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분석] 여수엑스포 '주제구현 관람객 유치' 합격점(上)

박대성 기자 기자  2012.08.12 17:01:03

기사프린트

   
여수엑스포 폐막을 즈음해 막판 관람객들로 박람회장이 크게 붐비고 있다.  

[프라임경제] 2012여수세계박람회(International Exposition Yeosu Korea 2012; 약칭 Expo)가 12일 93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한반도 최남단 여수에서 열린 이번 여수세계박람회는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에서 격리된 지리적인 한계, 그리고 폭염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인 800만명을 초과 달성했다는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또한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박람회 주제구현(전시내용)을 여수라는 항구도시를 통해 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낙후된 전남권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다만, 관람객 목표를 채우기 위해 막판 할인티켓을 남발했고, 전시관 예약제를 폐지했다가 부활하는 등의 미숙한 대회 조직위원회의 대응은 '옥에 티'였다.

본지는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19년만에 개최된 2012여수엑스포의 성과와 과제, 향후 개선점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여수박람회 개최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나

여수세계박람회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국내에서 열린 국제행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메가이벤트였다. 세계박람회 행사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치러진 대전엑스포 이후 최초의 일이다. 여수엑스포가 가진 의미는 많았다.

첫째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남.경남 남해안 개발의 기폭제를 열었다는 점에서 성과다.  둘째, 다도해해상 및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이라는 남해안의 훌륭한 자원을 국내.외 관광객들에 선보였다는 점이다.

셋째,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전남지역 SOC(사회간접자본)가 일거에 해소된 것도 성과이다. 박람회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10조원을 들여 순천-여수간 자동차전용도로가 신설됐다. 순천-완주고속도로, 익산-여수 KTX 개통, 여수-제주 여객항로 개설 등의 엄청난 SOC 투자가 선행됐다.
 
   
서울 용산역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여수엑스포역에서 내려 박람회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넷째는 인구 30만명의 소도시에서도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향후 국제대회 유치에 자산이 될 전망이다.

다섯째는 여수 앞바다를 배경으로 설치된 조형물과 전시관은 엑스포 사상 첫 시험물로 각국 박람회 종사자는 물론 국제박람회기구(BIE)에서도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여수엑스포 훌륭한 콘텐츠에는 다들 호평

'바다'를 주제로 한 최초의 박람회인 여수세계박람회는 다양한 전시관과 수준높은 컨텐츠로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총 80여개 전시관이 여수 바다와 오동도를 배경으로 25만㎡의 광활한 면적에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기후변화와 해양자원개발, 해양보존의 중요성, 차세대 에너지개발 등의 지구촌 고민을 여수엑스포를 통해 녹여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또 아름다운 건축물과 쉴새없이 곳곳에서 연출된 다양한 볼거리와 수준높은 공연, 참신한 전시기획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박람회 막판 저가표가 남발되면서 관람객이 몰린나머지 쾌적한 관람에는 아쉬웠지만, 전시내용 면에서나 공연수준은 여수라는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작이었다.

향유고래를 닮은 주제관과 다도해의 풍경을 모티브로 세워진 국제관, 시멘트 폐사일로(저장고)를 허물지 않고 재활용한 스카이타워 파이프오르간, 엑스포 최초로 바다위에 세운 빅오(Big-O) 해상무대, 관람객 동선을 유도한 4개동의 국제관, IT강국을 유감없이 드러낸 디지털갤러리(EDG) 등은 한국인의 디자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여수엑스포 인기 볼거리 가운데 하나인 '빅오쇼'를 관람하고 있는 구름인파. 

또 환경 오염으로 위기에 처한 듀공의 절규(주제관)와 바다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주제공연 '꽃피는바다')는 인류공영을 위한 바다의 소중함과 교육적인 측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세계박람회기구(BIE) 로세르탈레스(Loscertales) 조차 "넓은 수평선을 품고 있는 바다를 이용한 여수엑스포장은 역대 엑스포장 가운데 최고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지방사람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 'K-팝공연' 박수세계

그림 같은 여수 앞바다를 무대로 펼쳐진 K-팝 공연과 길거리 문화행사도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박람회 기간 총 1만3296회 공연이 열려 국내 공연계의 최고.최초.최다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엑스포 팝페스티벌'에는 국내 최정상급 가수 167팀이 매일 릴레이로 출연해 누적 관중 70여만명을 돌파했다. 폐막일 전날(11일) 이미자, 양희은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여수엑스포 기간 팝페스티벌에는 내로라하는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이 총출연, 남해안 사람들을 활홀경에 빠뜨렸다. 페티김, 이미자, 슈퍼주니어, 이승기, 이선희, 이은미, 이문세, 브라운아이드걸즈, 손담비, 송대관.태진아, 2AM.2PM, 소녀시대, 이승환, 김경호 등이 매일밤 여수를 축제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들 인기가수들의 공연이 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열릴 뿐만 아니라, 입장료 또한 5~10만원을 호가해 지방사람들은 감히 음악을 향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여수엑스포에서는 관람객에게 상시적으로 무료 공연을 함으로써, 서울에 가지 않고도 인기가수 매일밤 인기가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화의 기회균등 측면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엑스포 관람객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꼼수'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문화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에 고루 분배됐다는 점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소지가 많다. 다만, 흥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었고, 해양을 주제로 하는 엑스포 주제구현과는 다소 동떨어졌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박람회에 참가한 94개국이 준비한 문화공연도 엑스포 홀, 해상무대, 전통마당, 해양광장 등 박람회장 곳곳을 수놓았다. 총 269회의 참가국 공연을 통해 각 국가 별 이색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있는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여수박람회 캐릭터인 11m 높이의 목각인형 '연안이' 등장 퍼레이드. 
 
