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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누가 날 환갑이라 하겠어?

우헌기 코치 기자  2012.08.16 09: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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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환갑을 맞은 김영숙씨. 일어나자마자 거울 앞에 선다.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는다. 팽팽한 피부가 손마디 마디에 느껴진다. 회심의 미소가 입가를 번진다. ‘누가 날 환갑이라고 하겠어. 이 몸매는 어떻고?’ 빙그레 한 바퀴 돈다. 놀림이 가볍다. 그녀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주는 감회는 남다르다. 40대 중반부터 오랫동안 일종의 건강 불안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의사는 건강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운동을 조금씩 해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혼자선 집밖 출입하는 것조차 겁을 냈기에 운동한다는 건 사실 상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평생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그녀에게 운동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죽지 않으려면 걸어라’라는 책을 읽기도 했다.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압박했지만 그 마음마저 며칠 못 가 봄 눈 녹듯이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그녀가 걷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바꿨다. 건강에 자신감이 생겼다. 짜증도 사라졌고, 많이 너그러워졌다. 당연히 잔병치레에서도 벗어났다. 뭣보다 기쁜 것은 ‘10년은 더 젊어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이다. 젊게 보인다는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인사보다는 흐트러지지 않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매일 매일이 마냥 즐겁다.

이렇게 바뀐 건 전적으로 코칭 덕분이다. 어느 날 지인이 ‘코칭이라는 게 있는데, 속는 셈치고 한 번 받아보라’고 권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좋다는 건 다 해본 처지라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다는 심정으로 응했다.

코치 :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고객 :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별 효력이 없어 정말 답답하네요. 하라는 검사를 다 해 봐도 분명한 이유가 없고, 남은 건 운동인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할 수밖에….

코치 : 왜 운동을 해야 하지요?

고객 : 제발 몸 좀 안 아프면 살 것 같아요.

코치 : 고생 많이 한 모양이지요? 몸 아픈 것만으로도 운동해야 할 이유가 충분할 것 같은 데, 그게 안 되는 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고객 : 그러게 말이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말을 잘 안 들어요. 생각을 손발까지 끌고 갈 힘이 부족한 것 같아요.

코치 : 아 그러세요. 끌고 갈 힘이 부족한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더 든 여성들을 보면서 난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지요?

고객 : 많지요. 고집불통이 되고 싶지 않고, 아무데서나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 고, 또, 아 나이가 들더라고 여성스러움 같은 건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난 그러는 여성들을 보면 역겨워요.

코치 : 그밖에 또 어떤 게 있지요?

고객 : 나이든 여자들의 무너진 몸매도 견디기 힘들어요. 여성의 수줍음, 여성스러움도 지키 고 싶어요.

코치 : 아, 그러세요. 그 중 어떤 모습으로 되는 게 가장 싫으세요?

고객 :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라? 몸매가 무너지면 정말 미칠 것 같아요. 더 이상 살  맛이 안 날 것 같아요.

코치 : 아~ 그러세요? 살 맛이 안 난다?

고객 : 그래요. 50대에 접어들면서 몸매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어요. 이러다 정말 큰 일 나겠네 하는 생각에 가끔 몸서리가 쳐져요.

코치 : 무너진 몸매의 나의 모습을 머리로 그려보세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고객 :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쳐요. 그래요. 이거에요.

생각이 무너진 몸매에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그녀를 지속적으로 걷게 만든 건 건강 회복이 아니라 아름다운 몸매였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김 여사를 다시 만났다.

코치 : 그간 어떠셨어요? 운동은 열심히 하세요?

고객 : 네 열심히 했죠. 근데 너무 열심히 하다 감기에 걸렸어요. 감기로 한 2주 쉰 뒤부턴 못 하고 있어요.

코치 : 그래서 어떻게 해보셨어요?

고객 : 내가 혐오하는 무너진 몸매를 상상해봤어요. 처음엔 효과 좀 있는 듯 했는데, 이것 역시 오래 가진 못 했어요.

코치 : 아~ 그러세요. 잠심삼일이라는 말, 동서양에 다 있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겠지요. 혹시 게으른 생각이 들 때 마음을 다잡는 나만의 비법 같은 게 있나요?

고객 : 비법이라고 하기보다는, 원하는 모습을 자주 그려보는 것이 효과가 좀 있긴 했지만….

코치 : 그 방법을 이번에 좀 달리 적용해본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요?

고객 : 달리 적용해본다? 게으른 마음이 들었을 때, 즉 사후에 생각해보기보다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하잖아요. 그러니까 게으른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아름다운 몸매보다는 무너

   
 

진 몸매를 그려보면 좋겠네요. 그리고 예방 이 더 중요하니까, 무너져 흉해진 모습의 사진을 구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고 수시로 보면 마음이 좀 동하겠죠.

이러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김 여사의 몸이 서서히 운동에 익숙해져갔다. 요즘은 운동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 해서 못 견딘다.

우헌기 코칭칼럼니스트 /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