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르포] 주류협회 두 얼굴에 알코올전문치료 카프병원 문닫을 판

"국세청·복지부 낙하산 3명 연봉만 5억…" 지원 끊은 주류협회에 카프병원 울분

조국희 기자 기자  2012.08.10 13:25:4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세청과 힘든 싸움중인 한국 음주문화연구센터, 고양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하겠습니다.”, “앞뒤 안 가리고 재단 팔아먹는 모리배는 재단을 떠나라!”
   
병원 곳곳에는 재단의 울분이 담긴 현수막과 글귀가 붙어있다.

지난 8월8일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의 카프병원. 연일 이어지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구슬땀이 흐르는 날씨에도 병원은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다. 시선을 돌리를 곳곳에는 서글픈 그들의 심정을 전하는 현수막 글귀만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위하는 것도 이제 지쳤습니다. 희망이 보여야 힘이라도 낼 텐데… 그래도 이렇게나마 언론에서 관심 가져 주시는 게 고마울 뿐이죠.”

정년까지 겨우 두 달 남긴 카프병원노동조합 정철 분회장은 연신 어두운 표정이다. 깡마른 그의 체구는 500여일 째 이어지는 국세청 앞에서의 시위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의 힘겨운 싸움이라는 현실을 말해주는 듯 했다.

◆실낱 희망으로 500여일 국세청 앞 시위

카프병원은 오는 10월 존폐 위기에 놓인다. 카프병원을 살리기 위해 카프재단은 실낱같은 희망하나로 500여일째 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연일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녹록치 않은 상황.

지난 2000년 국내 유일 알코올문제 전문기관으로 설립된 카프병원은 국세청이 건강증진기금을 술에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설립 계획이 수립됐다. 이에 대해 주류업체는 알코올을 만드는 도덕적 책임과 사회 환원이라는 목적을 두고 한국주류협회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카프재단을 후원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중반부터 문제가 생겼다. 지원금이 원활하게 들어오지 않았고, 급기야 2010년 말부터는 지원이 뚝 끊겼다. 주류협회 지원금을 바탕으로 운영돼온 카프병원으로선 문을 닿아야 할 지경에 이른
   
카프병원노동조합 정철 분회장.
것이다. 

주류협회 측은 “병원 치료사업 때문에 해마다 (카프) 재단 적자가 8억씩 난다”는 이유를 들며 더 이상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프병원노동조합 정 분회장은 “병원 설립 이래 지원금 50억 범위 내에서만 사용했고 연간 80억 재단 예산 중 병원은 15%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며 “카프재단은 상담센터, 이용센터, 병원, 거주시설 등을 운영, 해마다 수만명이 이용하지만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절실함을 전했다.

이어 정 분회장은 “국세청과 보건복지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3명이 임원이 약 5억원의 임금을 받는 것부터 시정해야한다”며 “카프재단과 주류협회는 이익이 상반되는데 재단이사장과 주류협회회장이 동일인물인 것이 수상하다”고 밝혔다.

◆주류업체 “지원금 낸다” vs 협회 “회사지원 끊겼다” 돈 어디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업체들이) 지원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것은 협회와 관련이 있으니 협회에 문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지원금을 많이 냈던 회사는 (현재엔 지원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1년 넘게 시위를 하면서도 병원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 구조적 문제도 있다. 돈을 받지 않고도 자체적 운영이 가능한 것 아니겠냐”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주류협회에서는 알코올 치료사업 대신 알코올 예방활동에 집중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에서는 병원사업 대신 전국 42개 알코올 상담센터를 지원하는 알코올 중독 예방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방활동이 병원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병원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정 분원장은 “치료를 뺀 예방이란 없다”며 단호하게 답변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상인과 다를 바 없어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중독증세가 보인 후 20년 동안 술을 먹지 않다가 한 번 마시면 재발 확률이 높아 알코올 중독은 ‘완치’란 표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사회에 돌아가도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며 “알코올 중독으로 죽는 사람도 있지만, 퇴원 환자가 병원에 와서 병원 벽을 만지며 마음이 안정시키고 돌아가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병원이 있어야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알코올중독자 50만명, 치유 기관 필요한데…

국내 전국적인 알코올중독자 약 50만명. 각 가정에 알코올중독자가 한 명씩 있다고 가정하면 카프병원이
   
쓸쓸한 병원안 분위기와 다른 커프병원의 밝은 외관 모습.
위치한 고양시 인구 130만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숫자다.

시위로 전보다 나아진 게 있을까. 기자의 질문에 정 분원장은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국세청에서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사회 관심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에 위안 삼는다”며 힘없이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휴가를 사용하면 월급이 깎임에도 불구, 1인 시위와 집단 시위를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며 “환자를 돌봐야해 자리 비우기 어렵지만 장기전으로 가는 만큼 병원이 문을 닫아도 계속 시위를 할 것”이란 의지를 보였다.

지원금 문제가 해결된 후 카프병원의 미래에 대해 물으니 “알코올중독자 문제를 사회에선 병임임에도 안 마시면 정상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외면 한다”며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정말 도움 되는 알코올사업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