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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예금 확충 나선 은행권의 웃지못할 사연

신상품 출시 봇물…원화예금 금리 못 따라가 인기 ‘시들’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8.14 11: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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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국내 외화자금 시장의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외화예금 확충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은행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시하자 은행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품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노출돼 있고 예금 금리도 낮아 기대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105560)·우리(053000)·외환(004940)·하나(086790) 등 시중은행들이 외화예금 신상품을 내놓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3일 우리은행이 출시한 '환율CARE 외화적립예금'에 가입중인 금융감독원 주재성 부원장과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
가장 먼저 신상품을 출시한 우리은행의 ‘환율CARE 외화적립예금’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유로화 등 11개 통화로 가입할 수 있고, 최고 0.7%포인트(3년 기준)의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게 특징이다. 상품을 해지한 후 자금을 해외로 송금할 경우 송금수수료도 면제해 준다.

이 상품은 금융감독원 주재성 부원장이 1호로,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이 2호로 가입하는 등 출시부터 눈길을 끌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에 적립한 자금으로 해외 송금 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도 특판형 외화정기예금인 ‘외화공동구매정기예금’을 내놨다. 가입 가능 통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13종으로 우대이율은 0.1%포인트다. 지난 10일까지 판매한 이 상품의 최종 모집건수는 381건이고, 금액은 미화 1235만 달러로 집계됐다.

외환은행은 이 밖에도 정부의 외화예금확충방안에 발맞춰 비거주자 외화정기예적금 상품을 개발 중에 있다. 하나, 국민은행 등도 이르면 8월 출시를 목표로 상품 개발에 한창이다.

은행들이 이같이 외화예금 상품을 앞 다퉈 선보이는 것은 정부의 외화예금 확충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6월 말 외화예금 중장기 확충 방안의 일환으로 재외동포 등 비거주자가 국내은행에 외화를 맡기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과 외화예금 유치 실적이 뛰어난 은행에 외환건전성부담금을 깎아주는 방안 등을 내놨다. 외화예금을 늘리면 외환보유액처럼 대외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외화예금 금리는 원화예금 금리보다 턱없이 낮아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원화 예·적금 금리는 3~4%인데 비해 외환은행의 1년 기준 예금 이율이 1.55%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은행 상품 역시 우대금리를 포함하더라도 예금금리는 2%대가 넘지 않는 저금리 상품이라 기러기 아빠들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제외하면 거의 관심이 없는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차익을 노리거나 외화 수요가 있는 고객들에게 안성맞춤”이라면서도 “원화 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낮아 기러기 아빠나 무역업자 등 일부 실수요자들에 한정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