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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준상 CF 기용한 하나은행의 숙제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28 15: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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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25일)부터 온에어 된 하나은행의 신규 광고가 화제다. 디스코 음악과 춤으로 재미있게 활용한 데다 인기 드라마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국민 남편’ 유준상이 모델로 기용됐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하나은행’이라는 내용을 담은 이번 광고는 아닌 게 아니라, 드라마 속 유준상이 분한 방귀남의 모습을 훔치기 위해 깊이 고심한 데 따른 결과물로 읽힌다. ATM,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채널에서의 이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야별로 고객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겠다는 각오를 설명하기에 ‘남편 역할’ 외에도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서 모든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방귀남(드라마 극중 인물 이름) 이상의 캐릭터 이상의 이상형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방귀남은 시댁과 같은 아파트에 살기로 결정하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서 방귀남은 미국 유학을 포기한다. 물론 아내의 양보와 동의가 전적으로 필요한 사안인데 이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둔다. 가족 안에서 오랫동안 핍박과 설움을 받았던 어머니를 위로하고, 할머니 앞에서는 아직도 재롱둥이인 손자로 되기도 한다.

아버지의 의견과 말씀을 적절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동생들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방귀남이 가족 구성원들 간의 문제를 어떤 해법을 통해서 풀어주기 이전에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주고,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어려운 문제의 난이도를 해결하는 마스터키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광고에 덧붙일 말이 없지 않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출발점이자 주요 계열사다. 여러 계열 회사들을 통수할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나 지혜로운 역할론은 매트릭스 체제를 운영하는 하나금융의 특성상 특히 더 고강도로 요구되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그룹 전반의 큰 변화를 맞이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하나은행만 잘 하면 된다든지 브레인격인 지주하고만 잘 지내면 되거나, ‘앞으로 5년’이라는 유예 시간표를 받고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외환은행과 화학적 결합이 아닌 어정쩡하게 공존하는 미봉책으로 시간만 끌 것도 아닌 위치에 서 있다.

이런 점에서 근래 거둔 하나금융 성적표에서 외환은행 염가매수차익을 빼면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평도 존재한다.

   
 
한국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이 어려운 와중에, 규제가 나날이 강화되는 금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그룹 전반을 실상 이끌라는 주문은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맡은 자리가 그런 걸 어떻게 하나. 기왕지사 방귀남을 끌어들였으니, 그 이미지 중 일부만 차용하지 말고 많은 모습을 닮기 바란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시너지 효과 창출 욕구에 경도된 하나금융지주와 독립경영에 관심이 큰 외환은행간 불협화음 사이에 다소 소극적인 면모가 없지 않았다면, 더 비중있고 양보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