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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 넘은 박근혜 때리기, 우려스럽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8.08 11: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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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때아닌 공천헌금 파문으로 새누리당이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12월 대선을 앞둔 터라 황우여 대표 책임론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쪽으로 옮겨갔고,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펑펑 터지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는 무섭기까지 하다.

우선 같은 당 비박계 경선 후보들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6일 대선경선 후보자 연설에서 자신과 박근혜 후보의 인생을 대비한 '남과 여'를 상영했는데, 영상물 안에 박 후보와 故 최태민 목사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담았다.

김태호 후보는 공천헌금 파문을 두고 "국회의원을 돈으로 사고 파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민주주의를 사고 팔고 한 것은 성매매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 '멘붕'이 올 지경"이라는 박 후보의 볼멘소리가 지나치게 들리지 않는다.

한편, 하루도 쉬지 않고 터지는 박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로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에 조금은 무뎌지나 했더니 민주통합당에서 강력한 한방을 터뜨렸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것.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사태를 비판하면서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입니다. 장사의 수지 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가지요"라면서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최고위원의 글을 본 트위터리안들은 "시원하지만 위험수위 발언이다", "표현은 순화해 주셨으면"이라며 이 의원의 발언을 지적했다.

비슷한 댓글이 이어지자 이 의원은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이 너무 얄궂다고 느낀 건 기자뿐이었을까. 적어도 박 후보 경선 캠프에서는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했다. 박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의도적으로 상스러운 욕설을 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남 앞에서 당신의 아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는'이라는 말 대신 '그년'이라는 표현을 쓰느냐는 주장이다. 이어 이 대변인은 "민주당 여성의원들과 여성 당직자들, 일반 여성에 대한 언급을 할 때도 '그년'이라고 하는가"라며 이 의원을 질타했다.

이 의원의 상상을 초월한 발언과 기막힌 해명에 대표적인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쓴소리를 했다. 진 교수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종걸 의원의 막말 파문. 저속하고 유치한 인신공격"이라면서 "이 분이야말로 국회에서 제명해야 할 듯. 민주당, 김용민 사태를 겪고도 아직 배운 게 없나 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이 의원은 '그년'는 '그녀는'의 줄임말이라던 말을 바꿨다. 원문의 표현을 '그녀는'으로 고친 글을 다시 올리고 "오타였다"고 해명한 것. 

이어 이 의원은 "쬐그만 아이폰을 사용할 때, 그리고 한번 '보내기'를 클릭하면 정정이 안 되는 트위터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 "'그년', 본래 제가 하려고 한 표현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해명 역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호기 있게 첫 해명을 밀고 가는 게 나을 뻔 했다. '줄임말'이 '오타'로 둔갑하더니 논란이 더 거세지면 "내가 올린 게 아니다"고 할 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문화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극적이고 원색적이었나. 언제쯤 정치인들이 언행에서 모범을 보이는 세상이 올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네거티브는 정치판에 빠질 수 없는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인식공격성 발언이나,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는 마타도어는 대한민국 정치문화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비판하고 정정당당하게 방어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