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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해외 진출, 중간금융지주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화·수익 현지투자 포함 난제 산적…씨티 일본실패도 악재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30 15: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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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제적인 경제위기 상황임에도 불구, 국내 금융그룹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들의 해외 진출은 미국과 중국 등 일부 지역 편애 상황에서 벗어나 최근 아시아 지역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해외점포의 총자산이 확대되는 한편 당기순이익도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현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현재의 진출 패턴과 관련 앞으로는 중간금융지주를 세워 진출에 활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현지화 추진과 정책 판단의 기민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일부 해외 금융업체들 중에서는 중간지주 설립과 많은 인력 투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시도하는 전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현재 '경제민주화' 논의로 금산 분리와 중간금융지주 문제가 같이 논의되는 점 역시 이 같은 중간지주 활용 필요성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더하고 있다.

아시아 비중 높아지고, 은행업 일색에서 금융투자업 추가되는 추세

금융감독원의 '7월 금융지주회사의 해외진출 현황'에 따르면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지주가 가장 많은 수의 해외점포(38개)를 운영하는 금융지주사로 꼽혔으며, 조사기간 중(2006년~2012년 상반기) 해외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우리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나타났다(각 11개, 9개의 해외점포 확장).

우리 금융그룹은 지역별로는 아시아 지역(107개 점포, 71.3%)에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에는 중국(18개) 및 미국(15개)에 주로 진출해 있었으나, 2007년 이후 베트남, 싱가폴, 홍콩으로의 진출이 확대돼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점차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은행업(105개 점포, 70.0%)이 가장 많았지만, 2007년 이후 금융투자업의 해외진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현재 해외점포 총자산은 623.7억 달러이며 당기순이익은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감소되었다가 회복되는 추세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주로 아시아(1억9800만달러)에서 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북미와 남미지역은 2009년, 2010년 중 적자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뒤 올해 상반기에는 흑자폭이 확대됐다. 아시아권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을 모색하는 패턴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간지주, 일본 진출 외국계 업체들 보면 더 중요한 건…

현재의 해외 진출 패턴보다 한층 조직구조 측면 보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중간지주회사를 활용한 국제화 전략' 보고서를 내고 "해외진출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중간지주사 제도 도입과 같은 조직구조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주사 밑에 또 다른 지주사를 설립하는 중간지주사 제도를 도입하면 국내 및 해외 영업의 구분계리(회계처리 분리)가 가능해 전략, 인사 및 평가, 예산, 경영계획 등 전 부문에 걸쳐 해외부문의 독자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진출희망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 중간지주사를 직접 설립하면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 지역 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일본 미즈호 그룹이 미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IB)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현지에서 금융지주회사 자격을 획득하고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한 케이스를 언급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일본 현지에 닛코씨티홀딩스라는 중간지주를 두고 그 아래 상당한 계열사들을 두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렸으나 현재 일부 업체를 매각하고 카드 등 일부 영역만 현지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현재의 씨티일본홀딩스와 현지 영업을 하고 있는 금융업체들의 목록 소개.
하지만 이 같은 논의를 일반화해 진출을 시도하는 지역군마다 중간지주를 세우거나 아니면 적어도 한 지역군에서 독자경영이 가능할 정도로 증권·카드·자산운용 등을 모두 다 진행 가능하도록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일본의 경우 씨티그룹이 해외 금융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지에 중간지주를 설립하고(옛 닛코시티홀딩스) 닛코코디알증권, 닛코신탁은행, 닛코애셋매니지먼트 등을 운영한 바가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씨티는 닛코신탁은행 매각을 바로 추진하고, 닛코코디알증권 역시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에 매각(2009년 5월1일 미 씨티그룹 프레스 릴리스 참조)하는 등 발빠른 정리 태세를 보였다. 현재는 지주의 명칭 자체도 닛코씨티홀딩스에서 일본 씨티그룹 재팬 홀딩스로 변경(2009년 10월) 변경되고 전성기 당시보다 단촐한 영역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HSBC가 일본 내 고객들에게 HSBC프리미어 서비스 중단을 공지하고 있다.
일본의 탄탄한 고객층을 놓고 씨티와 격돌할 것으로 관측됐던 영국계 금융그룹 HSBC 역시 일본 소매금융에서 손을 떼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국이자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는 일본, 그 중에서도 PB 기능이 낳을 수있는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수익을 기대치만큼 거두며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PB 서비스격인 일본 HSBC 프리미어 서비스는 내달 7일까지만 지원 기능이 제공된다.

