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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범죄 가해자 인권보호엔 좀 소홀한들…

조국희 기자 기자  2012.08.24 13: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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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차라리 전과기록까지 없애버려라’, ‘피해자 인권은 왜 등한시 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한 비판여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인권위가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하는 것이 가해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 개선 요구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학생부 기재가 가해학생에게 평생 ‘주홍글씨’처럼 따라 붙을 것을 우려, 또 다른 인권침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졸업 전 삭제심의제도’와 ‘중간삭제제도’ 도입을 지난 7월말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인권위 입장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를 거부․보류하는 교원을 징계, 교육청 특별감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가해학생이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경우, 가해사실과 함께 기재해 낙인효과 방지 실현을 강조했다.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는 ‘인권위 “학교폭력 학생부기재는 인권 침해다”’ 제하 기사에 달려 있는 600여개 댓글은 대부분 인권위에 대해 비판적이다.

필명 한아름씨는 “인권위는 왜 있는 거냐. 가해자들이 먼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 비판했다. 이태욱씨는 “학교폭력 피해자는 평생 상처에 얽매여 자기계발도 못하는데. 가해자는 아무런 죄의식도 못 느끼고 승승장구하는 게 옳은 사회냐. 가해자는 그 죄에 맞게 벌을 받고, 피해자는 그에 합당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며칠 전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이 입학사정관제전형을 통해 성균관대학교 입학 사실이 드러난 것. 이 학생은 지난 2010년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16명 중 한명으로, 보호자 감호 위탁, 수강명령 40시간, 보호관찰 1년 등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기자회견을 열어 “입학 관련 서류들은 성폭행 사건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추천서에 인성이 우수하다는 평가까지 적혀 있었다”고 발표했다. 대학 측은 성폭행 가담 확인 시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논란을 일축했다.

가해학생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가해 사실을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가해자 인권’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논란이 아니다.

지난 2009년초 흉악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얼굴 사진을 한 일간지가 만천하에 공개한 바 있다. 이 일간지의 보도행위는 강호순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볼 때 정당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당시 특별한 이의제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한 당시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재판하기 전의 용의자 얼굴 공개가 암묵적으로 허용됐던 것 같다.  

인격과 인체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성폭행 등의 범죄는 살인에 준하는 흉악범죄라는 인식이 전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요즘, 이 같은 흉악범에 대한 구체적 공개가 국민인권 보호 차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호순의 ‘강간 및 연쇄살인’과 청소년의 ‘집단성폭행 가담’은 죄질의 정도에서 분명 차이가 있지만,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로부터 발발 된 범죄라는 측면에서 뿌리가 같다. 끊이지 않는 성폭행 범죄의 근절을 이 사회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단순 성폭행이라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성범죄를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옳다.

   
 
성폭행이 살인 수준의 중한 범죄라는 사실을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은 ‘강력한 법적 처벌’과 ‘구체적 신상공개’다.

인권위는 그 직무상 성범죄 가해자라 할지라도 그 인권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피해자의 인권과 인격과 신체를 추악하게 훼손하는 성범죄자들의 인권 보호에는 조금 소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