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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여수엑스포 '입장권 예약제 혼선' 옥에 티(下)

박대성 기자 기자  2012.08.12 17: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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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여수세계박람회는 그 어느 엑스포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거리공연과 풍성한 볼거리, 3박4일로도 부족한 전시관 등에서는 좋은 평판을 받았지만, 마케팅과 행사운영 등에서는 혼선을 빚어 향후 국제행사 개최시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박람회 수요예측이 빗나가면서 지역상권 활성화를 비롯한 엑스포 후광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막판 할인정책으로 관람객 목표는 채웠지만, 여수 인근 남해안까지 아우르는 엑스포 효과는 크지 않았다.
 
◇엑스포 사상 첫 예약제 부활 혼선

여수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여수사람이 아닌 중앙부처와 각 시도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지역실정에 어두워 지역과의 융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초반에는 여수시를 도외시한 독선적인 운영에다 박람회 흥행마저 잘 안되자 임기응변식 정책이 남발됐다.

세계박람회 사상 처음으로 IT강국의 위상을 뽐내겠다며 도입한 8개전시관 예약제에 대해 관람객들의 이해부족과 관람포기에 따른 항의가 조직위에 빗발치자 예약제를 돌연 폐지해버렸다.
 
이후부터 관람객들은 인기 전시관인 아쿠아리움이나 대우조선로봇관 등에서 수백미터씩 대기열에 줄을 서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여수박람회 현대자동차관을 관람하려는 수백미터의 대기열.

이에 따른 비판이 제기되자 박람회 조직위는 다시 제한적으로 예약제를 부활했다. 오전에는 대기열 순서대로, 오후에는 30%만 예약제를, 70%는 기존 대기열로 입장시켰다.

예약제는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을 배려치 않는다는 지적이 개막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묵살하다가 부작용이 커지자 부활시킨 것이다.
 
◇3만3000원 입장권 막판에는 헐값표 수모

입장권 정책도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일반권(3만3000원) 1장만 가지면 전시관과 팝페스티벌까지 모두 무료로 관람가능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님에도 잘 팔리지 않았다. 우리국민 특유의 예약문화 비정착을 거론할 수 있지만, 가족단위 관람 배려에 소홀했다.
 
서울에서 4인가족이 관람키 위해서는 KTX나 입장권 구입비용으로만 4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또한 하루 숙박하고 하루 세끼의 식사와 군것질 비용까지 고려하면 100만원 가량의 비용동반을 수반해야 했다.

흥행부진을 겪자 조직위는 6월28일부터 청소년 입장권을 2만6000원으로 책정했다가 1만원으로 낮췄고, 어린이.경로 요금도 1만9000원에서 1만원으로 할인해서 적용했다.
 
또한 단체손님에게는 5000원에, 전국 지자체의 날에 해당하는 시군민에는 3000원에, 대회막판 3일간 여수.순천.광양.남해.하동군민 등에게는 무료초대권까지 등장했다. 대회 조직위가 관람객 800만명을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수엑스포 조직위가 지난 6월28일부터 입장권 가격을 할인해서 적용하고 있다. 보통권 가격 3만3000원은 그대로이나, 청소년요금이 초반 2만6000원에서 1만원으로 대폭 할인된 점이 눈에 띈다.  
 
이 덕분에 폐막일 800만명 돌파에는 성공했지만, 대회 초반 정가를 주고 예매한 사람들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됐다.

또 야간경관과 팝페스티벌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오후 5시부터 야간권을 도입했고, 전기간권도 50% 할인해서 판매해 초반에 예매한 관람객들의 불만을 샀다.

이같은 혼선에는 조직위 구성이 정부 부처 파견 공무원과 지자체 공무원 등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각 부처에서 소집된 공무원들이다보니 소통과 융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3개월 후 여수를 떠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 현상도 있었다.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조직위 사무실에서 "귀찮다"며 전화를 당겨받지 않거나 답변을 떠넘기는 등의 안일한 자세도 관광객들의 원성을 산 원인이 됐다.
 
◇잘못된 수요예측 막판 관람객동원 무리수

여수박람회 조직위의 가장 큰 실수는 잘못된 수요조사로 박람회 운영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람회 조직위가 내다봤던 관람객 교통수단은 승용차 61.8%, 버스 21%, 항공기 1.6%, 철도 15.5%, 여객선 0.9%였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개막 후 교통 수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버스 61%, 승용차 23%, 철도 9%, 여객선 4%였다.

이 때문에 박람회장 외곽에 환승주차장을 마련해 관람객을 셔틀버스로 이동시킨다는 조직위의 대회 운영 핵심이 빗나갔고, 이는 박람회 특수 실종과 여수 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환승주차장은 예상외로 한산했고, 환승주차장에서 임시부스를 내서 대목을 노렸던 상인들은 모두철수했다.  조직위가 애초 관람객 수 목표치였던 1080만명을 800만명으로 수정했던 이유도 잘못된 수요조사 때문이었다.

수요조사를 통해 관람객이 몰리는 특정 주말과 석가탄신일 연휴 등을 ‘특정일권’(4만원)으로 묶었지만 비싸서 흥행몰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중에는 특정일권마저 폐지했다.

또한 800만 목표라도 채우기 위해 막판에 3000원권 지자체권을 남발해 전시관을 몇개 밖에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또한 관람객 유입에만 신경썼지 관람객들이 귀가를 원활하게 하는 시내버스편과 셔틀버스가 태부족해 무질서와 혼잡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 향후 국제행사 때에는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여수박람회 조직위 관계자는 "여수엑스포는 국비 2조1000원을 들여서 개최하는 행사인데, 거리가멀다거나 비용부담을 이유로 이렇게 좋은 시설과 콘텐츠를 놀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정부와 상의해서 할인을 하게 된 것"이라며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수익창출을 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