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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열었나? DTI 완화 국면 '6억원선' 우려

가계대출 감소추진 '실기' 악수되나? 종부세 호화주택 논란 재연우려까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17 1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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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의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 대책과 발표된 가운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세계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실물경제 침체를 풀기 위해 내린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즉 일본식 불황의 주요 원인이 된 자산디플레이션, 자산 가격이 떨어지자 이를 버티지 못한 층부터 부동산 자산을 내다 팔고 다시 이것이 물건의 매매가를 떨어뜨려 중산층이 붕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부양책을 제시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의 이번 대책은 사후약방문 논란 즉 실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번 내놓은 5·10 부동산 대책과 같이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5·10 대책에서 보듯,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하는 등 규제를 전면 폐지했지만 여전히 시장이 원하는 DTI 완화는 결정을 미뤄왔다. 일종의 마지노선이었던 셈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 DTI에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실상 이 5월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문제를 풀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강남 살리기 논란이 붙을 수 있는 대목이다.

40대 미만 집사기 쉬워진다고…? 가계대출 관리 실기 우려도 커져

금융위의 17일 발표 내용을 보면, 40세 미만 직장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DTI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 등이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책에 따르면 자산이 있을 경우 급여소득이 없어도 은행 이자율을 적용한 만큼 소득으로 인정돼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6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도 DTI에서 최대 15%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아울러,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에 한해 '10년 뒤 예상소득'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정책은 그간 시장에서 목말라 했던 핵심 정책인 만큼 집을 내놓고도 팔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 여력은 되지만 돈이 모자란 실수요자들에게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간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이미 실수요층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데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한 게 시상 상황이기 때문에 새삼 이번 조치로 시장에 뛰어들 수요가 클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여기에 자산가를 노린 듯한 정책도 눈에 띈다. 그동안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DTI를 규제할 때 논외의 대상이었다. 이와 관련 상환 여력은 가지고 있지만 평가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동정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구 DTI 방침에 대한 비판이 수용, 정책이 수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소득이 없지만 서울지역에 10억원 가치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1억원의 임대보증금이 있는 자산가의 경우 종전에는 1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2922만원의 소득이 인정돼 1억13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재건축과 신축, 서울과 수도권 및 지방, 강북과 강남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DTI 완화 대책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내포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면에는 40세 미만 급여소득자를 혜택층으로 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 수혜는 자산가의 투자 목적을 돕는 쪽으로 변질,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건축 중인 아파트 단지(서울 면목동 일원).
6억원 이상 집, DTI 최대 15%포인트 우대?

'6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라는 문제에서 보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시장에 안착할지 혹은 외면을 얻거나 비판의 대상으로 기억될지에서 '악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6억원 주택가를 기준으로 마치 호화주택인 양 몰아세우는 것은 어폐가 있고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 게 근래 상황에는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희룡 전 의원은 2010년 4월(발언 당시에는 옛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 "2003년, 2004년 6억원이던 호화주택이 현재는 대부분 10억원 이상이 된 만큼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기준을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원 전 의원이 이때 방송(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말하던 당시에 이미 호화주택이라는 점을 가릴 지시약으로서의 6억원 잣대는 의미를 상실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과연 6억원선을 실수요자의 주거 수요를 위해 기준선으로 쓰거나 이 제한선을 대의를 위해 허물고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이나 합의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경 나온 여러 부동산전문업체 자료를 참조해 시세를 내 보면, 강북에서는 노원구 월계동 극동 101㎡형(약30평)은 2억3500만~2억4500만원, 하계동 시영 6단지(장미) 72㎡형(약21평)은 1억9500만~2억1000만원선인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4단지 112㎡(약33평)는 7억4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둔촌 물량은 재건축 관련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의 가격으로 더 오를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게 옳다.

수도권 신도시를 보자. 일산 주엽동 문촌마을5단지 쌍용한일 163㎡형(약49평)은 4억5500만~5억7500만원, 금곡동 청솔마을공무원 92㎡형(약27평)은 같은 기간 3억4500만~3억9000만원 선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아직까지도 집값에서 6억원선은 거주 개념이나 단순 면적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입지 조건 및 각종 재개발 관련 뉴스의 문제 즉 투자(내기 투기)의 대상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투영돼 있고, 이런 상황에 빚을 내 6억원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그 요건을 완화해 준다는 것은 무주택자의 주택 수요 충족보다는 집이 이미 있는 경우의 업그레이드 수요 혹은 위에서 말한 자산가의 투자 목적에 오히려 부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6억원 이상 집의 상징적 의미, '원희룡 위화감 발언' 여전히 유효

여기서 다시 종부세 관련 국면에서 나왔던 원 전 의원의 발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6억원대 주택의 호화주택 여부 논란에 대한 발언은 종부세 완화 관련 국면에서 나온 것인데, 이때 원 전 의원은 부동산 관련 정책의 손질과 관련,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즉 "문제는 (종부세 완화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투기 혼란이 일 수 있고,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싼값의 주택 공급정책이 부실한 상황에서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쓸 때 위화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시기 등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괄호 안의 '종부세 완화로 인해'를 'DTI 완화로 인해'라는 어구로 완전히 대치할 수 있다면(문맥적 의미가 완전히 통해 현상황에 대한 경고로 유효하다면) 이번 정책의 문제점 내지 개선 방향은 명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현재의 정책 중에서 상당 부분이 자산디플레에 내몰리는 층이나 이 참에 완화된 허들을 넘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40세 미만 직장인에 불만스럽게 보일 수 있는 점은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큰 그림에서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향후에는 논의를 통해 정리가 시급한 부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당국이 가계대출의 부메랑 즉, 빚으로 빚을 막는 하지하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수단을 이번에 편 상황에서 앞으로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가계대출 연착륙이라는 전체적인 그림과 계층간 갈등 논란 등을 조화하면서 처리해 나갈지 해법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