실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8.30 17:25:4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육상을 정복한 인류의 눈길이 ‘바다’로 향해있다. 깊은 바다 속에 잠자고 있는 갖은 자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증유의 바닷속 ‘금맥’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첨단과학이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그 선봉에 조선산업이 서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전세계 조선업계를 강타, 조선산업이 전에 없던 불황에 허덕이고 있지만, 조선업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해양플랜트’, ‘고급선박’ ‘특수선’ 등.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또다시 세계를 제패하게 될 종목들이다. 최근 막강한 ‘저임금 시스템’을 동원한 중국이 벌크선, 종소 컨테이너선 등을 죄다 수주하면서 조선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조선업의 활동무대는 중국과 다르다.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변화가 척척 진행중이다. 수주금액에서도 당연히 중국과 질적인 차이를 보이며 우위에 있다. 바닷 속 금맥을 캐기 위해 ‘세계 1위 조선강국’의 면모를 그대로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와 비전을 집중 취재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굴곡진 한국 조선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는 정부의 제3차 경제개발 5개년에 따라 경남 거제에 옥포조선소를 건설 중이었다. 그러나 공사 도중 1차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첫 시련이 닥쳤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 조선산업 합리화를 선포, 대우그룹에 조선소 인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대우그룹은 새한자동차(현 한국GM)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돼 자금여력이 별로 없었다. 옥포조선소 인수가 늦어지게 된 이유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78년 8월 대우그룹은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한다는 취지로 옥포조선소 인수, 본격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LNG선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후발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의 성장과정은 험난했다. 1980년대 후반 지독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당시 대우조선은 근로자 분신자살 영향으로 노조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양상으로 치닫고 있었다.

결국 이처럼 쓰디쓴 시련은 대우조선해양에 결국 보약이 됐다. 세계 최고의 조선소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 또한 이 같은 과정을 헤쳐나간 경험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1980년대 말 최고 부가가치 선박이었던 초대형 유조선의 대량수주도 이런 혁신 덕에 가능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도 잠시, 경기불황에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대우그룹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름의 생존비법을 익혀온 대우조선해양의 저력은 이때 빛을 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푼 두푼 회사자원을 끌어 모아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선) 개발투자에 나섰다. 해외서 수입하던 부품과 시스템을 국산화하는 데 올인한 것이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2억달러가 훌쩍 넘는 선박가격을 1억7000만달러로 낮출 수 있었고, 이를 통해 2001년에는 전세계 발주량의 45%를 수주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시장점유율은 32%로, 세계 1위다.

LNG선의 경쟁력은 기술에서도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LNG선 통합자동화시스템’ ‘재기화 LNG선(LNG-RV)’ ‘초대형 LNG선’ 등은 10대 신기술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 2005년에는 액화천연가스를 선상에서 재기화해 육상에 공급하는 신선종 LNG-RV를 세계 최초로 건조하기도 했다.

◆“이제는 풍력사업”…드윈드 인수

대우조선해양은 신흥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루마니아 △중국 △오만 △캐나다 등 지구촌 곳곳에서 조선업과 풍력사업·수리조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틈틈이 신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설비 세계 3대 업체로의 변신을 꿰하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의 풍력설비 Cuxhaven.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러시아·오만을 공략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컨트리마케팅 및 합작법인 지분투자 등 적극적인 현지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이상적 대체 에너지로 꼽히는 풍력발전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시장성장세도 빠르다. 덴마크 풍력발전 컨설팅회사인 BTM은 풍력발전 시장규모를 2007년 310억달러에서 2017년 25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규모는 조선시황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 전세계 신조선 발주금액과 맞먹는 수치다.

이처럼 잠재성이 뛰어난 풍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9년 8월 미국 풍력업체 드윈드사를 인수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 캐나다에 풍력발전기 제조공장을 신축했다.

사업도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 주에 설치될 2MW급 풍력발전기 10기를 수주한 드윈드사의 잔여 수주량은 총 55기로 약 1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공급실적 또한 총 65기로 한국계 터빈제조업체로서는 가장 많은 공급 실적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 제조능력과 드윈드사 풍력기술을 결합시켜 2015년 세계 10위 2020년 세계시장의 15% 차지하는 3위권 풍력업체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장담했다.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은 기술력과 사업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LNG 복합제품, FPSO여객선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드릴십, 반잠수식 시추선 등 해양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 최고 해양에너지 개발기술을 확보해 자원개발 사업에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목표는 자원개발 분야에서의 종합솔루션 공급업체.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해양플랜트 기술과 에너지 광구개발 능력 등 자사의 역량을 십분 활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 FPSO, 반잠수식 시추선 등 고부가가치 해양제품 수주와 함께 광구개발에 따른 이익도 동시에 확보, 부가가치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