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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딱지' 붙은 집 최근 5년내 '최다'

주거용 부동산 물건수 1만건 돌파…2008년 이후 처음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8.25 16: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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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매물건으로 나오는 서울 소재 주거용 부동산이 최근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용 부동산은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다세대 연립 및 다가구‧단독주택을 말하며 근린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근린 및 업무시설과 일부 혼용하는 부동산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법원경매정보 전문기업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8월24일 기준 올해 경매로 나온 서울 소재 주거용 부동산 물건수는 1만354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804개)에 비해 17.6%(1550개) 늘어난 수치로, 경매물건수 합계가 1만건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주거용 부동산 중에서도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연립‧다세대 물건으로 파악됐다. 연립‧다세대 경매물건 수는 3570개로 5년 전(2020개)에 비해 76.73%(1550개)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경매로 나온 주거용 부동산이 최근 5년내 최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아파트‧주상복합 경매물건 증가율도 이와 비슷했다. 이 용도 경매물건 수는 2008년 3270개에서 2012년 5747개로 늘어 75.75%(2477개)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단독주택 및 다가구 물건 수도 같은 기간 716개에서 1037개로 44.83%(321개)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낮았다.

이처럼 경매에 부쳐지는 주거용 부동산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 불황으로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일반가계를 중심으로 대출연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협상력을 바탕으로 어음을 발행하거나 대출상환기일을 연장하는 등 자금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기업과 달리 주거용 부동산을 소유 중인 개인은 집 외 별다른 자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같은 주거용 부동산이면서도 매매가가 높은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경매물건 수가 타 주거 부동산에 비해 낮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찰건이나 취하 및 변경 등을 제외한 신건 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신건 수는 2009년 3668개까지 늘었다가 2010년 3302개로 줄었지만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 2년 연속 3700개를 넘어섰다. 더구나 올해는 8월이 한 주 더 남아 있어 5년 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소재 주거용 부동산 낙찰가율은 갈수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83.53%를 기록했던 주거용 부동산 낙찰가율은 2010년 잠시 경기가 회복되면서 97.18%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82.55%에 이어 올해 77.6%를 각각 기록하는 등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경매시장 경기를 상징하는 신건낙찰과 고가낙찰건 또한 5년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경매 결과를 보면 신건낙찰은 68건, 고가낙찰은 88건으로 나타났다. 2009년 기록된 385건(신건낙찰), 564건(고가낙찰)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기업과 달리 일반 가계는 갑자기 소득이 줄거나 자금계획이 틀어지면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최근 주거용 부동산이 경매장에 많이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사정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그러나 아직 안정적인 주거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에겐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량이 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낙찰가와 경쟁률이 여느 해보다 낮은 수준인데다 무턱대고 고가를 써내는 ‘묻지마 경매’ 풍토가 사라지면서 예전보다 더 싸게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올해 주거용 부동산 경매 응찰자는 1만1400명으로 2008~2009년(2만600~2만800명)에 비하면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라며 “주거목적에 부합하는 입지 위주로 선정하되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