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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에 한 표 던지는 까닭

나원재 기자 기자  2012.08.27 16: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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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점쟁이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유명해지는 까닭에는 심리학이 숨어있다. 선택적 기억을 이용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표현이 사람들에게 솔깃하게 들릴 확률은 그만큼 크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심리가 애매하고 폭넓게 풀이된 다양한 해석에 먼저 접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눈을 떠도 코를 베어가는 세상에서 선택적 해석은 상처를 덜 받는 좋은 방법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논리가 우선돼야 하는 기업 간 경쟁이 선택적 해석에 좌지우지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마도 판이 커질수록 분명 억울하게 손해를 보게 되는 기업은 나올 수밖에 없을 노릇임은 분명하다.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간 특허소송을 지켜보자니 답답한 마음에 한 숨이 목구멍을 타고 절로 새어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한 시장논리는 오간데 없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미국 법원 배심원들의 행보가 개탄스럽다. 

이들 배심원들에 전문성이 결여돼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우선 해당 국가의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접더라도 일련의 과정은 냉정하고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특허소송을 두고 이들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의 애플 디자인 특허권 침해 이유로 삼성의 내부 이메일을 특허침해의 증거 중 하나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배심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 제품의 특징을 삼성제품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내용이 있었고, 삼성 경영진의 회피적인 답변 태도 역시 애플 승소 평결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앞서 삼성전자가 확보한 애플의 전 디자이너 니시보리 신의 증언이 채택되지 않은 점은 같은 맥락으로 봤을 때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니시보리 신은 “애플 상부의 지시를 받아 소니 제품을 닮은 제품(아이폰)을 디자인 했다”고 진술했고, 이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규명한 문건이다.

미국 법원의 이번 행보를 두고 ‘미국 보호무역주의 텃새’란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시장논리가 기업경쟁에 적용돼야 하는 중요한 때에 이렇듯 제멋대로 식의 평결은 애플의 귀만 솔깃하게 만든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은 현재 미국시장을 비롯한 세계 주요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실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영국과 네덜란드, 독일, 한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도 일부 인정했다.

   
 
최종판결은 남았지만 미국 법원 배심원들의 이번 평결은 애플이 상처를 덜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안겼다.

한 달 뒤 최종판결에서 배심원 평결 거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는 즉각 항소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