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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들떠보지 않던 비인기종목에 오랜 애착 '금빛 헌신'

총수의 안목을 파헤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①…'헌신(獻身) 경영'

이용석·전훈식 기자 기자  2012.08.10 13: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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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화제의 재계 인물로 떠올랐다. ‘회장’ 후광 뒤의 ‘어두운 그림자’에 비판의 시선이 쏠리기도 하지만 이런 점들로 인해 총수로서의 실질적인 역량과 영향력, 그리고 안목과 추진력 등 ‘긍정적 실체’를 간과하는 경우도 많다. 재벌의 △선견지명 △빠른 의사결정 △강한 추진력 등이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성장 경쟁력임은 세계가 주지하는 사실. 최근 여러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선견지명과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을 재조명했다. 한화의 세 가지 핵심 가치는 헌신(獻身)·도전(挑戰)·정도(正道).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사격은 다량의 메달을 획득하면서 그야말로 ‘기적’을 일궜다. 그 뒤엔 꽤 긴 시간 묵묵하게 사격을 후원해온 김 회장의 헌신이 있었다. 김 회장과 사격의 인연과 안목에 대해서도 살폈다.    

지난 7월28일 영국 런던에서 날아온 진종오 선수의 ‘금빛 사격’ 소식은 대한민국을 열광시켰다. 추가 수주 협상을 위해 이라크로 향하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진 선수의 경기를 보고 두 손을 불끈 줬다고 한다.

김 회장은 “첫 금메달로 국민에게 큰 감격을 준 진종오 선수가 자랑스럽다”며 국내 단일 종목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금3·은2)을 획득한 사격 선수단이 귀국하면 국위 선양에 따른 포상을 하도록 지시했다.

사실 대한민국 사격이 최고의 효자 종목으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여는 데는 김 회장의 후원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사격계의 평가. 지난 10여년 전부터 계속돼 온 김 회장의 ‘선견지명’은 ‘금빛 사냥’을 위해 표적 정중앙을 겨냥하고 있었다.

◆비인기 스포츠에 과감한 후원…경기력 향상 견인

한화는 자사 계열사를 이용해 한화이글스에 지난해 총 174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8월7일 잠실 LG전. 당시 김 회장은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을 영입해 달라는 한화 팬들의 외침에 “잡아 올게”라고 답하며 지난겨울 김태균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 홍보(PR)에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야구단의 운영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승연 회장의 사격 지원은 런던올림픽에서의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라는 괄목한 괄목할 성장을 이끌어 냈다(사진은 김승연 회장이 2010년5월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진종오 선수를 격려하는 모습).

물론 프로야구 수준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김 회장은 비인기 종목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북 돋아주고 있다. 특히 그간 정체됐던 사격계의 부활 배경에는 김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사격계의 중론이다.

지난 2001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대전 출신)가 대전 연고 실업팀이 없어지면서 진로가 불투명하게 된 바 있다. 충청도 토박이인 김 회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우수 선수 육성과 발굴을 위해 대전을 연고로 하는 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하면서 사격계와 인연을 맺었다.

한화갤러리아 김정 상임고문이 사격연맹 회장을 맡은 2002년부턴 사격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지난 10년간 80여억원의 기금을 사격연맹에 지원해 대표선수들이 좋은 여건에서 맘 놓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외에도 외부기온이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격 특성을 고려해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에서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실시토록 지원하는 등 경기력 저하를 막기 위해 재정적인 뒷받침에 앞장서고 있다.

또 한화의 지원은 선수와 지도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2002년 당시 38명(국가대표 31명, 지도자 7명)에 불과했던 관계자는 현재 78명(국가대표 64명, 지도자 14명)에 달한다. 선수 증원은 자율적 경쟁 분위기를 유도해 우수 선수의 발굴로 이어졌으며, 지도자 수의 증가도 경기력 향상을 이끌었다.

국가대표 운영 프로그램도 좋아져 2003년부터 전원이 연 1회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림픽 등 주요 경기에서 코치·트레이너·사격 전문 통역요원 등을 추가 파견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사격 향한 헌신 ‘성적으로 보답받다’

김 회장의 남다른 ‘사격 사랑’은 이러한 물질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격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은 사격 후원에 있어 물질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창설하는 등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창설했다. 국내 대회 중 유일하게 △전 종목 △전 부별로 종이표적보다 3배가량 고가인 전자표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면서 선수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국내대회가 종이표적으로 진행된 반면, 국제대회는 전자표적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이런 지속적 투자는 국제대회 유치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지난 4월, 국제사격연맹(ISSF)은 경남 창원시를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선정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격 대회인 세계사격선수권대회는 1978년 서울 대회 이후 아시아는 물론 비유럽권 국가에서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을 정도로 유치가 어려운 대회로 꼽힌다.

2018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를 놓고도 창원시는 막강한 유럽권와 치열한 경합을 펼쳤으며, 실제로 2008년에는 베이징(중국)이 유치를 신청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김 회장은 특히 2003년부터 5차례 국내에서 개최된 월드컵 사격대회를 후원하면서 창원시가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국제 사격연맹 소속 회원국들에게 증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이 사격 50M 권총 결승전에서의 승리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이러한 김 회장의 지원은 한국 사격으로 하여금 괄목할 성장을 낳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는 은2·동1개로 국가별 사격 ‘종합 순위 11위’를 달성했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진종오가 올림픽 16년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사격 랭킹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98년 방콕(태국)아시안게임에서 금2·은 5·동 5개로 6위에 그쳤으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위 △2006년 도하(카타르)에서는 3위 △2010년 광저우(중국)에서는 금메달 13개로 2위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역대 아시안게임 사상 단일종목 최다 금메달 획득과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사격계 인사들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사격에 대한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은 애정이 밑거름 돼 한국 사격이 경기력을 향상하며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져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이 바라본 ‘사격의 방향’은 회사·고객·동료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보다 큰 목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라는 한화의 핵심가치인 ‘헌신’에 정조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