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30대 초반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증권가 애널리스트다. 애널리스트 평균 나이 33.4세. 하지만 이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1억~2억원선이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증권 시장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외도하고 있다. 붓을 든 애널부터 교육 입시전문가까지 그들의 화려한 변신을 살펴봤다.
◆버리기 아까운 입시 노하우 ‘폭발적 반응’
김미연 연구원은 유진투자증권에서 교육·유통·제지를 담당하는 애널이자 입시 교육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봄, 각종 입시정책 분석 노하우를 썩히기 아깝다고 생각해 출간한 ‘교육의 정석’이라는 보고서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그녀의 삶도 180도 변했다.
김 애널 스스로도 “(보고서 발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교육의 정석’ 발간 이후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아파트 부녀회에서까지 세미나 요청이 들어오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김 애널의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고객 대상 순수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울산 순으로 3주에 걸쳐 진행됐으며, 변화하는 입시전형에 갈팡질팡하는 학부모 고객들로 설명회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교육의 정석’은 높은 인기를 반영, 기존 리포트의 4배가 넘은 인쇄에도 보고서가 동나자 책으로 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발간된 ‘입시의 정석’은 기존 애널 보고서 형식을 탈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내용으로 재구성됐으며, 추후 애널리스트가 아닌 책 출판 저자로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가질 예정이라고 김 애널은 귀띔했다.
◆차트·서예? ‘결국 나를 보는 법’
김미연 연구원이 자신의 맡은 섹터를 집중, 연구한 결과 입시전문가가 됐다면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서 활약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대우증권 김정환 애널이 그 주인공.
김 애널은 아주대학교 경영학과를 마친 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에 입문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붓을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당시 아버지 손에 이끌려 서예를 시작, 대학 진학도 미술 전공을 희망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꿈을 잠시 접었다. 하지만 욕구불만을 느꼈다는 김 애널은 5년 전부터 그 꿈을 다시 펼쳤다.
최근 자산관리(WM)가 증권사 새로운 수익처로 떠오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투자전략 파트’에 속해 있는 김 연구원은 현재 대학에서 서예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자 서예평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서예가로 활동한다는 얘기에 다소 ‘괴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김 애널은 “(증시에서) 차트분석이나 글씨가 무관한 것은 아니다”며 “끊임없이 ‘나를 보는 법’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20년 직장인에서 가수로
‘마법의 성’으로 잘 알려진 김광진도 증권가에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애널리스트 외도 1세대’다.
지난해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을 끝으로 20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했다. 최근에는 음악활동에 전념하는 동시에 그간 경험을 십분 발휘, 라디오 경제전문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활동을 그만둔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투자 자문사를 설립, 금융맨으로써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외도로 하던 음악과 본업이던 애널리스트 활동 등을 병행한 이유에 대해 그는 “가수 활동만으로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가수활동만으로 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며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노래가 나올 때도 있지만 인기가 떨어지면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