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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인 조폭' 경비업체, 싹부터 잘라야

김경태 기자 기자  2012.08.10 11: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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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동차부품회사 에스제이엠 노조원을 폭행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때문에 경비업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해졌다.  

지난 7월27일 오전 4시30분 안산 반원공단 내 SJM 공장에 무장한 용역 300여명이 후문을 통해 일제히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용역들은 공장생산 부품과 소화기, 경봉 등으로 노조원들을 폭행했고, 34명의 노조원들이 얼굴과 머리·다리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시설 및 신변 보호와 방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경찰 복장 비슷한 옷을 차려 입고 지나친 폭력을 먼저 휘둘렀고, 경찰은 이들의 과도한 폭력을 방조하다시피 했다.

경비용역 폭력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파업에서도 폭력을 일삼는 경비업체가 있었고,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경상병원 재능교육, 구미 케이이씨, 한국쓰리엠 등의 농성 현장에서도 경비용역업체의 폭력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이 같은 폭력사태는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지만, 실타래를 제대로 풀기 위해선 경비업체 허가 관문을 대폭 좁힐 필요가 있다.
 
'경비'라 함은 경비를 필요로 하는 시설 및 장소에서의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것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대한 위해의 발생을 방지하고 그 신변을 보호하는 것 등을 말하는데, 경비 활동에 ‘폭력’이 허락되진 않는다.

허가신청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 경비 사업을 할 수 있다.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돼 허가가 취소되면 조건을 갖춰 또 내면 허가 신청이 되고, 아니면 아예 법인을 폐업하고 새로 등기를 내면 문제가 해결된다. 경비업체 입장에선 폭력을 동원하더라도 고용주 구미에 맞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경비업체의 폭력 사태가 끊이질 않는다.  

자동차부품 회사 에스제이엠 노조원 폭행 사건이 있었던 날, 다른 곳에선 '지원가드'라는 용역경비업체가 자동차부품 회사 만도공장에서 폭력 난동을 부렸다. 이 회사는 노조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악명 높은 '씨제이시큐리티' 출신들이 만든 유령회사로 밝혀졌다.

경비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자율 시장 경제에서 사업장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말 제대로 된 업체가 이런 폭력용역사태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런 폭력용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욱 더 관심을 갖고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권력의 폭력도 문제가 되는 시대에, 하물며 사설 경비업체가 공권력의 묵인 하에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정부는 경비업 허가 절차부터 까다롭게 챙겨야 한다. 경비업체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이들 입장에서 볼 때, 경비업체는 법인 형식을 띈 조폭이나 다름없다. 양아치 집단 조폭의 폭행보다 버젓한 직장인(경비업체직원)들의 조직적인 폭력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