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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깡통상가'에 왜 LTV 규제 얘기 못하냐면…

['깡통상가' 해법 ①] 日대장성 ‘섣부른 대출 총량규제’ 교훈 살려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8.10 17: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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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깡통 상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우려가 한 동안 이슈였으나 근래 상가나 공장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부채쪽에서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고민과 해법 방향을 두 회에 걸쳐 알아 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은 최근 3년간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9년 1.2%에 불과했던 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율은 2010년 8.0%, 2011년 11.9%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5월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연체율은 1.44%로 지난해 말보다 0.47%포인트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0.93%)를 이미 웃돈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 상업용 부동산의 담보대출은 가격 하락에 취약하다는 점도 부담감을 높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LTV별 대출 비중이 제법 잘 관리돼 온 편이지만, 상업용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은 그렇지가 않다. 이번 자료에서 한국은행은 “상업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사정에 금융감독원도 이 문제의 점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LTV를 규제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은 첫째, 우리 당국이 상업용 부동산 관련 위험 관리에만 치우칠 경우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대출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우선 볼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급하게 극약 처방을 썼다가 고삐를 놓치면 긴축 대응을 할 기회를 영영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깡통 상가 논란이 있는 경우에 물건가치(담보가치) 대비 대출액 규제인 LTV가 ‘공식 도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곧 “더 이상은 대출 없다”는 강경한 ‘신호’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주는 것이 되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 이상 빚을 주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가 홍역을 치른 일본 케이스와 그 여파가 있기 때문에 더 그럴 필요가 높다.

대장성 vs. 정치권: 자민당 주장 이겨 버블 촉발?

   
일본은 상업용 부동산이 버블 붕괴의 촉매가 됐다.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도 대출 비율이 너무 높아 부동산 관련 대출 제어의 필요성을 논할 때 일본의 전례를 배울 필요가 높다. 그림은 일본의 상업지와 주거지 등 각 부동산 가격 변동을 그래프표로 정리한 것. 일본 연구기관 자료(를 정리한 한국금융연구원 2006년 보고서 중 일부를 재인용).
1990년 3월, 대장성 은행국은 ‘토지관련 융자의 억제에 대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은행을 대상으로 내려진 이 지침은 쉽게 말해서 부동산 관련 융자를 ‘금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긴축성 조치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시장 참여자들 중에 대출 관련 상환 압박을 받는 이들부터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고, 여기서 원성을 듣게 되면서 자민당은 토지관련 융자에 대한 총량규제를 해제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결국 이게 1991년 연말에 풀리는데, 문제는 이 제도가 사라지는 무렵이 지가공시를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상업용지 가격이 피크를 기록할 때이며 주거용지의 경우도 그랬다는 데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제도를 풀어도(제거해도) 부동산의 가격 하락세를 어쩔 수 없는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런 와중에 부동산발 버블이 터져 이것이 ‘잃어버린 10년’으로 흘러갔다고 할 수 있다.

이후의 일본 당국 대응에 대해서는 많은 평가가 나와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경제에 대한 믿음 상실’과 이로 인한 ‘밸런스시트 리세션→디플레이션으로의 악화’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투자와 소비에 임하는 각 경제주체가 보유한 자산이 줄 경우 채무를 줄이려 하는데 이 경우 축소 지향 바람이 불어 경제 전반이 위협받는 경우를 밸런스시트 리세션이라고 하고, 이런 위축이 겹쳐 소비자물가까지 하락하는 지경에 빠지면 디플레이션이 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밸런스시트 리세션 상황을 풀기 위해 금융 완화책을 쓰고 재정을 확대하고 있었는데, 부동산의 경우 총량규제가 등장하자 엇박자를 놓는다는 판단 하에서 이 제도를 풀자는 압박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관련 문제의 연착륙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완전히 되기 전에 강경책을 꺼냈고 무기력하게 사라졌기 때문에 이후 버블 붕괴가 촉발될 여지를 열어둔 셈이 됐다고도 요약할 수 있다.

이 제도 도입과 폐지 국면에서도 그렇고 이후 버블 붕괴 대응 과정에서의 일본 당국 대응은 대체로 조심스러운 선을 넘지 못했고(이후 1999년 산업재생법 도입과 추진 이전에는 절대로 적극적 정책 집행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따라서 버블 붕괴에 대응한 일본 당국을 평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거시경제 정책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은행이나 기업 수익이 확대되고 자체적으로 버블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본식의 느긋한 대응(예를 들어 LG경제연구원, 2011년 11월2일 보고서 중 일부)” 등 박한 평이 많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과다 제때 못 다루면 상가 투자자 공멸

따라서 전체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강한 압박책을 쓰는 것은 크게 좋은 방법이 못 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버블 붕괴 과정을 보면 부동산 중에서 상당한 양극화 경향이 발생했는데, 이는 거품이 꺼지는 상황에 일부 눈 밝고 자금력 있는 투자자 중심으로 이익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말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로 따지면 하우스 푸어나 깡통 상가의 경우의 희생을 딛고 한참 후 소동이 가라앉으면 이런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일본에서는 보고됐다는 것인데, 우리의 경우에는 이미 DTI 규제 완화 등에서 보듯 상대적으로 여력이 적은 층이 아닌 다가구 주택 보유자 등에 대해서까지 무분별하다 싶을 정도로 규제완화를 해 주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

정리하면, 시장이 경직될 정도로 규제 대책을 꺼낼 수도 없으려니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연착륙) 정책 판단을 하는 경우에 선별적 대응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를 보면, 대장성이 대출의 전체규모를 제어하려고 나섰을 때가 사실 가장 중요한 때였음을 알 수 있다(빨간선이 그 시기). 하지만 정책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안 돼 조치가 철회됐고 이후 버블이 터져 일본은 10년 넘게 고전했다.

여기서 일본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하나 더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상업지 가격 하락을 연구한 한 논문(이상로, ‘장기불황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한 분석 : 부동산투자자들의 투자결과를 중심으로’, 경기대 석사 논문, 2006년 참조)을 보면 상업지 가격이 일본 대장성이 섣부른 규제책을 꺼냈다(91년), 이게 사라진 뒤(93년) 그리고 그 이후 등 부동산 가격의 변동 그래프를 그려가며 설명한 예가 있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부동산 가격 변동이 이뤄질 때 투자 시기별로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구간별로 갈라진다고 한다. 정책을 잘못 쓰면 강한 사회 불안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87년쯤에 상업지를 구입한 경우는(A구간) 막대한 수익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B구간이 바로 대출의 총량규제 정책이 등장했다 사라질 무렵이다. 이 논문은 이때 투자한 경우 상당한 손실을 10년간(즉 잃어버린 10년 내내) 감수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C구간의 경우에 투자를 시작했다면 회수가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D구간이 가격이 일부 오르는 지역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시장에서 어떤 정책을 펼 때, 속된 말로 ‘상투를 잡은 경우(고점에 투자해 이후 내리막을 타게 된 경우)’ 더욱이 그 정책으로 인해 10년 등 상당한 긴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 불만이 클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더욱이 B,C 구간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그 계층의 불만감은 더 고조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사회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저런 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정책에 대한 불신이 겹쳐 리세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까지 번진 데 한몫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