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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뒤집어쓴 랩핑버스, 웬만하면 불법이라는데…

표시면적, 창문 제외한 각 면적 1/2이내 아니면 불법·벌금

백혜정 기자 기자  2012.08.20 16: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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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홍보 전략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옥외광고의 일종인 랩핑버스 광고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불법 시비가 일고 있어 주목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징’ 등 각종 영화광고를 비롯, LGU+, 후지필름 등 대기업들이 버스랩핑 광고를 하고 있다. 슈퍼주니어, 2NE1, 포미닛, 빅뱅, 제국의 아이들 상당수 아이돌 그룹도 신규앨범이 나올 때마다 통과의례인양 랩핑버스를 거리에 내돌린다. 

하지만 랩핑버스 광고는 명백한 불법행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19조에 따르면, 교통수단을 이용한 광고물은 창문 부분을 제외한 차체 옆면에 표시해야 하며 표시면적은 창문을 제외한 각 면적의 2분의 1이내여야 한다.

◆‘버젓이 불법’ 알면서도 어긴다? 

   
8월 18일 오후12시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앞에 뮤지컬 '위키드' 랩핑버스가 세워져 있다.

랩핑버스 광고는 ‘짧은 기간, 효과적인 홍보’ 특성 때문에 영화, 신제품, 가수들의 신규앨범 등의 홍보에 자주 사용된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 지난 2010년 서울시내에 집행한 버스광고 효과 측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0%이상이 버스광고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기업 입장에선 효과가 입증된 확실한 홍보창구를 멀리서 지켜볼 리 만무하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랩핑버스 광고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랩핑버스 광고를 실시하고 있는 한 어학원 관계자는 “불법인지 몰랐다”며 “대행사에게 맡겼기 때문에 대행사가 잘 알고 있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7월 7일 방송된 KBS 청춘불패2에 등장한 '제국의 아이들' 랩핑버스.

최근 랩핑버스로 전국투어를 마친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유리를 가리면 안 된다고 들어서 창문랩핑 부분엔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밖에서 차안이 완전히 안 보이는 것이 아니니 괜찮지 않느냐”며 불법이 아님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국옥외광고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랩핑버스 광고는 옥외광고 중에서도 효과가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불법임이 결정되면 보통 1000만원 미만의 벌금이 매겨지지만 벌금을 물더라도 광고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불법 랩핑버스 광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원웨이 필름이라도 창문에 부착하면 불법

연예기획사 측이 주로 쓰는 ‘원웨이 필름’이라는 특수 시트지는 미세한 구멍이 있어 멀리서 보면 인쇄면이 잘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차 안이 들여다보이는 특성이 있다. 기획사 측은 아이돌그룹을 홍보하는 랩핑버스는 원웨이 필름을 쓰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남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원웨이 필름을 붙였더라도 창문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랩핑버스 차량을 강남구청에선 따로 허가하지는 않고 있고 기준을 벗어나면 모두 불법”이라며 “강남구는 올해 13건의 불법랩핑 버스를 단속했고 그 중 아직 아이돌 차량은 없었다”고 밝혔다.

일단 불법 랩핑 버스가 단속되면 랩핑버스 특성상 바로 제거가 어려운 것을 감안, 일주일간의 유예기간을 주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기업도 상당수다.

한 랩핑버스 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알아도 규제가 잘 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광고를 한다며 단속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속으론 거의 안 걸린다. 간혹 경쟁업체끼리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걸리더라도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랩핑을 떼면 되고, 뗀 후에 다시 붙여도 되니 법이 있어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했다. 버젓이 불법 랩핑 광고를 하게 놔둔 규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8월 14일 오전11시 명동 주변을 운행중인 '월스트리트 어학원' 랩핑버스.

서울시 중구청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중구는 차고지가 없어서 시청주변을 순찰하는데 순찰시 보통 버스전체면(앞, 옆, 뒤) 모두를 찍어야하지만 돌아다니는 차를 이렇게 찍기란 쉽지 않다. 또한 현수막 등 다른 불법광고 단속도 같이 이뤄지고 있어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또 “자치구별 조례안을 바탕으로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던 것에서 작년 서울시 전체 규정으로 통일돼 상이했던 강제이행금이 통일됐다”며 “새로운 서울시 조례안은 9월쯤 나올 것”이라 설명했다.

강제이행금이 관련법령 별표8에 제시돼 있지만 자치구별 제각각이여서 기업들의 혼란을 일으켰던 문제가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 중구청에서는 임재범콘서트, 월스트리트어학원, 베트맨 다크나이트라이징 등의 불법 랩핑버스를 적발했으며, 아직까지 아이돌 랩핑버스는 적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