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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금맥을 캐다: ①현대중공업] '심해자원 생산플랜트' 맏형

국책과제 주관…해양플랜트 30년 170여건 대형공사 노하우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8.30 16: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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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육상을 정복한 인류의 눈길이 ‘바다’로 향해있다. 깊은 바다 속에 잠자고 있는 갖은 자원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증유의 바다 속 ‘금맥’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첨단과학이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그 선봉에 조선산업이 서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전 세계 조선업계를 강타, 조선산업이 전에 없던 불황에 허덕이고 있지만, 조선업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해양플랜트’, ‘고급선박’ ‘특수선’ 등.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또다시 세계를 제패하게 될 종목들이다. 최근 막강한 ‘저임금 시스템’을 동원한 중국이 벌크선, 종소 컨테이너선 등을 죄다 수주하면서 조선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조선업의 활동무대는 중국과 다르다.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변화가 척척 진행 중이다. 수주금액에서도 당연히 중국과 질적인 차이를 보이며 우위에 있다. 바다 속 금맥을 캐기 위해 ‘세계 1위 조선강국’의 면모를 그대로 보이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현주소와 비전을 집중 취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72년 조용한 어촌마을에서 창조와 개척 정신으로 조선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조선입국의 신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딛고 30년이 지난 지금, 굴지 중공업 회사로 발전했다. 조선 사업을 통해 축적된 기술로, 해양·플랜트·엔진기계·전기전자 시스템·건설장비 사업에도 진출하면서 세계적인 종합중공업 회사로 성장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역시 글로벌 경제 악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3278억원으로 전년대비 51.6% 줄었으며, 당기순이익(6571억원) 역시 70.2% 급감하는 등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현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혁신’과 ‘도전’이라는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기술과 품질, 생산성 면에서 명실 공히 글로벌 리더로서의 기틀을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고 있다.

‘핵심 조선’ 세계최대·최고 조선소

조선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1985년 선박수주 및 건조량 부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일본)을 제치고 조선부문 세계 1위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972년 3월,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 건설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은 현대중공업은 2년3개월이란 최단기간 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완공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이와 동시에 그리스 리바노스(LIVANOS) 사의 26만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면서 조선소 준공과 함께 선박건조를 완료하는 ‘현대 신화’를 창조한 세계 조선산업의 산증인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동남아에서 가스 가압플랫폼과 유사한 NR2 해상 플랫폼을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풍부한 건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주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조선사업본부는 10개의 대형 건조도크와 9기의 초대형 골리아스 크레인을 비롯한 최신 생산설비, 우수한 인적 자원 및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개발 관련 선박 및 가스선은 물론 일반상선과 최신예 함정에 이르기까지 연간 90여척 내외의 다양한 선박을 최상의 품질로 건조해 세계 속의 조선 한국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 때문일까.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말까지 총 48개국, 272개 선주사에 1740여척(특수선 제외)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올해 세계 최초로 ‘선발 건조량 1억 GT’라는 신기록을 달성함과 동시에 세계 역사상 최단 기간 내 최대 건조 실적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조선과 IT가 융합한 ‘조선 IT 융합 혁신센터’ 개소식을 갖고 조선 IT 분야의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선박 운항정보를 제어하던 기존 스마트십(Smartship 1.0)의 수준을 넘어, 선박이 연비 및 배출가스 등을 고려해 자동으로 최적의 운항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스마트십 2.0’을 구현할 예정이다.

가격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박의 경제적 운항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십은 세계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명성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원가절감 및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에너지고효율 선박 및 심해 유전 개발 활성화에 따른 해양 특수선종 등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세계 1등 조선소로서의 당사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세계 최강 추진력’ 해양플랜트 업계 선도

해양플랜트는 일반적으로 바다가 있는 석유나 가스를 탐사하고 굴착, 생산하는 시설을 뜻한다. 이른바 ‘해양 굴착 장치(Offshore)’라고 말하는 산업 분야를 비롯해 그린 에너지라고 불리는 해상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과 관련된 발전 설비, 그리고 해상에 설치하는 모든 사회 기반 시설을 모두 포함한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사업은 ‘해양사업’과 ‘플랜트’로 구분된다. 이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설비와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해양 사업부는 지난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쥬베일 항만 하역 설비 공사를 수주해 89개의 상부 및 하부 구조물을 우산에서 제작 및 해상에 설치하면서 해양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30여년간의 풍부한 공가경험과 고도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추고 있는 플랜트 분야 역시 설계·구매·제작·시공·시운전·운전원 교육에 이르는 프로젝트의 전 고정을 일괄도급방식으로 수행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가스엔진에 대한 공식 시운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30여년간 170여건의 각종 공사를 수행하며 풍부한 제작 경험과 우수한 공사수행 능력을 쌓아 온 현대중공업은 기술개발과 신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미래 신(新)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심해저 플랜트(Subsea)는 유럽 및 미국 등 몇몇 선진업체만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블루오션인 만큼, 이에 대한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11일 지식경제부로부터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의 사업자로 선정돼 심해자원 생산용 해양플랜트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이 사업에는 총괄 주관사인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관련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총 5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6년 간 총 20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은 지식경제부 국책과제인 ‘해저 생산플랜트 설계 안전성 평가 및 심해 설치 기술’에 대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지난해 초부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에는 심해가스전으로부터 채굴한 천연가스를 처리하고 영하 163도로 액화·저장·하역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설비인 LNG-FPSO 독자모델인 ‘현대 FLNG’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자체 개발한 ‘선박용 배기가스 저감설비’를 국내 최초로 선박에 공급하는 데 성공하며, 친환경설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설비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을 독자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것으로,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16년 국제해사기구의 ‘TIER III(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가 발효되면 선박용 엔진의 배기가스 저감설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부터 건조되는 선박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TIER Ⅰ대비 80%가량 줄인 1킬로와트(kWh)당 1.96~3.4그램으로 감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6월에는 지난 2010년 5월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가스엔진에 대한 공식 시운전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이 엔진은 기존 디젤엔진과는 달리 중유(重油) 대신 LNG를 연료로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최대 1만3000마력까지 출력을 낼 수 있다.

특히, 디젤엔진보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20% 이상 줄이고 유해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97% 이상 저감시켜 세계 최저 수준인 50ppm을 실현했다. 드릴십과 같은 해양설비와 선박은 물론 육·해상 발전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미 지난 7월 초 동남아 석유회사로부터 4억2000만달러 규모의 가스가압플랫폼과 3억6000만달러 규모의 자동차운반선 5척을 잇달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난 7월2일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12억달러에 수주한 데 이은 것으로, 현대중공업은 하반기 들어서만 20억달러를 수주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스타트오일(Statoil)사(社)로부터 북해에 설치될 가스생산플랫폼의 하부구조물에 대한 발주의향서(LOI)를 받는 등 추가 수주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 및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풍부한 건조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반기 적극적인 수주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악화로 시장이 움츠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칠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판단한 현대중공업이 ‘창조적 예지’와 ‘적극의지’, ‘강인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환경을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미래에 도전하며 세계 속의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전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