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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스와프 갈등 "외환보유액 많아도 신경쓰이는 까닭은?"

신흥국 절하추진 등 불안국면…투기방어벽 필요성 여전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21 15: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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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이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의 연장 중단 검토 및 일본 당국의 한국 국채 구매중단 추진 등 경제·금융 분야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렇듯 일본의 공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갑작스런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정도로 축적돼 있는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하반기 상황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나 외환보유액의 절대 규모에 자체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큰 틀을 지킨 채 적절한 환율 흐름 유지 등을 조망하는 면에서 이들 상황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압박 자체보다는 中 의존도 심화 여부가 문제  

일본 당국은 실제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을 공식 제안하는 등 분쟁화 수순을 밟고 있으나 이런 한편 무역 등 실물경제나 금융 분야에서의 양국 관계 경색에 대해서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며 입장 선회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내 스와프 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일 간에는 현재 독도 갈등으로 스와프 협정 연장 불가론 등 갈등이 불거지는 역주행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21일 마쓰시타 다다히로 일본 금융상은 "(한일 양국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는 상당한 외환보유액이 있고, 일본 외에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등 외화유동성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당국에서 보유한 우리 국채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어느 모로 보나 일본의 이번 스와프 협정 연장 중단 검토나 국채 매입 중지 시사 등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 나올 수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황이나, 유럽 재정위기 등 여러 차례의 파도가 덮친 상황에서 상호 통화스와프 등 역내 경제권의 협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스스로도 현재 한 발 물러서고는 있지만, 한일 간의 금융 공조를 모두 파기하는 강수를 둔다면 간접적으로나마 부정적 효과를 입을 여지는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5월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분석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이미 연화와 결별하고 중국의 위안화와 발을 맞추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화와 엔화 간 상관관계는 글로벌 위기 이전 0.366으로 미 달러화(0.146)나 유로화(0.128), 위안화(0.122)보다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기간 중 상관관계는 -0.3으로 마이너스 전환했고, 위기 이후에도 -0.158로 음의 값을 보였다.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원화는 약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한편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성은 높아졌다. 위기 이전에도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관계는 0.122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위기 기간에 0.009로 크게 낮아졌다가 위기 이후 0.198로 더 높아졌다.
 
이는 우리가 이제 일본과 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이미 중국과 국제 무역 시장에서 경쟁관계가 높아지고 상호 의존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등으로 역내 관계 균형을 유지하는 일본과의 연결 수단을 잃고 중국 등 다른 교류 상대에 한층 의존성을 높이는 것은 실질적 충격파나 실제 위기 발생시 위험도 증가라는 측면에서보다는 경제의 밸런스면에서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원화절하 추진해서 수출 부양? 외부세계 의구심 떨칠 필요성 커

한편 우리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중단 가능성에도 담담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외환보유액 규모는 물론 위기 상황에서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제 체질 덕분이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경제 펀더멘탈(기초여건) 유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요소는 미연에 방지해야 '달라진 한국' 평판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6월말 나온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 금융시장, 대외충격에 강해졌나' 보고서는 단기외채 감소, 외환보유액 규모 제고, 경상수지 개선 등이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완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 더해 금융안전망 확보 즉, 일본이나 중국 등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노력 등도 상당한 장점으로 가산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는 경상수지 부문에서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4%가량의 흑자를 유지, 독일(4~5%) 스웨덴(2~4%) 등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하는 등 높은 평가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은 변수는 단기외채 압박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단기외채의 경우, 과거 외신들이 각종 위기설 보도를 쏟아낼 정도의 상황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채무(외채) 잔액은 4186억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61억달러 증가했다. 외채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처음으로 4000억달러를 넘었다. 특히 2분기 중 장기외채가 5억달러 증가한 것에 비해 단기외채가 56억달러나 크게 늘었다. 단기외채의 증가는 예금취급기관의 단기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12년 2월말 외환보유액'에서 2월말 현재 3158억달러를 기록했고, 7월 말 기준 3143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이런 외채 규모만은 장부상 큰 위협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외채를 갚는 데 쓸 수 있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에 대한 단기외채 비율은 45.3%로 2.3%포인트 상승하는 등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고, 이 같은 신호는 분명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환능력의 저하 국면은 특히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 역시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체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즉, 최근 한국의 경제 사정을 놓고,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형태로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부양하려 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UBS는 올해 세계 무역성장이 지난 2009년 이후 최소폭이 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을 인용하면서, 한국과 칠레 등이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통화가치 절하를 더 시도할 수 있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환율전쟁 재점화 우려… 한일 간 감정싸움까지 겹치기로 치러서야

세계경제 위기의 초입이자 이번 정권 초반부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시절에 환율 관리를 통한 (대기업) 수출 중심주의를 경험했고 그 부작용도 심각하게 겪은 바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진단은 그 자체로 위험신호일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경제 운용 매커니즘 발전에 대해 외부에서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언제 일본식 장기침체 위기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달러를 쏟아붓는 방어전략만 가진 나라, 수출 부양을 위해 어떤 정책이든 쓸 나라라는 인식을 털어내지 못한 상황에서는 장부상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아도 원화값 방어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가 실상 불가능하다. 각종 투기 세력에 걸려들어 외환보유액만 낭비하고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영란은행 환율방어전 실패 사례도 있지만, 이런 점에서 외환보유액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시급히 허점을 보완할 방책을 세우고 세력을 키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 흑자구조를 안정시키는 것이지만,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침체 물결이 연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 경제주체의 힘만으로 쉽게 좌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제 핫머니의 농간 경로 차단이나 체력 강화 등 그간 노력이 여러 가지로 병행돼 오기는 했어도, 여전히 역내 각종 통화스와프를 통한 공조 구축 필요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신흥국들은 환율조정을 통해 위기를 풀려 한다는 지적이 최근 나오고 있고, 이런 문제는 그간 잠복해 있는 환율전쟁 논란을 재점화할 여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일 간 통화스와프 등 갈등은 그 자체의 파괴력보다는, 금융 제반의 위기 상황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가까운 이웃 하나를 잃고 세계 무대에 나서야 하느냐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일한 생명선인 양 집착할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면서 해법을 찾을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는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거대한 일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현재 이 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잠시 자제하고 장고에 들어간 듯한 모양을 연출하는 것은 우리보다 한 수 위의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