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무관심에 억압된 자유시장 '고사 직전 놓인 프리보드'

업체 수·실적까지 줄며 사장 위기확산…금투협은 여전히 무대책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8.27 11:43:0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국증시 제3시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소규모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자처하며 2005년 야심차게 출범한 프리보드가 거래규모 감소로 속을 앓고 있는 주식시장보다 더한 침체의 늪에 빠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프리보드 입성을 희망하는 업체가 거의 없는 현재 시점에서 소속 기업의 상반기 실적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분위기는 더욱 냉각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와의 중첩된 역할을 문제로 삼으며 양 시장 모두의 무용론과 함께 프리보드 폐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프리보드 시장에 발을 디딘 업체는 1월 세 곳, 3월 다섯 곳 등 여섯 개 업체뿐으로 4월 이후로는 전무하다. 설립 당시 200여개에 이르던 업체는 현재 53곳만 남아있다. 올해 들어서만 8월까지 16개 업체의 지정이 해제돼 지난해 8월 67개에서 14곳이나 감소했다.

이에 따른 업무량 축소로 프리보드 운영주체인 금투협은 지난 2월 조직개편 때 프리보드부의 시장제도팀과 시장운영팀을 합쳐 프리보드 관리실이라는 일원관리체제로 꾸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와 맞물려 거래 규모까지 크게 줄었다. 27일 현재 프리보드 전체 거래량은 104만1352주로 전년동기 344만5757주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추락했고 거래대금도 16억원가량으로 같은 기간 27억원에 비해 10억원 이상 감소했다. 한참 호조를 보이던 2010년 7월 621만주, 112억원 정도가 거래되던 때와 비교하면 더욱 천양지차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홍보 부족에 따른 무관심으로 거래가 부진해지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프리보드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며 "최근 실적까지 악화돼 프리보드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3일 금투협이 발표한 '프리보드 12월 결산법인 반기 매출'자료를 보면 해당 44개사의 매출은 6187억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23.6%, 영업이익은 379억원으로 22.7% 감소했다.

또한 상위 10개사는 3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프리보드 업체 전체 영업이익인 378억원을 웃돌았으며 매출은 528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6187억원의 85.4%를 차지하는 등 상·하위 업체 간 실적 불균형 문제도 심각했다.

   
프리보드 시장 폐지를 따지는 투자자의 질문에 프리보드 홈페이지 게시판 관리자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아울러 프리보드 홍보를 위한 행사도 3월12일 '프리보드 투자설명회(IR)' 이후로는 개최되지 않고 있으며 기업경영 관련 공시도 가뭄에 콩 나듯 해 업계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프리보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투협은 별다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해 암묵적으로 프리보드 시장을 폐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풍문까지 퍼지고 있다.

금투협 박종수 회장은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프리보드가 거래규모가 적어 비용문제가 발생하고 손실이 초래되면 이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박 회장의 발언 이후 금투협은 지난 4월 코넥스 출범 발표 당시 6월초 전후로 프리보드 관련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이유로 들며 시장 고사위기를 금융위원회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보드 관계자는 "6월 프리보드 관련 대책을 마련하려 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등에 밀려 구심점을 찾지 못했다"며 "거래부진으로 고심하는 업체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활성화든 폐지든 확실한 가닥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 프리보드 업체 관계자는 "금투협이 프리보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시장에 퍼진지 오래"라며 "프리보드 대체를 위해 코넥스 시스템을 정비해 리부팅(재시작)하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