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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커피전문점, PPL 하나면 만사 오케이?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8.20 16: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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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솝우화 중에 '소금 짐을 지고 가는 나귀'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당나귀가 소금 짐을 지고 개울을 건너다 짐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나귀가 지고 있던 소금 짐도 함께 물에 빠졌는데, 소금이 물에 녹으면서 짐이 가벼워졌다. 나귀는 물에 빠지면 짐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고 그 다음 번에 길을 갈 때는 일부러 개울에 빠지는 꾀를 부렸다.   

이를 알아챈 주인은 세 번째 길을 갈 때는 나귀에게 솜 짐을 지웠다. 이를 알리없는 나귀는 또 일부러 물에 빠졌다. 그러나 물에 녹으면서 가벼워진 소금 짐과 달리 솜 짐은 물을 흡수해 물에 빠지기 전보다 몇 배 더 무거워졌다. 결국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꾀를 낸 나귀는 도리어 지고 온 짐보다 무거운 짐을 이고 길을 가야만 했다.

이 이솝우화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교훈을 주지만, 지금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즉, 나귀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다는 것이다.

최근 커피전문점 업계가 이솝우화의 나귀처럼 자승자박 행태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브랜드, 신규 브랜드 너나할 것 없이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이나 스타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홍보·마케팅 전략이 '천차만별', '각양각색'이어도 모자랄 판에 천편인률적 수법을 고집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의 이 같은 PPL·스타마케팅은 카페베네 이후 본격화됐다. 카페베네는 브랜드 론칭 후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PPL을 진행하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이후에도 카페베네는 이 같은 홍보·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히 다졌다.

이후 이 같은 카페베네의 성장세를 눈여겨 본 타 브랜드들도 하나같이 PPL을 시도했다. △드롭탑(드라마 추적자, 유령) △망고식스(드라마 신사의 품격) △엔제리너스커피(드라마 부자의탄생, 강력반, 시티헌터) △커핀그루나루(드라마 49일) △투썸플레이스(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대다수의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이 PPL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스타마케팅을 펼친 브랜드도 많다. △달콤커피(신세경) △드롭탑(전지현) △망고식스(공유) △벨라빈스커피(김현주) △엔제리너스커피(김수현) △투썸커피(소지섭)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들도 카페베네와 동일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지도 확대를 노렸지만 카페베네가 얻은 효과에 비견할 만한 성과를 낸 곳을 손에 꼽을 정도다. 이미 카페베네를 통해 PPL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너도나도 똑같은 방법이 더 이상 통할 리 없는 것.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이 PPL, 스타마케팅에 목을 매고 있다. PPL이나 브랜드 모델이 선정되면 그 동안은 PPL이나 모델이 없어서 홍보할 만한 것이 없어 못해왔다는 듯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데,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이미 성공한 선례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더 나아가, 더 발전시킨 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소금 짐을 지고 가는 나귀' 내용처럼, 소비자(나귀 주인)가 한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 이 사실을 배
   
 
제한 채 똑같은 수법을 고집하다간 솜 짐을 지고 물에 뛰어든, 자승자박한 나귀 꼴이 되기 십상이다.

똑같은 전략에 브랜드 모델만 바꿔놓고 차별화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만의 제품 경쟁력 등 고유의 특징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야한다. 대대적인 PPL이나 스타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이 한두 번은 속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경쟁력이나 차별화 전략 없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