◇발전에서 소외된 여수권.남해안 개발 기폭제

전남 여수는 국토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전남은 수도권과 부산.울산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에서 소외돼 인구도 많지 않다.

유치를 추진할 당시 김영삼 문민정부(1993.2-1998.2)가 국제행사인 엑스포를 인구밀집 지역인 인천이나 부산에서 열지 않고, 여수로 택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제행사 개최를 통해 낙후된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천이나 부산에서 개최됐다면 여수엑스포처럼 관람객 목표를 채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거라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수를 엑스포 개최지로 유치한 것은 한반도 변방발전을 촉진시키고, 소도시에서의 개최역량을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다.

실제로 여수엑스포가 열림으로 인해 SOC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목포-인천까지 뚫린데 반해 남해고속도로는 '남해'라는 명칭을 쓰면서도 부산-창원-진주-순천까지만 개설됐다.

하지만 여수엑스포 교통량 해소를 위해 남해안 순천-벌교-보성-장흥-강진-목포까지 연결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남해고속도로' 역할을 하게 됐다. 

광양-여수간 '이순신대교'가 임시개통됐고, 순천-여수, 순천-전주간 고속도로가 새로 개통됐고, 경부선, 호남선에 이어 전라선(익산-남원-순천-여수)에도 KTX가 운행되는 등 여수발 교통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여수엑스포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호남은 인구가 적고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가 SOC 계획때면 매번 차순위로 밀리기 일쑤였다.  여수시청 관계자는 "전라도에서 고속도로나 교량 한개만 설치하려해도 찔끔 예산배정이 돼 10년 이상씩 걸리는데, 이번 엑스포로 인해서 20~30년 걸려야 해결될 SOC가 모두 해결돼 지역발전이 20년은 앞당겨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루 27만 관람객 운집해도 사고없이 깔끔

여수박람회 기간 하루 최고 27만명이 운집해도 안전사고 한건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나라 개최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위 상황실에서 엑스포 최초로 혼잡시물레이션 시스템을 가동해 정문과 1~4문까지 관람객을 적절하게 안배했다. 외부 반입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와 도난사고는 있었지만, 우려했던 대형 안전사고는 없었다. 도수높은 주류반입과 흡연도 제한해 쾌적한 관람문화를 정착하려 애썼다.
 
엑스포가 여름에 열리는 점을 감안해 그늘막에 미스트(안개)분수, 얼음팩 제공, 혼잡시물레이션 가동 등은 조직위가 나름 신경쓴 부분이다.

특히 1만여명이 모여드는 빅오쇼 해상무대에서 자칫 무질서로 인한 상해사고도 우려했지만 다행히 사고없이 진행돼 위안거리이다.
 
   
여수엑스포장에는 여름철에 개최되는 점을 감안해 엑스포 사상 첫 미스트분수가 쏟아지고 있어 그늘에서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조직위 측은 "빅오쇼가 야간에 공연되는데 1회공연이 끝나고 빠져나가는 사람과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몸살을 빚었지만 운영요원들의 교통정리로 다행히 사고가 없었다"며 "만약에 압사(壓死)라도 생겼다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을 것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람회장 내 파출소에도 미아찾기와 유실물처리, 지리안내, 통역서비스 등으로 100여건의 민원이 쇄도했지만, '물흐르듯' 처리됐고 박람회장 교통순환도 잘됐다. 또한 박람회 전담 형사팀과 광역수사대원들이 투입돼 절도와 강력사건 등 1000여건 가운데 900여건을 검거하고 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여수시민 수준높은 질서의식 귀감

무엇보다 여수시민들은 엑스포라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루면서 엑스포 4대운동(친절.청결.질서.봉사)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수준높은 시민의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만명만 운집해도 교통이 마비되는 전국의 주요 축제장과 달리 여수는 하루 20여만명이 찾는 엑스포를 치렀음에도 심각한 교통대란이 없어 조직위는 물론 국내외 매스컴도 놀라고 있다.

이는 여수시에서 '승용차 안타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박람회 3개월간 도심이 한산하기만 했다. 도리어 차가 없다보니 장사가 안된다는 상인들의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박람회 초기, 일부 음식점과 숙박업소들이 요금을 올려 받거나 예약을 받지 않는 등 대목특수를 노린 상술도 있었으나, 정부 박람회 조직위와 여수시, 업계의 자정노력이 이어지면서 대회 중반부터는 바가지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또한 대회초반 관람객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여수시민들이 '여수시민 입장권 30만매 운동'을 벌여 여수시 전체세대의 절반이 넘는 6만매의 전기간권을 구매했다.

여수시의 행사이지만 순천과 광양에서도 박람회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를 대거 파견하고 붐조성에 힘써 이웃 도시들과의 상생을 복원했다는 점에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