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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차택시 2년6개월 "달랑 22대…애물단지"

'타고 싶어도 눈에 띄어야 타든 하지…' 실제운행 고작 15대 불과

조국희 기자 기자  2012.08.20 16: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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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성남시는 서민교통비 절감과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해 지난 2010년 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차택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시민 아이디어공모에서 선정된 경차택시 운영 방침은 국토해양부의 여객자동차 운수법 개정에 따라 성남시 관내 22개 택시회사에 각 1대씩 공급 되면서 실시됐다.
   
성남의 한 택시업체의 택시 수는 모두 40대. 그 중 경차택시는 1대뿐이다.

성남시는 기아차 ‘모닝’과 한국GM ‘스파크(당시 GM대우 마티즈)’를 두고 고민했지만, 당시 스파크는 LPG연료 사용가능한 모델 출시가 늦어지는 바람에 모닝이 경차택시를 독점했다.

운영 2년 6개월. 성남시 경차택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일반택시 보다 효율성 높지만…

#1.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김지현(성남시 중원구․21)씨는 값싼 요금 때문에 경차택시를 선호한다. 그러나 여태껏 경차택시를 탑승한 경험은 단 한 번뿐. 성남에 22대밖에 없는 경차택시를 구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김씨는 “경차택시를 탑승하고 싶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혼자 타거나 단거리 이용에 안성맞춤일 것 같아 경차택시를 좋게 생각하는데, 활성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2. 성남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이근호(서울시 송파구․22)씨는 경차택시를 들어보기만 했을 뿐, 이용해본 적은 없다. 학생인 이씨는 어려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경차택시를 이용하고 싶어도 볼 수조차 없다고 하소연. “자원도 적게 쓰고 원가절감이 소비자에게까지 전해져 부담 덜고 좋은 것 같지만 찾을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시민들은 값싼 요금과 단거리 이용수단에 제격인 경차택시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22대밖에 없는 경차택시 물량을 지적했다.
   

경차택시는 2.05㎞에 2200원, 일반택시는 2.217㎞에 3700원의 요금이 발생, 2㎞ 남짓 거리에선 경차택시가 일반택시에 비해 약 1500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택시 요금은 기본요금 2300원에 144m당 100원. 이에 반해 경차택시는 기본요금 1800원에 186m당 100원으로 약 20% 저렴하다. 실제 주행결과 경차택시는 2.05㎞에 2200원, 일반택시는 2.217㎞에 3700원의 요금이 발생. 약 1500원이 저렴하다.

시작이 20%가량 저렴한 것 일뿐, 이동 거리가 멀어질수록 일반택시와 경차택시 요금차는 점점 벌어져 경차택시 확대는 시민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경차택시기사들의 하루 사납금은 7만5000원. 일반택시에 비해 1만5000원 가량 저렴하지만 사용요금이 저렴해 사납금을 채우기 쉽지 않다.

경차택시기사들은 좁은 운전석과 딱딱한 시트를 참아내며 번 돈은 평균적으로 하루 약 3만원, 일반택시기사들에 비해 약 2만원이 적다. 기사들은 불편에 대한 대가가 적어 경차택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다.

택시업체 관계자는 “노인, 학생, 주부등 사회적 약자들은 경차택시를 선호하나 중년남성들은 불편함 때문에 중형택시를 이용한다”며 “지금도 경차택시를 운전할 기사가 없어 2인이 교대하는 기존방식이 아닌 혼자서 운전한다”는 열악한 운영환경을 밝혔다.

◆"내년 이맘때면 경차택시 사라질 것"

한 택시기사는 “인천은 경차택시 운영을 연기했고, 강릉은 경차택시를 2대 정도 운영하다가 폐지됐다”며 “(경차택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기사도 “좁은 골목이 많은 성남에 제격이란 목소리도 있는데, 엔진 출력이 약한 경차택시가 언덕이 많은 성남과는 맞지 않고 여러모로 현실성이 부족한 택시”라고 했다.

성남 택시업체들 사이에선 경차택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성남에는 경차택시 22대가 있지만, 정상운영 되는 차량은 약 15대정도로 경차택시를 운전하겠다는 기사가 없어 나머지 7대가량은 회사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택시업체 관계자는 “6월 전국 택시파업 때도 잘 알려졌듯 택시사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 정부 지원 없이 경차택시를 운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시에서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라
   
경차택시의 좁은 내부도 택시운전기사들의 불만거리 중 하나다. 
3년6개월간의 시범운행을 마친 내년 이맘때 쯤 (경차택시는) 없어질 것”이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경과 값싼 요금을 생각한다면 경차택시가 필요하겠지만,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 되거나 LPG값이 내려가지 않는 한 향후 경차택시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성남시청 택시행정팀 관계자는 “경차택시는 국토부에서 지금 최종적으로 검토중”이며 “올해 안에 끝날 분위기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