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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에버랜드 주차장에 노랑풍선 꽂는 사연은?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8.16 1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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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위 사진의 노랑 풍선 보이시나요? 최근 휴가 때 다녀온 용인 에버랜드 주차장의 자동차인데요, 지나가다보니 몇 대의 차에 저렇게 노란 풍선들이 꽂혀 있었습니다.

노랑 풍선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언뜻 "놀이공원이라 자동차에도 저렇게 풍선을 꽂아주나? 어린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요. 자세히 보니 풍선에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우리모두 지켜요 주차질서'라고 돼 있었습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제 뒤통수를 친 글귀였죠.

노랑 풍선이 꽂힌 자동차들은 바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비장애인 차였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주차구역이었다면 이 경우, 차에 경고장을 붙이거나 벌금을 물렸을 텐데요. 에버랜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오는 곳이니 만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을 노란 풍선으로 우회적으로 한 것이지요. 

사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대형마트나 놀이공원 등을 가보면 주차장이 꽉 차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장애인 주차구역이 눈에 띌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안 보는데 뭐, 잠깐이면 다녀오는데"하며 고민하게 되는데,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우리의 잠깐 편안함으로 장애인들은 몇 배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요. 비슷한 예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폐막한 여수세계박람회(이하 여수엑스포)에서 발생한 일인데요.

한 장애인 관람객이 용변을 보기 위해 여수엑스포 내 장애인 화장실을 찾았지만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고 공간이 넓다보니 비품을 쌓아두고 자신들의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인데요. 화가 난 장애인 관람객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출동해 관람객의 화를 가라앉히고 장애인 화장실 운영 시정을 요구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이 상황만 본다면 '아무리 화가 난다고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할까'하고 장애인의 행동이 너무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얼마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 사람을 화나게 한 것이 잠시잠깐의 편안함에 눈 먼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니었는지 씁쓸하네요.

이제 장애인 주차구역이나 장애인 화장실을 지날 때면 노랑 풍선과 경찰출동 상황이 오버랩 돼 떠오를 것 같은데요.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공간을 탐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앞으로는 이런 구역을 함부로 차지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