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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3, 9월설 이면에 관찰할 것은 미국판 NLGS?

피셔 '英 中企 자금흐름'언급…'경제민주화' 韓에도 시사점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16 13: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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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 당국이 추가로 양적완화 카드를 사용할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8월 말 연방준비제도(Fed)의 잭슨홀 연례회동이 있고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13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3차 양적완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연말에 종료될 와중이라 이후 경제 지표를 살핀 뒤에나 단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과, 11월에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도 있어 이를 감안할 것이라는 문제까지 겹친 점도 예측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복잡한 셈법으로 양적완화 가능성 및 시점 논의(특히 9월 발표 여부)를 검토하는 가운데서도, 또 다른 논의가 더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돈을 흐르게 해 경기를 살린다는 양적완화와 그 추가 진행 필요성의 여부 외에도 어느 방향으로 완화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이 도느냐' 혹은 '더 돌려야 하는가'의 문제에서 '돈이 흐르는 흐름의 좋고 나쁨'에까지 확산된 논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 둘러싼 논란: 경기 호전론 vs. 장기적인 위험론 팽팽하지만 

일단 미국의 양적완화의 추가 진행(QE3)에 대해서는 '지금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회의적 시각 뒤에 '결론적으로는' 추진 필요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경제 방송인 CNBC는 15일(미국시간) 경제가 호전됨에 따라 연말 전에 공격적인 3차 양적완화에 대한 지지를 얻기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어스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7월 소매판매를 비롯해 최근에 호조를 보인 경제지표들이 3차 양적완화를 연기하도록 할 것이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계속된 경제 약세가상당한 완화 정책을 촉발할 것으로 봤지만 지금까지 경제지표에서 이러한 약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당장의' 추가 부양책 필요성에 초점을 맞춘 해설이라는 점에 논쟁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위와 같이 설명하면서도, 다만 미국 경제가 지금 추가 부양책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금 그렇다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현실적인 QE3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것이 우리의 관측"이라는 이야기다.

◆"한다면 11월보다는 9월"…'효과 미미 우려' 시나리오 고개 '불안'

국내에서도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이 "아직까지 미국의 고용 및 소비 상황이 정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물가가 안정돼 있다"면서 양적완화의 시행 가능성을 점치는 한편, 시점과 관련해서는 "연말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9월 시행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의견이 상당수"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즉 11월 FOMC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다면 9월에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기 외에 방법론에 대해서 우려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양적완화를 단행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앙은행인 연준이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더 장기적인 피해를 볼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모기지 채권'의 추가 매입을 요구했다. 또 하나의 양적완화 방법의 기대는 미 재무부 채권의 매입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렇게 양적완화가 단행될 경우에도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우선 주식의 경우 상승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나, 채권투자 전문가 빌 그로스는 주식시장을 통해 더 이상 수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연준이 추가 양적완화를 펼치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그 다음 재무부 채권의 경우 CNBC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5000억달러 규모 양적완화시를 가정), 응답자 중 33%는 상승할 것이라고 했으며, 23%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으며, 42%는 하락할 것이라고 하는 등 전망이 엇갈려 미미한 효과만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모기지 채권의 경우에는 대체로 응답자 중 70%가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모기지 금리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정치적 이벤트(대선)과 무관하게 혹은 이 영향에 직접적인 시기를 피해 앞서 단행될 것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하지만 △일부에서는 효과가 확실히 발생할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쓰면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QE3=쓸 데 없는 비용지출일 뿐? '영국 중소기업 지원책' 언급 눈길

이렇게 모기지 등 매입 방식에 대해 효용성에 논란이 있는 경우라면, 적당한 수단은 무엇일지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무한정 양적완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으나, 비용 측면에서 이보다는 효율적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더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피셔 달라스 연방은행 총재는 출가 양적완화가 도깨비 방망이라는 점에 여러 번 강하게 회의감을 표시해 온 인물이다. 지난 봄 발언에 이어 14일(현지시간) 피셔 총재는 추가 양적완화가 경제성장과 실업률 하락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양적완화에도 좋은 양적완화, 나쁜 양적 완화가 있을까? 혹은 저급과 고급을 구분할 수 있을까? 미국이 3차 양적완화 단행 여부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일단 세계경제에 미칠 유동성 여파에 눈길이 쏠리고 있지만, 돈이 실제로 도는지의 여부 외에 이번에 양적완화를 한다면 돈이 도는 양태의 질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미국 QE3 기로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자금집행의 초점이 모기지 등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영국 파운드화의 합성 화면.
바꿔 말하면, 다른 정책의 신호 없이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업 투자 유인면에서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또 3차 양적완화가 단행될 경우 시중금리는 약 20~30bp 내려가겠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이 문제라며 실질적 효용성이 적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피셔 총재는 영란은행(영국은행, BOE)이 활용한 재할인 창구를 통한 중소기업 대출지원 방식은 상당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정책수단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영국은 현재 국채 안정성 면에서 불만스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영국 국채가 '안전 자산'의 지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이달 들어 언급되고 있는데, 유럽 부채 위기가 악화되면서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크게 높아진 데다 영란은행이 양적완화를 확대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영국 당국 역시 일정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쪽에서는 이 같은 영국을 정책수단 모델로 관찰하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피셔 총재가 언급한 영국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정부대출보증프로그램(NLGS)'이다.

지난 3월부터 경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신용 여건 악화에 대응 특히 중소기업의 신용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정부 기금을 은행들에게 제공하고, 은행들은 이 자금을 소규모 기업들에게 저리로 융자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로 영국 은행들은 최근 석 달간 총 1만건에 걸쳐 16억8200만파운드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했다. 영국 당국은 이에 더해 지원 대상의 기업 규모를 지난 6월 일부 확대하는 안도 발표했다. NLGS는 2년간 총 200억파운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에서 "중소기업에까지 도느냐" 논점 이동

피셔 총재의 이런 해외 사례 주목은, 미 연준이 지난 7 3~17일 미국 내 64개 주요 은행의 대출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민간 분야 자금대출 조건과 현황을 조사한 결과와 겹쳐 보면, 이런 영국의 기업 지원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는 최근 3개월(4~6월) 연속 민간 부문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돈이 돈다는 신호다. 두 차례의 양적완화 효과가 늦게서야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조사에서 은행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기업 부문에 대해서도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연준은 이 조사 결과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돈줄을 죄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즉 영국과 미국은 같은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미국과 영국 양국이 모두 좋지 않은 반응을 산 공통점이 있으며, 어려운 경제 사정이 풀리는지에 대해 희망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 또한 공통점(영국도 실업률 개선 조짐이 있다)이 있다. 하지만 '돈이 도는 모양' 즉 '자금융통의 형평성'면에서는 양국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기지 등으로 해법을 택해 온 미국식 정책보다 더 나은 해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일부지만 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세번째 양적완화 문제는 미국 대선이 임박했다는 점과 맞물려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중소기업 대책 같은 경제정책 측면의 밑그림과도 함께 연관지어 풀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인 색채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QE3의 발표 시기, 그 규모 등을 예측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향후에 양적완화 정책 전반이 어떤 방향으로 초점이 찍혀 단행될지와 그 파급 효과의 범위에 관해 현지 경제의 동향 관찰과 논의 흐름을 장기적으로 진행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은 일명 '경제 민주화 논의'가 뜨거운 한국의 대선 정국 시간표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대규모의 지출이 필요한 정책이 정략적으로 졸속처리되거나 실기(좌초)하는 상황을 면하고 집중도 있게 가동될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 대상으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