결국 진출하는 국가의 금융감독 패턴이나 제도 준수는 물론 현지화 노력이 성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우며, 중간지주사는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 중 유력한 방법지일 수는 있으나 지역색과 관계없이 유용하거나 절대적으로 신봉해야 하는 도그마로 이해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과감한 투자 뒷받침돼야 빅뱅식 해외전략은 필요 

다만 중간금융지주사에 대한 부분 외에도 김 연구위원의 보고서에서는 시사점이 될 만한 주문이 많다. 김 연구위원은 "현지진출과 현지화과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도전적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며 "해외부문의 수익이 계속 해외에 투자되고 추기 투자 기간에 발생하는 부실 등에 대해 최고경영진이 자유로울 수 있는 분위기가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은 위에서도 도출되는 키워드인 현지화로 다시 귀결된다. 중간금융지주를 만들면 물론 전략, 인사 및 평가, 예산, 경영계획 등 전 부문에 걸쳐 해외부문의 독자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이를 모두 보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전략과 마인드를 갖춘 조직이라면 반드시 중간지주라는 틀에만 연연할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중간금융지주란 우리 상황에서는 낯선 것이기는 하다. 예를 들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봄, 한국투자운용지주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과거에는 금융지주회사법에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손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하도록 돼 있어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신운용과 한국밸류운용의 해외법인 설립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이 같은 중간지주 활용 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후에 법이 개정돼 중간금융지주를 굳이 둘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 중간금융지주를 반드시 만들 국내적인 필요성이 존재하거나 해외의 현지 영업과 당국과의 접촉 면에서 수요가 발생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신 해외진출의 적극적 모색과 현지화가 가능한 투명한 회계 등은, 지분인수 혹은 지분참여 등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으로 간접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바 이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진다.

KB금융이 지난 연말 중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공상은행과 포괄적 업무 제휴를 맺었고 하나은행은 중국 지린은행에 3700억원위안을 투자해 지분 18%를 인수한 바 있다. 이런 방법은 단순히 자체적으로 사무소 혹은 지점 내지 법인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일명 플래그십 영업에서 탈피해 현지 적합성을 높이는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정한 활동 지양하고 이익의 계속 투자에 해답

   
씨티나 HSBC의 일본진출 사례의 경우, 중간금융지주를 통한 진출이나 상당히 많은 인력을 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진출해도 현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은 빠른 시간 내에 높은 현지화 적응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SBJ의 현판(오사카지점).
아울러 현지에 진출한 경우 해당국 금융감독의 제도나 감독당국의 지도(법적인 구속력으로 바로 귀결되지 않더라도 행정지도로 사실상 규제를 하는 경우 포함)를 준수할 필요 역시 높게 주문된다고 하겠다.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SBJ는 과거 일본에서 예금을 받아 이 자금을 한국에서 운용하기도 했지만, 예금을 일본 국내에서 운용하라는 일본 금융청 행정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4년 9월 일본 금융감독기관이 주가조작에 사용된 자금을 대출해 줬다는 이유로 씨티그룹 PB사업부 철수와 신탁사업 신규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당시 CEO가 일본을 방문하는 등 홍역을 치른 전례도 현지화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 연구위원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해외부문의 수익이 계속 해외에 투자되고 추기 투자 기간에 발생하는 부실 등에 대해 최고경영진이 자유로울 수 있는 분위기가 요구된다"는 점은 두드러지는 추세이자 경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갈수록 경제위기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 내 창출 이익의 자국 내 회전과 재투자 방향으로 연결하는 패턴은 더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해외에 한 번 나가면 한국 쪽 계정으로 얼마를 끌어들이고 어떻게 당장 모국에 유용하게 활용한다는 식의 계산을 할 것이 아니라, 금융영토를 넓히고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본연의 해외진출로 시각을 확대해야 한다는 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교포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 현지화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고 은행업 외의 분야로도 진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마인드로 진출해서는 어려움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