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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금맥을 캐다: ②삼성중공업] 전세계 드릴십 110척중 절반이 '메이드 인 삼성'

65억만달러 수주 중 해양플랜트 61억달러 1조짜리 드릴십 수주하기도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8.30 17: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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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육상을 정복한 인류의 눈길이 ‘바다’로 향해있다. 깊은 바다 속에 잠자고 있는 갖은 자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증유의 바닷속 ‘금맥’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첨단과학이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그 선봉에 조선산업이 서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전세계 조선업계를 강타, 조선산업이 전에 없던 불황에 허덕이고 있지만, 조선업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해양플랜트’, ‘고급선박’ ‘특수선’ 등.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또다시 세계를 제패하게 될 종목들이다. 최근 막강한 ‘저임금 시스템’을 동원한 중국이 벌크선, 종소 컨테이너선 등을 죄다 수주하면서 조선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조선업의 활동무대는 중국과 다르다.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변화가 척척 진행중이다. 수주금액에서도 당연히 중국과 질적인 차이를 보이며 우위에 있다. 바닷 속 금맥을 캐기 위해 ‘세계 1위 조선강국’의 면모를 그대로 보이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현주소와 비전을 집중 취재했다.

1974년 거제조선소 건설로 시작한 삼성중공업은 1983년 삼성조선과 대성중공업의 흡수합병을 통해 중장비와 건설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 및 개방화 추세에 맞춰 품질 중심의 경영을 적극 꾀했으며, 특히 1994년에는 제3도크 건설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드릴십 진출 2년만에 세계 1위 ‘기염’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온 삼성중공업이지만 세계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피할 순 없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시장을 공략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액 150억달러 중 64%를 해양플랜트에서 확보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 125억달러 가운데 70%이상을 해양플랜트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실제로 현재까지 수주한 약 65억만달러 가운데 해양플랜트가 61억달러로 해양플랜트 비중이 94%에 달한다. 그 신호탄이 지난 2월 수주한 해양가스처리설비(CPF)다. 일본계 호주 자원개발업체인 INPEX사가 발주한 이 설비는 가로세로 110m 크기에 총중량 10만톤으로 해양플랫폼으로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수주금액도 무려 27억3000만달러(한화 3조원가량)로, 동종 플랜트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설비를 설계 및 구매·생산·운송 등 일괄 수주하는 EPC방식으로 계약, 해양설비공사 수행능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현재까지 드릴십 6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표적 해양시추설비다.

삼성중공업이 처음 드릴십을 수주한 건 1996년 10월로 국내 최초였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미국 코노코사와 유전개발 전문업체인 R&B사 컨소시엄으로부터 심해유정 개발용 드릴십을 수주했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벌크선과 같은 일반상선을 주로 건조했던 국내 조선업계에서 당시 드릴십과 같은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1호선의 성공적 건조를 통해 세계 드릴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나갔다. 1호선을 수주한 지 4개월 만인 1997년 2월 동급의 드릴십 1척을 추가로 수주한 데 이어 1호선 건조를 완료한 1998년 9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2척 가운데 7척을 수주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시장 진입 2년만에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종전의 고정식 해양플랫폼이나 반잠수식설비 보다 기동력이 뛰어나고 성능이 개량된 장비를 갖춘 시추설비를 원하는 오일메이저들의 니즈를 한발 앞서 파악한 결과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북극해용 드릴십.
드릴십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건조한 북극해용 드릴십은 얼음덩어리들이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설계가 적용돼 선체두께가 무려 4cm에 이른다. 또한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도씨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드릴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을 개발한 것이 오늘날 드릴십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10척 가운데 54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며 “세계 시장점유율도 49%로 2008년에는 세계 최고가 선박으로 기록된 척당 1조원짜리 드릴십을 수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해양·기계전기 사업다각화

드릴십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중공업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구조를 조선·해양·기계전기 3개 부문으로 다각화할 계획이다.

조선분야는 녹색경영을 통한 친환경 선박 경쟁력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연료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선형 설계와 폐열회수장치·저온연소·친환경 기자재 등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세부 기술개발·신개념추진선·미래연료 운반선 등 다가올 친환경시장 선점을 위한 신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해양부문에서는 심해 유전에서 원유를 추출해 운송하는 서브시 생산설비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아프리카 등 세계 주요 포스트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계전기사업은 기존 풍력발전사업 외 발전기·변압기·차단기 등 발전설비를 비롯한 중전기 사업과 조선해양 생산 및 전문로봇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신규사업으로 추진해 온 풍력사업은 최근 해상풍력발전기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파이프주의회와 해상풍력발전사업 협력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메틸시 해안지역에 7MW급 해상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설치, 시험 가동한 후 2014년부터 생산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역내 송전망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유럽 해상 풍력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시장에 진출하고 본격적으로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유럽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