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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렉서스 '신형 효자' ES350 생산거점 일본 큐슈공장 가보니…

부산서 50분 거리…1mm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지독한 장인정신 살아 있어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8.28 08: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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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악재에 시달리던 토요타가 역대 최고 생산실적으로 상반기 글로벌 판매 1위 탈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3위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토요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쟁사인 GM과 폭스바겐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1년 만에 실적을 회복한 것이다. 토요타 큐슈공장을 방문하고 그들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토요타그룹은 이번 상반기 글로벌시장에서 전년대기 34% 증가한 497만대를 판매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순위가 3위로 잠시 하락했지만, 북미와 아시아지역 판매호조에 힘입어 1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생산실적 역시 회사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 글로벌 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55.5% 증가한 524만7616대로, 토요타 최초로 상반기 생산실적이 50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실적에도 만족하지 못한 토요타는 올해 그룹의 글로벌 판매를 대폭 수정했다. 올해 2월 발표한 글로벌 판매계획(958만대) 대비 18만대 증가한 976만대를 판매할 계획으로, 전 세계적인 친환경차의 수요증가와 북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판매호조를 반영한 결과다. 

이러한 토요타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완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토요타 큐슈공장을 방문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토요타 공장의 실상을 체험해 봤다.

◆품질, 1㎜ 오차 허용치 않아

“지난 6월 큐슈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부산에 다녀왔는데 비행기가 상공으로 치솟는가 싶다가 바로 내려왔다”

지난 24일, 토요타 큐슈 니하시 이와오 사장이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큐슈와 부산 간의 지리적 접근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어셈블리 공장에 들어서면, 첨단 자동화 설비들과 직원들이 렉서스 신형 ES 모델 제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토요타 큐슈공장은 부산에서 비행기로 불과 50분 거리인 후쿠오카 현 미야와카에 위치해 있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자랑하는 렉서스 차량의 생산 공장으로, 연간 최대 43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가 최고조에 달한 2007년에는 44만대를 생산하기도 했지만, 리먼과 미국 리콜 사태 등 악재를 거치면서 지금은 연간 30만~35만대에 그치고 있다.

어셈블리(조립) 공장에 들어서면, 첨단 자동화 설비들과 직원들이 렉서스 신형 ES 모델을 포함한 다양한 모델 제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장 내부는 먼지 발생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흰색과 회색으로 마감했으며, 라인 바닥도 기존 체인 방식이 아닌 전동식을 채택함으로써 조용하고 아득한 환경을 조성했다.

공장 직원들은 최고 품질의 차량만 만들 수 있게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공장에서 세팅된 부품박스에서 부품을 꺼내 조립에만 집중하고 있다. 조립하는 공구 및 장비들은 데이터를 기록함으로써 이상 발생 시 해당 부분을 쉽게 찾아내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바닥으로부터 1~2m 위치에는 하나의 흰줄이 걸려있다. 직원들은 품질이 의심되거나 신체 이상이 생길 때 이 줄을 당겨 전체 직원에게 알린다. 이와 함께 생산 라인도 일시 정지된다. 하나의 ‘호출선’으로 전체 생산물량보다는 차량 하나의 품질에 더 중점을 둔 전략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여타 공장과는 다르게 라인 아래에 조명을 설치했다. 차량 하단 작업이 좀 더 용이하도록 큐슈공장 직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현재 모든 토요타 공장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과정을 거쳐 조립을 마친 차량은 총 1700여 항목을 베테랑 직원에게 철저한 검사를 받게 된다. 토요타 측에 따르면, 특히 최종 검사공정인 ‘퀄리티 게이트’에 위치한 직원은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1㎜ 이하의 오차까지 느끼도록 훈련돼 있다. 일례로, 이러한 검사 과정을 위해 검사라인 직원들은 매일 테스트를 거쳐 공정에 투입되며, 감기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검사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다.

◆도장공장 제약사 수준…“장인 육성 위해 많은 투자”

조립공장 옆에는 도장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 공장에선 하나의 차량이 총 10시간에 걸쳐 46개 공정에 이르는 도장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도장 공장은 모든 공정이 제약공장 정도 수준의 클린룸으로 이뤄져 있다. 도장 과정에서 먼지가 부착될 경우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토요타 큐슈공장은 세계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자랑하는 렉서스 차량의 생산 공장으로, 연간 최대 43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직원들이 철판 안쪽에 페인트를 뿌리면 4개의 로봇이 바깥쪽에 색상을 입힌다. 로봇의 움직임은 마치 사람의 팔을 연상시킨다. 토요타측에 따르면 다쿠미(고도로 숙련된 기술 장인) 손놀림을 입력해 로봇이 그대로 움직이며 도장 작업을 하는 것이다.

회색을 칠한 로봇이 곧이어 다음 차량에 빨강색 페인트를 뿌린다. 차와 차 사이에는 기류의 흐름을 위에서 아래로 흘려 색이 서로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기계가 못하는 실내 공간은 직원들이 도색하고, 오차도 없이 거울처럼 광택이 날 정도로 도장을 마친 차체만 조립라인으로 옮겨졌다.

이처럼 렉서스 차량의 생산을 책임지는 큐슈공장은 어떤 토요타 공장보다도 자부심이 강했으며,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니하시 큐슈 사장은 “렉서스가 그런 차(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필적할 뿐만 아니라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도장 같은 경우도 한 컬러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보셨듯이 매끈매끈한 표면, 품질 같은 것은 전 세계 어딜 내놔도 우리가 NO.1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장인과 모노쯔쿠리(장인정신)은 자동차 제조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트레이닝 센터와 전문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장인 육성을 위해 경영 자원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 품질의 차량만 만들 수 있게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공장 직원들은 차량 하나의 품질에 열중하고 있다.

한편, 큐슈공장은 앞으로 설계까지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처럼 본사 개발부서에서 지령을 받아 조립을 하는 경우 부품조달과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큐슈 공장은 현재 인력 200여명을 추가로 채용해 차량 상부에 대한 개발도 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