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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대우증권 김기범 사장 해외진출 ‘강공’에 업계 코웃음?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8.10 12: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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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만에 친정인 KDB대우증권으로 복귀한 김기범 사장이 공격적인 해외 세일즈에 나서며 화제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대우증권은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설립, 해외 직접투자에 뛰어 들었는데요.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서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모펀드를 설립한 것은 대우증권이 처음입니다.

메리츠종합금융 대표와 메리츠증권 CEO를 지낸 김 사장은 앞서 대우증권 런던법인 사장, 국제영업본부장 등을 거쳤습니다. 업계서도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히지요. 이 같은 배경아래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를 해외시장에서 돌파하겠다는 게 그의 의지입니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는 이미 60여개나 되는 금융투자회사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됐지만 지금이 오히려 시장을 공략할 적기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특히 지역별 차별화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하는데요. 부동산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 관련 PI(자기자본 직접투자)와 PE(사모펀드)로 승부수를 띄우고 유럽은 최근 각국 은행들이 자본 확충에 나선 만큼 이들이 시장에 쏟아내는 실물자산이나 인수금융(LBO·Leveraged Buy-Out) 부문을 노린다는 계획입니다.

또 신흥시장인 아시아에서는 기존 브로커리지와 IB업무를 기본으로 하고 중국, 몽골 등 현지 기업과 합작해 PI 및 PE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이번 홍콩법인의 사모펀드 설립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사전작업인 셈입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도 상당한 규모와 역사를 지닌 대우증권이 해외 금융시장 공략의 선봉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추진력은 상당한 찬사를 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업계의 반응은 다소, 아니 상당히 냉소적입니다.

최근 모 대형사 고위 관계자는 “대우 뿐 아니라 국내 어떤 회사가 달려들더라도 전체 임직원이 유대교로 개종하지 않는 이상 해외 금융시장 공략은 힘들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선진 금융시장이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장벽과 그들만의 ‘이너서클’로 단단히 잠겨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일례로 미국의 JP모건의 경우 창업자인 존 모건은 19세기 미국의 공업과 철도산업을 직접 지원했고 그의 아들 JP모건 2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 정부를 원조하며 세계 최고의 금융 명문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1869년 독일계 유대인 마르쿠스 골드만이 설립한 이후 140년 이상 국제 금융시장을 주름잡는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시 ‘금융귀족’으로 꼽히는 특정 가문이 각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군수·철도 등 기간산업을 직접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돈줄을 거머쥔 명문가들이 1세기 이상 다져온 시장을 국내 금융사에 호락호락 열어줄리 만무하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대우증권의 모기업인 KDB금융지주의 후광을 적잖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책은행이 뿌리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김기범 사장도 직접 인정한 바입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책금융사의 ‘명함’이 선진 금융시장을 장악한 명문가 이너서클을 열 마스터키가 될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공격적인 해외 세일즈를 표방하고 나선 김기범 사장은 이미 시장의 냉혹한 평가대 위에 올라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