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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실 때까지 TM전화"? 은행권 근성마케팅 '금물'

이탈고객 리커버리기법 발전 중…CRM에서 CEM까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28 11: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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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경기에 금융권이 고객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은행은 불경기에 고객들이 예금을 줄여 생활비로 조달하거나 대출 상환 자금으로 쓰는 경향이 강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동성 규제가 강화되는 바젤 III 시대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도 총수신을 늘릴 수밖에 없어 기왕에 확보된 예금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필요는 더욱 높다.  

이 와중에 축적해 온 고객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는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에 은행권이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우리 리커버리 제도, "외환은행 DB, 하나금융 CRM에 넣으면…" 눈길

일찍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우리 은행권은 조·상·제·한·서의 5대 명문 은행이 모두 통합되거나 피인수되는 등 격변을 경험했다. 이 와중에 그 전까지 남아있던 관제금융의 잔재가 거의 일소되고 무한경쟁 마인드가 빠르게 자리잡기도 했지만, 거래관계가 대규모로 정비되면서 고객들과의 유대감이 시험대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격랑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한국경제의 사정 역시 어느 정도 회복된 2006년경 우리은행은 리커버리 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이탈한 옛 고객을 되짚은 바가 있다. 한일과 상업이 합쳐지는 등 위기관리 국면에서 여신을 줄이면서 이탈한 고객들을 새 거래 정보로 재공략하는 게 골자였다. 

이런 CRM 정보 활용은 이후 우리은행 탄생과 우리금융지주의 출범이나는 첫 실험이 성공한 뒤 금융지주제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으면서 한층 각광받게 된다. 지주를 중심으로 금융그룹이라는 개념이 한층 강화되면서 마케팅 역시 정보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 수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속도를 붙이게 된 것이다.

고객의 거래 관계에 중점을 두고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하는 프로그램 역시 본격적으로 정비를 거듭했다. 국민은행도 CRM 활용의 프로그램화에 일찍부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하나금융그룹이 CRM 툴(시너지박스)에 외환은행 고객 정보를 함께 공유하겠다며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이 보유한 정보를 하나HSBC생명 텔레마케팅(TM) DB로 활용,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

CRM하려다 반발살라…스마트폰 시대 맞아 감정 고려 CEM 새롭게 부각
   
CRM은 잘 됐으나 CEM에서 문제가 생긴 실제 사례. 여기서 하나은행은 일선 점포를 동원, 계열사인 하나SK카드의 판촉을 했지만(객관적 정보의 활용 마이닝 혹은 시너지 효과 창출로 볼 수 있다), 이후 카드에 불편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은행쪽으로 문의 및 항의가 들어가자, 이에 대응을 잘못해 고객 반감을 키웠다. 담당부서나 해당계열사 이첩 응대가 잘못되거나 이에 더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주면 실제 문제가 있는 상품은 물론 그 계열사 상품들까지 모두 거래중지로 흐를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등에서 외환은행 고객의 정보를 동의 절차 없이 인수합병됐다는 이유로 새 가족이 된 금융그룹의 계열사와 공유하게 되면 고객의 반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점은 CRM의 현주소와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경험을 분석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반영하는 등 '고객의 경험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하자는 관점 전환이다. 이렇게 관점을 기업의 정보 관리에서 고객 시각으로 변경하는 동시에, 일단 '완결된 정보'·'이성적 정보'의 분석 중심에서 '현재 대고객 접점의 문제'·'고객의 감성적 경험' 쪽에 방점을 옮겨 찍는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위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관점 차이 사례에서도, 하나금융쪽에서 갑자기 판촉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 기존 외환은행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은 정서적, 감성적 경험 측면에서 본 상황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은행들 혹은 금융그룹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개설, 고객의 소리를 듣거나 고객들을 실제로 고문으로 촉탁해 고객서비스센터 등을 개설하고 있는 점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일방적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용두사미되는 경향이 없지 않은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CEM의 문제는 스마트폰이라는 시대적 키워드를 만나면서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시대는 필연적으로 인터넷포털, SNS, 각 금융기관 홈페이지 등을 아우르는 접근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고객의 평가 정보(특히 부정적 정보)의 생산, 확산과 재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런 확산 가능성은 통계적으로도 그 규모가 추산되는데, 일례로, 국내 서비스 이용 고객의 이동으로 인해 연간 국내 기업에 발생하는 비용은 약 3.7조원이지만, 특히 본인의 이탈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까지 서비스에 대한 불만 표출, 이를 바꾸도록 권유 등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연간 약 5.5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미 확보된 정보를 활용, 다른 거래를 창출하도록 권유하는 경우에도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명 근성 마케팅을 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CRM뿐만 아니라 CEM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하나은행의 고객 불만 유발 사례.

이런 CEM은 고객의 요구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감성적 소비 역시 같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보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2008년에 BMC소프트웨어가 차오 연구소와 공동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한국 지역의 서비스 만족과 고객 이탈에 대해서 부수적인 정보가 분석돼 나온 바 있다. 여기서 보면 한국의 은행계도 친절함 등 정서적 문제에 고객 이탈이 일어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 4000명의 응답자 중 600명의 한국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성별, 나이나 수입 등으로 그룹을 나누어 은행, 통신 및 생활 필수 서비스 항목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이 조사에서 국내 서비스 이용 고객은 이탈 성향이 높다(4명 중 3명이 서비스 제공업체를 바꾼 경험).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균 고객 이탈 비율인 55%에 비해서는 물론이려니와 일본에 비해서는 약 2배나 높은 수치라고 이 조사는 평가했다.

특히, 고객이 (거래관계를 끊고 이동을 하지 않고) 동일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이유 중 △1위는 가격적 측면이기는 했지만 △2위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고객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이며 관련 정보를 제공 △3위로는 친절한 직원이 그 이유로 이때 나타난 것을 보면, 객관적인 CRM적 접근과 정서적인 CEM적 접근의 중요성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즉 고객에 대한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관리가 받쳐준다면 가격에서의 경쟁력 확보에서 설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더 싸고 좋은 서비스의 등장: 은행에서는 이율 문제로 나타날 것으로 보임) '후미 관리'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불경기로 인한 고객 뺏고 뺏기기의 레드오션시대에서 이런 집토끼 관리 전략은 특히 영업전략의 구사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