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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예탁원 감사선임 갈등 기폭제 된 '대자보'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8.10 17: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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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설립된 유관기관 중 하나로 예탁업무를 담당, 주식과 채권 등을 종합 관리하는 국내 유일 기관입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뭐 이런 공공기관도 있구나’ 하고 넘기실 수도 있는데요.

비정규직 포함 504명으로 구성된 이 기관이 관리하는 자산은 무려 260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1인당 5조원가량을 관리하는 셈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여타 다른 기관들보다 더 투명하고 엄격해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최근 예탁결제원은 ‘낙하산 인사’ 문제를 놓고 사측과 노조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불협화음을 빚기도 해 주변에서는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죠.

감사 선임에 대한 갈등은 1층 로비에 붙은 대자보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예탁원 노동조합은 지난 7월4일 대자보를 붙이고 상임감사로 임명될 사람은 ‘올바른 가치관과 덕목’을 갖춘 자로 선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조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예탁원 감사 자리에 공교롭게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에 속해 있는 한양대 임양택(63) 교수가 앉기로 정해졌고, 노조가 이에 반발하며 2차 대자보를 붙인 것입니다.  

때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낙하산’ 논란이 노사 양측 모두 지겨울 만도 할텐데요, 정권 말기에 등장한 낙하산 인사가 얼마 가지 못하고 또 다시 교체되면 혼란만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깊은 것 같습니다.   

노조 측이 “일단, 감사 선임에 대해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의 불씨가 어떻게 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예탁원의 감사 선임 갈등 외에, ‘세상을 알리는 민중의 소리’라고 불리는 대자보(大字報)에 대해서도 잠깐 알아볼까요?  

대자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써 붙이는 글로,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대학가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원래는 중국 문화혁명기에 인민이 자산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대형 게시판에 글을 붙이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합니다.

대자보는 부당함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힘을 결집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요, 지난 2010년 고려대에 재학 중인 김예슬씨가 ‘대학거부’ 대자보를 붙이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죠. 

정보가 전파를 타고 공중을 떠다니는 모바일 시대에 종이 한 장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김예슬 사건’은 대자보가 아직 사회를 환기시키는 도구로 쓰일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하겠습니다. 

대자보는 또, 문대성 국회의원 논문표절 의혹과 부산대 성추행 교수 논란 등을 세상에 알리는 소통의 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대자보는 여전히 대안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