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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싱가포르 공략 의지 독배될까 '우려'

해외 팀 통째로 스카우트 했지만…선발대 기업 기대 이하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8.29 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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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증권이 싱가포르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이달 초 타 증권사 해외 트레이딩 팀을 통째로 스카우트해 싱가포르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신규 시장 개척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증권사는 단 3곳으로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다. 최근 대우증권이 이에 동참했다.

대우증권은 싱가포르통화청(MAS)으로부터 설립 본인가를 받고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홍콩법인이 지난해 155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냈다”며 “자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는 범위 내에서 신규 시장 개척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이 최근 싱가포르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선발 진출 중권사들이 적자를 내고 있어 현지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에 속속 진출한 영향 탓일까. 현대증권도 이에 동참할 뜻을 표했다.

현대증권은 싱가포르 등 해외경험이 풍부한 아이엠투자증권(구, 솔로몬투자증권)의 김홍식 전무를 달포 전 영입하고 현지 법인 개설준비위원장으로 인사발령 냈다.

더불어 아이엠투자증권의 GPT(Global Prop Trading)팀 4명을 통째로 스카우트해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꾀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런던, 뉴욕, 홍콩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동경지점과 상하이지점 그리고 카자흐스탄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관계자는 “과거 윤경은 전 사장이 헤지펀드 진출에 적극적이었으나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영입인가가 보류되면서 GPT팀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전 윤경은 사장은 지난달 초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직을 맡고 있고 있으며 싱가포르 법인 오픈도 윤 부사장이 적극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전력은 ‘양날의 칼’

문제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데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현지법인의 영업실적은 마이너스를 기록, 영업 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2월 말 발표된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지점은 13억8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2억41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또, KTB투자증권이 이날 발표한 6월 분기보고서에서는 싱가포르 현지법인이 1억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싱가포르 진출 현지 법인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해당 증권사들은 매우 적은 규모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거래량 감소로 프라임브로커리지 영업이 생각만큼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0.5% 정도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를 생각하면 400억원에 불과해 외국인 투자자가 몰릴 경우, 이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낼 수 있으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돌다리도 두들겨봐야…

한편에서는 과거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신 시장 개척이라는 면목 하에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가 손실만을 입고 철수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홍콩법인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으며, 삼성증권의 경우 홍콩법인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위탁매매를 중단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수백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홍콩 법인에서 냈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은 기관을 대상으로 ‘맨땅에 헤딩’한 삼성증권과는 다르다고 밝혀왔으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원에도 불구,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해외법인 영업이 부진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아직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시장에서 활약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증권의 싱가포르 시장 진출도 신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며 “(현대증권이) 수익성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