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풍선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언뜻 "놀이공원이라 자동차에도 저렇게 풍선을 꽂아주나? 어린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요. 자세히 보니 풍선에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우리모두 지켜요 주차질서'라고 돼 있었습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제 뒤통수를 친 글귀였죠.
노랑 풍선이 꽂힌 자동차들은 바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비장애인 차였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주차구역이었다면 이 경우, 차에 경고장을 붙이거나 벌금을 물렸을 텐데요. 에버랜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오는 곳이니 만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을 노란 풍선으로 우회적으로 한 것이지요.
사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대형마트나 놀이공원 등을 가보면 주차장이 꽉 차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장애인 주차구역이 눈에 띌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안 보는데 뭐, 잠깐이면 다녀오는데"하며 고민하게 되는데,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우리의 잠깐 편안함으로 장애인들은 몇 배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요. 비슷한 예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폐막한 여수세계박람회(이하 여수엑스포)에서 발생한 일인데요.
한 장애인 관람객이 용변을 보기 위해 여수엑스포 내 장애인 화장실을 찾았지만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고 공간이 넓다보니 비품을 쌓아두고 자신들의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인데요. 화가 난 장애인 관람객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출동해 관람객의 화를 가라앉히고 장애인 화장실 운영 시정을 요구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이 상황만 본다면 '아무리 화가 난다고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할까'하고 장애인의 행동이 너무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얼마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 사람을 화나게 한 것이 잠시잠깐의 편안함에 눈 먼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니었는지 씁쓸하네요.
이제 장애인 주차구역이나 장애인 화장실을 지날 때면 노랑 풍선과 경찰출동 상황이 오버랩 돼 떠오를 것 같은데요.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공간을 탐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앞으로는 이런 구역을 함부로 차지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