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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예산집행은 독재자 스타일?…속 얘기 들어보니

"13명이 800억 예산 의결 난센스"vs"회원들이 의결권 위임 찬성"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8.23 17: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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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이하 금투협)가 수백억원대 예산을 의결하는 과정을 둘러싸고 ‘뒷담화’에 시달리고 있다. 연간 600억~8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면서 15명 내외의 소규모 이사회가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 등 다른 금융권 협회의 경우 예산안 의결은 회원사 총회를 거쳐 처리된다. 또 이들 협회의 1년 예산은 금투협의 1/5 수준인 103억원, 17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4월 감사원은 금투협의 과도한 직원 복리후생제도를 지적하며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된 게 아니냐고 꼬집은 바 있다.

◆다른 협회보다 예산 5배 많지만…
 
반면 금투협 측은 2009년 통합 출범 당시 회원사들이 모두 동의한 정관에 따라 처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회원사만 162개에 달해 이들을 일일이 소집, 예산안을 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금투협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원분담금 정산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협회의 지난해 총수입 830억원 가운데 회비 수입은 536억원, 총수입 대비 비중이 64%가 넘는다.
 
특히 회원사별로 분담금을 좌우하는 기준이 수익성이 아니라 거래대금이라는 점에서 대형사에 비해 수익의 상당부분을 브로커리지 부문에 기대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투협은 거래대금(위탁매매수수료, 수탁고 등)이 70%, 영업수익 22.5%, 자기자본 7.5%씩 반영돼 회원사별 분담금을 산출한다.
 
◆162개사 의견, 대표 4명이 대변?
 
금투협이 회원사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면서도 예산 의결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투협 박종수 회장.
한 대형사 관계자는 “금투협 직원 연봉이 금융권 협회 중 최고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증권업계가 인력감축과 지점폐쇄 등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렸는데도 막대한 예산을 총회도 거치지 않고 의결해 집행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금투협 정관에 따르면 매년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한 의결은 이사회 권한이다. 이사회는 회장과 비상근 부회장 2명, 상근 부회장, 자율규제 위원장과 2명 이내의 회원이사, 6명 이내의 공익 이사 등 총 13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이는 정회원 대표이사 중 회원 추천을 받아 선임되는 비상근 부회장과 회원이사 등 4명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만약 중요한 쟁점에서 의견이 엇갈릴 경우 회원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의견 수렴한 정관…지적 뜬금없다”
 
반면 금투협 측은 이사회에 예산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회원사들의 동의를 받아 정관에 명시한 것이니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2009년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 등 3개 협회가 금융투자협회로 일원화돼 기존 20~30여개에 정도였던 회원사가 200여개 가까이 불어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의결권을 이사회에 위임하기로 회원사들이 의견을 모았다는 얘기다.
 
협회 관계자는 “은행협회처럼 회원사 수가 적으면 당연히 총회를 통해 예산 계획을 심의하겠지만 정회원사만 160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소집해 의견을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 협회가 통합 출범할 때부터 이 같은 지적이 있었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두 종합해 이사회에 관련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정관을 마련했다”며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을 가지고 불과 3년 만에 뒷말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투협 측은 또 예산 의결이 아닌 결산 과정은 회원사 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래부진과 온라인거래 시스템 확산으로 각 증권사의 지점수가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이익이 줄면서 거래실적이 나쁜 지점부터 순차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20일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총 1744곳으로 1년 사이 55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작년 3월 말부터 지난 6월까지 가장 많은 지점을 없앤 곳은 동양증권으로 37개 지점을 폐쇄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노무라금융투자도 각각 19개, 17개 지점의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