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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상보육 정책책임자, 정상적 사고능력 의심스럽다

노병우 기자 기자  2012.08.24 17: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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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0~만2세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 지 벌써 반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큰 호응 속에 시작된 무상보육이 예산 부족으로 또 다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선 경선에 나선 정치인들은 저마다 ‘무상교육을 하겠다’, ‘무상교육을 확대 하겠다’ 등 온통 ‘무상’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는데,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 어떻게 무상 실시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은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3월부터 확대 시행된 무상보육은 당초 소득 하위 70% 가정에게만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일방적으로 대상을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집에 있던 영유아들까지 대거 어린이집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달 전면 시행 이후 대상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서울 서초구는 바닥난 예산 때문에 무상보육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구의 예산을 당겨 받았지만 또 다시 돈이 떨어졌고, 오는 25일까지 추가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서초구는 카드사에 예탁금 대납까지 요청한 상태다. 서초구뿐 아니라 서로 예산을 당겨써온 서울 시내 다른 자치구들도 9월 이후 보육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는 등 노심초사다.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에 대해 학부모들은 처음엔 환영일색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책의 삐걱거리는 모습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렇게 빨리 예산이 거덜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시작하자마자 예산이 바닥났고, 이를 예상조차 못했다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상보육 정책 결정권자들이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인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현재 보육료 지원 중단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상보육 지원 신청자 급증을 예견하지 못하고 서둘러 예산을 배정한 국회 때문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정부는 추가 소요분을 국고에서 충당, 2851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는 어떻게 넘어간다 하더라도 내년엔 걱정이 더 크다. 매년 예산을 이런 식으로 이리저리 끌어다 쓸 순 없는 일이다.

‘부자동네’ 서초구가 무상교육을 가장 먼저 실패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체 무상보육 대상자 중 소득 상위 30%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 서초구다. 서초구민들은 앞 다퉈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고, 그 결과 서초구 무상보육 대상은 1665명에서 5113명으로 무려 세 배나 급증했다.

이렇듯 부자동네 무상보육엔 돈을 펑펑 쏟아 붓는 반면, 장애인 교육은 뒷전에 물려놓은 형국이다. 특수학교의 경우 예산 편성이 괜찮은 편이라고 하지만,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엔 교사도 배정을 하지 못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을 만들어놓고선 교사를 못 구해 학생을 방치하고 있는 꼴이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1500명의 특수교사를 늘려야한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행정안전부는 이에 10%도 되지 않는 증원 계획만을 발표하며 부족한 예산 탓으로 끙끙대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2.8%가 ‘저소득층 대상으로 선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가피하게 집에서 양육하기가 힘든 맞벌이 가정이나 취약 계층 우선으로 선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점이 드러난 정책에 계속해서 국고를 쏟아 붓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무상보육을 갑자기 중단할 순 없는 일이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처음부터 다시 잘 끼워야 한다. 무상보육 정책이 정치 포퓰리즘에 따라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다면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의 소외는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