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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주춤할 때 '태양광'에 집중투자

총수의 안목을 파헤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③…'정도(正道) 경영'

이용석·전훈식 기자 기자  2012.08.13 13: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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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태양광 산업에 대한 한화의 집념은 뜨겁다. 태양광 사업이 세계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음에도 한화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독일 태양광업체까지 연달아 인수합병(M&A) 시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런 뚝심을 발휘할 수 있는 대기업은 흔치 않다. 친환경을 담보하는 미래 에너지사업만큼은 단기적인 부침(浮沈)에 일희일비 할 수 없다는 ‘통 큰 계산법’에 따른 것이다. 태양광 사업에서 벌이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정도(正道) 경영’이 왜 주목받는지 살펴봤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전 분야에 걸쳐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본격적인 공략 모드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화는 독일 태양광 셀 제조업체 ‘큐셀(Q-Cells)’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서는 도약을 위한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는 분석도 다분한 상황이다.

‘국가대표급’ 화약 및 불꽃제품 제조업체인 한화가 이젠 태양광 산업의 ‘리더’로써 자리매김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있었다.

◆전 분야 수직계열화 구축

석유화학업계에 사업 다각화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자, ‘한국 화학 산업의 역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도 이에 발맞춰 태양광 산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화석연료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선도해왔다면, 그린 에너지는 미래의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주역”이라며 “10년 안에 태양광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그리고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태양광에 전폭적인 투자를 했다.

   
한화솔라에너지는 한화테크엠 창원공장 지붕에 국내 최대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이처럼 김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태양광사업을 정하고 관련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에서 쌓아 온 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태양광 산업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우선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에서부터 △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 △모듈(한화솔라원) △발전소(한화솔라에너지)에 이르기까지 태양광사업의 전 분야에 걸쳐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한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지난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꾸면서 한화의 신성장동력의 시발점인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했다.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1366테크놀로지 △크리스탈솔라 등 기술 개발 회사들의 지분도 인수했으며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태양광 모듈로부터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를 개발 중인 ‘사일런트 파워’ 지분도 인수했으며, 태양광 발전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한화솔라에너지’도 지난해 설립했다.
여기에 한화가 큐셀을 인수하면 오는 2020년 태양광 사업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그룹의 목표가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화가 큐셀 인수에 성공하면 태양전지·모듈 생산능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된다. 현재 한화의 모듈 생산 규모는 1.5기가와트(GW)로 큐셀의 730메가와트(㎿)를 합치면, 총 생산규모는 2.23GW로 늘어난다. 현재 7위 안팎인 모듈 생산능력이 중국 썬테크(2.4GW)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태양전지 생산도 기존 1.3GW에 큐셀의 1.1GW를 합쳐 2.4GW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큐셀 인수에는 무엇보다 김 회장의 강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큐셀 인수를 통한 태양광사업 글로벌화로 국가경쟁력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히며 확고한 인수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로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태양전지·모듈(한화솔라원·큐셀)-발전(한화솔라에너지) 등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수직계열화가 더욱 탄탄해지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뚝심으로 일궈낸 태양광시장 선점

이러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회장이 진두지휘에 나서면서 점차적으로 전 세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5월 신도시 개발을 수주해 낸 이라크에서 태양광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라크를 방문한 김 회장은 누리카밀 알-말리키 총리와 회담을 하고 현지 정부가 추진 중인 태양광 발전 등 전후 복구사업에 한화가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라크 태양광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태양광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친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처럼 태양광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자고 이라크 총리에게 제안했다. 한화가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는 태양광을 활용해 현지 군사시설 현대화를 추진할 때 시설물 및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안과 학교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 회장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처럼 태양광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자고 이라크 총리에게 제안했다. 한화가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는 태양광을 활용해 이라크 군사시설 현대화를 추진할 때 시설물 및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안과 학교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라크는 산유국이지만 전력망 배전 시스템이 불안정해 개별적인 발전이 필요하고 사막이라는 특성 때문에 풍부한 햇빛을 구할 수 있어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는 학교 지붕(루프탑)과 유휴부지에 독립형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우선 학교부터 부족한 전력난을 해소하는 사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가 이 사업을 수주하면 수천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에서의 활약은 이미 예정돼 있는 상태다. 한화 일본법인은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가 계획하고 있는 현지 전역의 태양광 발전소에 향후 4년간 약 500MW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이 모듈은 전량 한화솔라원 제품으로 공급된다. 500MW의 태양광모듈 공급에 따른 매출규모는 약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와 일본의 태양광 사업 인연은 지난해 3월 대지진때부터 시작됐다. 한화는 대지진 이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측이 구호물품을 요청하자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 10억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이때 김 회장은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도 원전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노다 요시히꼬 일본 총리 면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마루베니의 아사다 테루오 사장을 직접 만났다. 김 회장은 이 자리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할 뜻을 밝히고 마루베니와 한화의 상호 협력방안을 제시하며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함께 개척하자고 직접 제안한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마루베니에 500MW 태양광 모듈 공급은 김 회장의 탁월한 미래 예측과 뚝심이 일궈낸 태양광 신시장 선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화학 산업’의 길을 걸어온 한화 김승연 회장이 산업 흐름에 발맞춰 태양광 산업의 ‘정도(正道)’를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