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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투자증권, 이름은 없지만 인재는 남아…

386세대 비상과 함께 대표로 대거 등장…묘한 인연 '눈길'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8.09 17: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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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름은 사라졌으나 그 출신이 남아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주목받는 증권사가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쌍용투자증권은 회사는 사라졌지만 직원이 남아 그 이름이 기억되고 있다.

최근 쌍용투자증권 출신들이 증권사 주요 요직에 기용되면서 과거 ‘쌍용맨’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87, 88, 89년도에 입사했던 입사 동기들이 대거 금융업계 대표로 포진해 있다.

◆KTB·현대 대표 ‘우린 동갑내기’ 친구

KTB투자증권 주원 대표와 현대증권 김신 사장은 살얼음판 같은 냉혹한 금융업계에서 동갑내기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386세대’로 분류되는 두 대표는 1963년생 동갑으로 주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했으나 입사연도는 김 대표가 2년정도 빠르다.

   
좌) KTB투자증권 주원 대표, 우) 현대증권 김신 대표.
김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쌍용투자증권에 입사, 입사연도가 비교적 빠른 반면, 주 대표는 학부를 마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과 뉴욕대 경영학과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쌍용투자에 입사했다.

두 대표 모두 ‘채권 브로커 1세대’로 쌍용투자 채권팀에서 일했다. 주 대표는 채권부, 영업부, 주식운용팀, 해외투자팀, 국제채권팀을 거쳤으며 쌍용투자증권이 외국계에 인수, 굿모닝증권으로 간판이 바뀐 다음해인 2000년 키움증권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7년 유진투자증권 전무를 거쳐 2009년부터 KTB투자 대표를 4년째 맡고 있으며 ‘직원이 즐거울수록 고객도 즐겁다’는 슬로건으로 ‘펀(Fun) 경영’을 도입, 증권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증권 김 대표는 쌍용투자가 신한금융투자로 변경된 이후에도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그러던 중, 2004년이 돼서야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에서 장외파생상품 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2010년 미래에셋증권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4월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현대증권은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지만 수익률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간에서는 김 대표가 현대증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키움자산·현대 대표 87년 ‘입사동기’

   
쌍용투자증권은 외국 사모펀드에 팔리면서 '굿모닝증권'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2002년 신한금융지주가 인수, 신한금융투자로 변경됐다.
키움자산운용의 윤수영 대표도 쌍용투자증권 출신이다. 1961년생으로 현대증권 김신 대표보다 두 살 위지만 쌍용투자증권에 87년에 들어온 입사동기다. 더불어 김 대표와 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윤 대표는 쌍용투자증권 기획팀을 거쳐 이후 투자자문사에서 일했다. 2000년에 다시 증권사로 컴백, 키움증권에서 전무를 역임했으며, 2010년 9월부터 키움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키움자산운용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키움자산운용의 1분기 수익률은 12.5%로 업계 평균 수익률(8.7%)를 휠씬 웃돌고 있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특별한 비결이 있기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투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에셋플러스·프랭클린테플턴 ‘동기’에 ‘동사’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병천 회장과 프랭클린테플턴투신운용의 전용배 대표도 1989년 나란히 쌍용투자로 옮겨왔다. 강 회장이 전 대표보다 한 살 위지만, 두 대표 모두 한국외국어대 출신으로 강 회장은 SK증권을 거쳐 쌍용으로, 전 대표는 한국씨티은행에서 몸담은 후 쌍용으로 건너왔다.

강 회장은 외대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 SK증권에서 금융맨으로서 첫 발을 딛었다. 이후 쌍용투자증권 주식부에서 펀드매너저로 5년 가까이 일했으며, 추후 동부증권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프랭클린테플턴의 전 대표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1985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 신용분석과 외환거래를 담당했다. 89년 쌍용투자증권에서 이런 은행 시절의 경험을 살려 국제영업부에서 일했으며, 영국 현지법인 부사장을 역임하며 10년 가까이 쌍용에 몸담았다.

또한 같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동부자산의 오재환 대표도 쌍용맨 출신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경제학과를 거쳐 88년 쌍용에 합류,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쌍용투자증권 출신의 화려한 비상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쌍용투자증권의 연봉이 외국계와 비교해서도 후한 편”이었다며 “당시 국제부를 비롯, 고급 인력 확보에 나섰기 때문에 좋은 인재가 많이 모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