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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애플 "피스메이커는 어디?"

손잡을 여지 있지만 反애플 정서·삼성 제품공급 등 이해관계 상충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8.28 13: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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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9차 심리에서 한국계 루시 고 판사는 "이제 화해할 시간(It's time for peace)"이라며 양사에 화해를 권했다. 양측 모두에 위험부담이 있어 한 번 더 협상을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권고였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지적소유권 다툼을 둘러싼 제반사항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안드로이드 진영은 패배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애플 주가는 전일대비 1.88% 상승하며 675달러대에서 장을 마감해 전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7.45% 급락한 삼성전자 주가와 명확한 대조를 이뤘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파(派)인 구글은 1.39%, 아마존닷컴은 1.82% 하락했다.

또한 ITC(국제무역위원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모두 11개사의 특허와 등록상표 침해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3개 기업의 신청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며 대상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 무선 전자기기다.

현재까지 표면적 상황만 봐서는 삼성전자에 닥친 악재로 볼 수밖에 없으나 글로벌 정서는 IT분야에 무지한 배심원을 내세워 앞마당 전투에서 승리한 애플을 질타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지금 분위기를 이어가 동정표를 추가하고 삼성전자향 우호적 무드를 조성한 후 정비된 소송자료를 바탕으로 다음 전투에 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제2, 제3의 소송이 예정돼 있는 만큼 양사의 소모적 논쟁은 지속될 것이 분명해 화해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차라리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업계 일각에서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부 전문가들 역시 대동소이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평결은 애플의 손을 들었으나 이 결과가 유럽 등에서 진행되는 소송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으며 오히려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에 따른 소비자 반발심리가 반(反)애플 정서와 합쳐질 경우 애플이 불가피하게 화해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

삼성전자도 애플의 본거지인 미국 대륙의 항소심에서 1심 평결을 뒤집는다는 보장도 없고 평결 직후 애플이 재판부에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영구 판매금지 심리를 신청해 부담이 상당하다.

아울러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에게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를 75억달러가량 구매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양사는 사업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의 화해를 은근히 바라고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동양증권 박현 연구원은 "애플도 주요 거래선인 삼성전자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라이선스 구매나 라이선스 교환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LIG투자증권 최도연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애플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전략적 제휴선이므로 결국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 농후하다"고 박 연구원의 견해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판매금지 조치가 나온 것도 아니고 애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갤럭시 S3와 갤럭시노트2가 평결에 포함되지 않아 그나마 한숨 돌리고 있다"며 "대외적인 화해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밑 작업을 통한 화해 과정이 진행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편이었다"며 "추이를 좀 더 살핀 후 항소 외에 다른 액션을 취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난 4월15일 삼성전자와 애플 분쟁이 1년을 맞았을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관측했으나 삼성전자는 양사 제품 공급에 따른 이해관계를 근거로 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외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