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제주도 '렌터카 꼼수'에 피해 속출…市에선 '모르쇠'

렌터카업체 자차보험가입 18.7% 불과, 나머진 사업자자체면책제·무보험대여

노병우 기자 기자  2012.08.20 11:38:1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1. 직장인 김준상(가명·39)씨는 최근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의 중소형 렌터카 업체에서 15만원을 내고 중형차를 빌렸다. 그러나 여행 중 사고로 차가 파손되자 업체로부터 면책금과 수리비, 휴차료 등의 이유로 100만원을 청구 받았다. 차를 빌리기 전 면책금이 10만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면책금은 자기차량손해보험과 다르다’는 업체의 설명에 거액의 수리비를 고스란히 물어줘야 했다. 김준상(가명·39)씨는 “차를 빌리기 전 면책금 제도가 있다고 해서 자기차량손해보험과 같은 줄 알고 안심했는데 이제 와서 보험이 아니라고 수리비를 청구하니 당혹스럽다”며 “업체 측이 사전에 명확히 고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4월 정제현(가명·28)씨는 제주도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K5 차량을 2주 동안 쓰는 조건으로 40만원을 내고 렌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자기차량손해보험은 업체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정제현(가명·28)씨는 접촉사고를 냈고 업체는 정제현(가명·28)씨에게 면책금과 수리비로 150만원을 요구했다. 정제현(가명·28)씨는 “보험가입을 거절했던 렌터카 업주에게 잘못이 있다”며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주공항 주차장을 가득 매운 차량, 대부분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
이처럼 렌터카 이용 시 소비자들이 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면책제도는 자차보험과는 분명히 다른 만큼 사고 발생 시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분쟁의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렌터카 업체의 자차보험 가입은 18.7%에 불과, 나머지 81.3%는 사업자 자체면책제도 운영이나 무보험 대여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한국소비자원은 2008년 1월1일부터 2012년 6월30일까지 총 2162건 중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발생한 사고가 31.2%(674건)로 가장 많았고, 사고 발생 후 보험처리가 된 경우 업체가 소비자에게 일률적인 면책금을 청구한 피해사례는 28.3%(611건)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눈뜨고 당했다…알고 보니 ‘속임수’

자차보험에 가입할 경우 자신의 잘못으로 차량이 손상되더라도 수리비를 보험처리 받을 수 있고, 휴차료도 면제받을 수 있다. 차를 빌릴 때 소액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더라도 자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자차보험을 드는 대신 이와 비슷한 ‘차량손해 면책제도’라는 보상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면책제도는 5만원을 내면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해주는 식이지만, 자신의 잘못일 경우에는 면책금·수리비·휴차료 등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는 고객들에게 이를 자차보험이라는 용어로 설명해주며 구분을 제대로 해놓지 않고 있다. 약관의 내용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겐 일종의 자차보험료인 것처럼 눈속임해  분쟁의 여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반자차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자차보험은 자체면책2에 해당(빨간상자표시)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이와 관련 “보험이 아닌데도 자차보험이라는 용어를 써서 고객을 현혹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며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면서도 할증을 우려, 사고가 나면 고객에게 면책금 수십만 원을 내야 수리비용을 면제해 주겠다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 소비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렌터카 업체 명의로 자차보험에 가입하면 누가 운전을 하든 보험처리가 가능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제 살 깎기나 다름없다. 일반 차에 비해 불특정 다수가 운전하는 렌터카의 경우 사고율이 2~3배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가 잦아질수록 업체의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가입을 권하지 않고 있다.

한 렌터카업체 사장은 “보험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사고 후에는 다시 할증이 붙어 보험료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업체들이 렌터카를 중고차로 재판매할 때 사고이력을 숨길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사전에 계약한 정비업체와 짜고 수리비를 부풀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내게 되면 상대차량의 수리비와 함께 수리 기간 동안 피해 운전자가 타고 다닐 렌터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렌터카 비용이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된다는 점을 악용 터 무늬 없는 요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적정 수준보다 2배 이상의 요금을 받다보니 렌트 비용이 자동차 수리비 보다 더 많이 나오는‘배보다 배꼽이 큰’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도로 위 시한폭탄’ 렌터카 스스로 체크해야…

이와 같이 렌터카 업체들의 ‘꼼수’가 비일비재 하고 있다. 특히 휴가철 렌트 예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주도에서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힐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명소가 됐다. 하지만 제주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제주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업체마다 규정이 다르고, 자차보험 가입은 의무가 아니라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법적인 문제이지 우리가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라고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 모 렌터카 업체 홈페이지의 차량대여 보상보험 안내 관련 내용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에게 △보험 가입 차량인지 확인 및 면책금 조항 챙길 것, △반드시 자기차량손해보험 가입할 것, △차량상태 꼼꼼히 체크해 계약서에 명기, △환불 규정 확인, △개정된 표준약관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 등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입지 않도록 5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수리비 부풀리기에 있어서는 지난해 정비업체들이 차량수리를 하기 전에 보험사에 정비견적서를 제출하고, 보험사는 견적내용에 대해 검토한 뒤 의견서를 정비업체에 다시 보내도록 개선됐다. 수리비 부풀리기를 통한 과잉 청구를 막기 위해, 양측이 서로 교차확인을 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험업서비스 김수봉 본부장은 “보험금 누수가 방지되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표준약관 개정작업이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부분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