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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거’ 끝내는 한화증권, 김승연 악재 뚫는 법

김 회장, 법정기일 6개월 공백 불가피…오너리스크에 촉각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8.20 1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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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음달 3일 한식구가 되는 한화증권(003530)과 한화투자증권(구 푸르덴셜증권)이 ‘오너리스크’에 휘말릴지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년여 간 끌어온 두 계열사의 합병은 예정대로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사이동과 연간 운영 계획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부재는 상당한 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 재판부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51억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회장은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처지다. 2심결과에 따라 집행유예 등으로 감형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은 경영상 공백이 불가피하다.

일단 각 계열사 관계자들은 “계열사들의 영업 환경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브랜드 가치 훼손 여부에 대해서는 일제히 함구했다.

◆ 자기자본 규모 업계 11위 ‘외형’은 커졌다

한화증권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한화투자증권과의 합병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개월 만인 지난 6월 금감원의 최종 인가를 받았다. 2010년 10월 푸르덴셜증권을 인수한지 2년여 만에 불편한 동거를 청산하게 된 셈이다. 양사는 다음달 3일 ‘한화투자증권’을 정식 사명으로 내걸고 중대형사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한화증권의 외형적 입지는 크게 넓어진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양사 합병 이후 자산총계(2011년 기준)는 7조2100억원, 자기자본 9300억원으로 업계 순위 11위에 해당한다. 지점수는 126개로 업계 3위, 고객자산 37조5000억원으로 업계 8위에 올라 명실공이 중대형사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합병에 따른 인력 감축 등 마찰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미 2010년 한화증권이 푸르덴셜증권 지분 100%를 인수한데다 이번 합병도 한화증권이 한화투자증권을 1:0 비율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이 일찌감치 알려진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합병된 한화투자증권 사령탑으로는 현 한화증권 임일수 대표이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리서치센터와 운용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회사가 공격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순조로운 합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조동필 연구원을 건설업종 담당으로, 지난달 대신증권(003540) 김연찬 연구원을 자동차/부품 담당 애널리스트로 영입했다. KB투자증권 간판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강봉주 연구원(퀀트)도 한화증권행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리스크’ 4년 전 돌아보니

한화그룹의 ‘오너리스크’는 단골 악재다. 금융투자업계는 일종의 학습효과로 이번 악재 역시 그룹과 계열사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7년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김 회장은 4개월 간 구치소에 수감됐지만 계열사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해 징역4년 및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한화(000880) 주가는 사건이 알려진 그해 4월24일 1주일 만에 9% 가까이 급락했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해 급락 이전 수준인 4만7000원대를 뛰어넘어 4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한화손해보험(000370)과 한화케미칼(009830) 등 주요 계열사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번에도 주가 흐름은 ‘오너리스크’를 피해가는 모습이다. 한화증권 주가는 김 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 하루 동안 2.9% 하락했으나 이튿날 곧바로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한화와 한화손해보험, 한화캐미칼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거나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다만 당시 구속 기간이 4개월에 불과했던 반면 이번에는 집행유예 없이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된 만큼 공백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1심 선고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경우 법정 기일은 6개월이다. 만약 2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이하로 감형되지 않는 한 구속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의 오너리스크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은 공백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며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의 공백이 길어지면 당연히 그룹과 계열사의 펀더멘털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오너리스크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대한생명이 될 전망이다. 오는 10월 ‘한화생명’으로 간판을 바꿔달 예정인 대한생명(088350)은 높은 인지도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룹과의 일체성을 강조하겠다고 나섰으나 오너의 배임·횡령 혐의가 법정구속으로 이어지면서 브랜드 가치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또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도 최종 결제권을 가진 김 회장의 부재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