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예전에 승용차 여러 대로 탑을 쌓은 볼보의 광고사진을 보며 감탄한 적이 있다. 이후 기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 뇌리에서 ‘가장 안전한 차=볼보’라는 인상이 깊이 새겨졌다.
그런데 그 사진이 너무 강렬했던 탓이었을까.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라는 영예와 함께 ‘딱딱한 차’ ‘둔한 차’라는 선입관에 발목 잡혀 있어야 했다.
이제 그런 선입관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표방하며 국내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뉴 S80 D5’ 덕이다.
이 차에선 1990년대 각진 볼보의 그림자도, ‘기함’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연약해 보이던 예전 ‘S8O’의 잔영(殘影)도 찾아볼 수 없다. 막 비상(飛上)하려는 ‘독수리’처럼 강인하면서도 날렵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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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성능도 외모에 못잖은 ‘지상의 독수리’였다.
기자가 뉴 S80 D5를 몰고 강변북로(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 앞)-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충남 태안군 안면도)로 이어지는 쭉 뻗은 아스팔트 위를 내달리는 동안 계속 흥얼거리던 것이 ‘오늘은 왜 이리 잘 나가는 걸까’로 시작되는 모 정유사 CM송이었을 정도로 이 차는 지칠 줄 모르고 잘 나갔다.
처음 워커힐 호텔 앞 교차로에서 스타트를
할 때는 가속페달 응답성이 다소 느렸다. 역시 가솔린 모델처럼 탁 치고 나가는 맛은 없었다. 하지만 이 차의 2401cc 직렬 5기통
터보 디젤엔진이 이내 최고출력 185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파워를 쏟아내자 웬만한 가솔린 차는 다 ‘저리 가라’였다. 볼보 측이 밝힌
제로백 9초는 빠른 스타트가 아닌 가공할 추진력에 의해 증명됐다.
핸들은 정말 가벼웠다. 유턴을 하거나 주차를 할 때 ‘핸들
꺾기가 이렇게 손쉬운 차도 드물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고속주행이 시작되자 흔들림 전혀 없이 안정적이었다. 대신 앞으로 치고 나가며
다른 차들 사이를 빠져나갈 때는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능케 했다.
‘디젤 차’의 숙명인 소음도 창문만 닫으면 실내에선 느끼기 힘들었다.
이처럼 스타일이나 주행 성능에선 몰라 보게 달라졌지만 ‘안전’을 생각하는 볼보의 철학은 그대로였다.
보행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둥글게 디자인된 앞 범퍼 및 본닛, 측면 충돌 시 차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섀시 곳곳으로 분산시키는 SIPS(측면 보호 시스템), 추돌사고 시 탑승자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WHIPS(경추 부상 방지장치) 등 효과가 입증된 안전 장치들이 고스란히 계승됐으며 여러 가지 진보적인 시스템도 추가됐다.
대표적인 것이 ‘BLIS(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이 차에선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할 때 사각지대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었다. 좌(우) 차로에서 다른 차량이 사각지대로 숨어드는 것이 사이드 미러 아래에 달린 카메라에 포착되면 이내 좌(우) 사이드 미러 안쪽에 설치된 BLIS등이 점멸하며 알려준다. 물론 기계 장치를 맹신해선 안되겠지만 눈 두 개가 더 생긴 셈이어서 상당히 편하고 즐거웠다. 다만 이 차를 몰다가 다른 차를 몰 때 한동안 적응이 안된 점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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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지대를 없앤 BLIS(사이드 미러 아래 카메라와 안쪽 BLIS등) | ||
올 상반기 중엔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시켜 주는 ‘적응식 크루즈 컨트롤(ACC)’ 충돌 위험을 차 스스로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리는 동시에 브레이크를 자동 작동하는 ‘충돌 경고(CW) 및 브레이크 서포트 시스템’ 라이트의 방향과 조도를 자동 조절해 가시성을 최대한 확보해주는 ‘액티브 바이제논 램프’ 등 법규 문제로 국내에선 채택되지 못했던 다른 최첨단 안전장치도 대거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안전의 볼보’는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최근 유류 관련 세제 개편으로 디젤 가격이 가솔린의 85%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뉴 S80 D5의 연비는 리터당 13km나 된다. 이 정도라면 성능과 안전을 겸비한 이 차를 사느라 ‘거금’ 5700만원을 투자해도 너끈히 뽑아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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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 차량 5대를 탑처럼 쌓았다. 7대를 쌓아놓은 사진도 있다.(사진제공= 볼보자동차 코리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